2007-02-20 21:30
햇살이 따사로운 청량산 문수사 길을 느릿한 걸음으로 들어섭니다. 늦은 오후, 서녘으로 가는 태양을 등지고 단풍나무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에 넋이 나가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
길....... 저 길은 언제나 나를 불러들여 욕심의 비늘을 털어버리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
개서어나무 몸통을 타고 위로 오르는 수액의 힘찬 느낌이 곧바로 전해져 옵니다.
고요의 적막을 깨는 것은 응당 범종소리여야 할 텐데,... 예의 그 스피커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염불 소리에 짜증을 넘어 오히려 절에 사는 불제자가 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염불이란 모름지기 자신의 완성을 위한 신심의 발로여야 함에도 목청 좋은 자의 목소리로 녹음한 테입을 시끄럽게 틀어대는 의도는? 주머니 속 배추이파리는 모조리 불전함으로~~~~~ 나무배추잎보살********** |
차라리 미자 누나의 고운 목소리에 실린
동백아가씨나 한 곡조 틀어주는 것이
저 산 중턱 자장굴에서 캐내어 문수전을 지어 봉안했다는
문수보살석상님을 위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대체 이런 멋진 그림과 분위기에 확성기 염불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저 장작더미 뒤의 건물 내부에 들어가 본 일이 있는데 황당했습니다.
신도를 끔찍히 위해서 일까요???!! 바로 뜨끈한 찜질방 이었습니다
이 정도 분위기를 위해서는 물론 다량의 배추잎이 필요 했으리란 생각도 해 봅니다. |
저 아래 연못에서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의 합창 염불이 요란했습니다.
몽환적인 봄날의 부드러운 햇살이 감나무를 휘감아 돕니다. |
핏빛 동백의 잔해에서
차라리 정직한 붓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문수사에서 만난 유일한 살인미소 |
세심원 뜨락에 소담스레 피어난 복수초
우리 집 산수유를 한 가지 꺾어 세심원 찻방 꽃병에 꽃아 두었더니 꽃이 피었습니다.
그 노란 산수유와 버들강아지를 감상하며 뜨거운 차를 우려내 머리를 식혔습니다
따사로운 봄날, 춘정을 이기지 못해 길을 나섰습니다. |
첨단산인 세심원에도 복수초가? 빠릅니다.
저는 오늘까지 쉬는데 불현듯 떠나고파 구례의 오산 사성암에 다녀왔습죠 그곳 사성암 승려의 독경소리는 가히 청아하더이다. 처음에는 녹음되어 나오는 소리가 아닌가 했죠 그래서 법당앞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가까히 들으니 목탁소리와 함께 울려나는 그 울림 진정 라이브였습니다. 지난 식중독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인지 오산정상까지 가는데도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
2007-02-20 22:0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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