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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추사 (4)

《난맹첩蘭盟帖》

 

제주 유배 7년 차이던 1846년 김정희는 난초와의 요체를 아주 짧게 설파했다.

환갑을 맞이한 유배객 김정희가 쏟아 놓은 비결 「난맹첩」 발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난초 그리는 것을 배운 지 30년이 되어서 정사초, 조맹견, 문징명, 진원소, 석도, 서위의 여러

옛 그림들을 보았고 요즘 정섭과 전대 같은 여러 이름난 사람들이 그린 것도 자못 다 볼 수 

있었지만 하나도 그 백에 일을 방불하게 하지 못하였다.

비로소 옛것을 배우는 것이 가장 어려우며 난초 그리는 것이 더욱 어려운데

함부로 가볍게 손대 보았던 것을 알았을 뿐이다.

조맹부가 말하길 잎은 가지런한 것을 피하는 '엽기제장'葉忌齊長과 세 번 굴려야 신묘해진다는

'삼전이묘'三轉而妙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난초를 그리는 비결인 '사란비체'寫蘭秘諦다.

 

 

 

 

 

 

 

 

 

 

 

 

 

 

 

 

 

 

 

 

 

 

 

 

 

 

 

 

 

 

 

 

 

 

 

 

 

 

 

 

 

 

 

 

 

 

 

 

 

 

 

 

 

 

 

 

 

 

 

 

 

 

 

 

 

 

 

 

박혜백, 《완당인보》, 23.5×15cm, 위창 오세창이 썼다.

 

 

김정희 인장,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정희의 인장은 일관된 특정 법식이나 형식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각 시기마다 서로 다른 전각가에게 주문해 제작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추사유파와 같은 전각의 계보 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 

다만 19세기에 활동한 당대의 전각가들을 아우르고 있어서 필세筆勢와 도법刀法 그리고 장법章法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김정희 인장은 19세기 전반 최고 수준의 전각사를 함축한다.

 

김정희 인장의 특징은 전아典雅한 기풍이다. 문화의 격조론格調論에 근거하는 것이다.

고전의 단아와 우아를 조화롭게 혼융하여 이룩한 세계였다. 이런 전아풍은 청나라 제일의 위대한

전각가 등석여鄧石如(1743~1804)의 전각풍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김정희가 마포에 둥지를 틀자 사족 문명자文名者의 비평을 청하던 중인 예원의

오랜 전통에 따라 김정희를 '문망'文望에 올리고 비평을 청한다.

 

먼저 서법가를 뜻하는 묵진墨陳 여덟 명, 화가를 뜻하는 회루繪壘 여덟 명으로 나누고

회루는 1849년 6월 24일, 6월 29일, 7월 9일 세 차례, 묵진은 6월 28일, 7월 7일, 7월 14일

세 차례로 나누어 모두 여섯 차례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각자 석 점씩 평을 받은 것으로 보아

하루에 한 점씩 세 차례로 나누어 품평을 받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1차는 사족 예원의 문명자 추사 김정희, 2차는 중인 예원의 좌장 조희룡에게 받는

순서로 진행했다. 당시 회루 8인의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는 여덟 폭의 작품이

호암미술관 소장으로 전해 오고 있다.

 

벽오사는 이 모임의 이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2006년 최열은 「19세기 예원의 3대 사건」에서 기유년, 즉 1849년의 의미를 담아

'기유예림'이란 이름으로 불렀다고.

 

전기와 유재소 두 사람이 겹쳐 실제로는 모두 열네 명이 참석했다.

품평회 요청을 수락한 김정희는 6월 24일부터 7월 14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작품 평을 해 주었고

양쪽 모두에 참석한 고람 전기가 말을 받아 적었다 한다.

 

 

 

 

 

 

 

 

 

 

 

 

 

 

 

 

 

 

 

 

 

 

 

 

 

 

 

 

 

 

 

 

 

 

 

 

 

 

 

 

 

 

 

 

 

인용: 최열 著 <추사 김정희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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