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머나먼 길을 달려간 탐매객의 눈에 맨 먼저 들어오는
'구조라 동짓매'의 처참한 모습.
언덕배기에 나란히 서 있던 총 다섯 그루의 매화나무 중
멀쩡한 모습은 이제 단 한 그루만 남았다는 사실.
오래 전, 내가 '구조라 동짓매'라 작명하고 당국의 각별한 관심을 요청.
다음 해에 찾았더니 출처 불명의 '춘당매'라는 아담한 표지석을 세우고
뭔가 관리를 좀 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오늘 날의 현실은 이런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는 사실.
하늘이시여.....!
해마다 찾았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첨.
아무리 올 겨울이 매섭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화들짝 피어났으리라 여기고 찾아왔건만
'암향부동暗香浮動'의 경계를 기대했던 이 탐매객을 그만 머쓱하게 만들고 마는 개화 상태.
동짓달에 피어난대서 '동짓매'라 이름 붙였던 게 쑥쓰러울 지경.
가지가 아닌 몸체에 피어난 한 송이 귀한 자태가 그나마 이내 쓰린 속을 달래 주는데...
가장 빨리 피어나는 백매라는 '상징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건만
우수雨水가 하루 지난 오늘까지도 정중동靜中動에 그치는 모습.
채 피어나지 않은 꽃을 재촉하는 것도 탐매인의 매너 인지라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거제 구조라에서 발길을 돌려 당도한 곳은
전남 순천에 소재한 복음교회 매원梅園
복음교회 매원의 상징 '복음梅'
매화 색감을 대표하는 '복음白梅'의 개화가 몹시 기대되지만 아직은...
매원 내의 '홍매'류에는 온통 붉은 기운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낸 귀한 홍매 서너 송이의 앙증맞은 자태.
금번 탐매행에 동행해주신 황의대 선생님과 백선기 선생님께서도
탐매의 정취에 흠뻑 적셔지신 모습.
매원 주위, 설한풍을 견뎌내며 피어난 동백의 자태
여기는 '낙안읍성' 목화밭
행여 '납월매' 한송이라도 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낙안읍성 내에서 가장 빠른 개화를 보여주는 납월매에게도 달려 가보니...
이제 마악 두어송이 피어난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잔뜩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 그저 아름답기만...
낙안읍성을 빠져나와 당도한 곳은 금둔사.
청백매 모두 아직 꽂망울만 매단 채 숨죽인 모습.
작년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는데
납월매 전前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생전 지허스님이 머물던 건물 구역에서 납월매 한송이를 만났다.
차가운 한기 때문인지 5엽 홍매의 자태가 2엽만 매단 모습이었다.
꽃수술도 잔뜩 움츠린 모습.
시린 날씨 가운데 시작된 을사년의 첫 탐매 행보.
틀림없이 확실한 개화 모습을 보여주겠노라 남쪽나라 거제도로
탐매객을 이끌었지만 내심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애시당초 화들짝 피어난 탐매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예년 같으면 진즉 피어났어야 할 거제 '구조라 동짓매'까지도 묵묵부답이라니.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채 피어나지 않은 꽃을 찾아가
개화를 재촉하는 멋과 맛도 탐매인의 자세라 위안을 삼으며
금전산 자락을 빠져나와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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