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불이선란도>, 54.9×30.6cm, 국립중앙박물관.
김정희, <시경루> 현판, 55×125dcm, 예산 화암사, 수덕사 성보박물관.
기름진 살이 빠져서 필획의 메마름이 지나쳐 뼈의 기운마저 빠져나갔다.
다만 날아갈 듯 가벼운 기운이 상쾌함을 북돋운다.
1968년 삼불암三佛庵 김원룡金元龍(1922~1994)이 《한국미술사》에서 "일대의 걸작"이라는
호칭을 부여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해인 1969년 이동주가 「완당바람」이란 글에서
"완당의 걸작"이라고 평가하는데, 그 까닭을 다음처럼 서술했다.
이 <세한도>는 그 필선筆線의 고담枯淡하고 간결簡潔한 아름다움이 마치 고사高士의
인격을 대하듯 하여 심의心意의 그림으론 과연 신품神稟이라고 할 만하다.
1972년 이동주는 《한국회화소사》에서 <세한도>를 '전무후무한 걸작' 이라고 했다.
선비의 문인 산수를 드는 경우 그 화격과 고고한 필의로 조선왕조 500년에 전무후무의
경지를 보인 것은 완당 김정희의 <세한도>(손재형 구장)란 걸작이다
그토록 드높게 평가했으니 이유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동주는
"추상미" 라는 낱말을 적용함으로써 그 작품 분석의 새로운 단계를 개척했다.
이 그림은 남종 문인화의 한 타이프, 곧 몸에 깊이 잦은 문기라는 심의와 필선의 묘미를 살려
화면을 고도로 추상화한 것으로 극도의 자연미적인 요소를 사상捨象하고 소위 문화미적인
것의 극치인 추상미抽象美에 접근한다. 이러한 화면에 있어서는 바른편 위쪽에 보이는<세한도>
의 화제 문자까지 회화적 성격을 띤다. 말하자면 대 완당의 서법, 난초 그림, 세한도가 향하는 일종
회화적 추상미의 세계에 연결된다. 이 점은 완당의 만년 글씨가 점점 궤도를 벗어나서 회화적
자획미字劃美로 나가는 것이나 또 <우연사출란도>偶然寫出蘭圖: <불이선란도>(손재형 구장)
의 추상화 경향과 호흡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용: 최열 著 <추사 김정희 평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