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월이면 강변 전체가 꽃으로 뒤덮히게 될 황룡강.
산책삼아 다리 건너 '필암서원' 으로...
필암서원 앞 개울 둔치.
필암서원 구역에 당도.
서원 내부의 매화인데 거의 끝물.
하서 선생 선양 구역에 왔으니 만큼 <칠석부>를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것도...
가을바람 소슬하게 일어나는 이 저녁 궁궐은 우뚝이 둘러서 있는데
은하수 환한 빛을 바라보니 이 좋은 계절이 이름이 났음을 느끼게 되네.
멋진 낭군과 만나볼 좋은 기회임을 생각하고 저무는 해에 만날 날을 약속했다오.
구름치마의 현란함을 헤치고 푸른 용의 꿈틀거림을 타고 가네요.
하늘 나루터 바라보며 몰아가는데 날더러 영교를 건너오라 하시니
앞길이 점점 가까워옴을 기뻐하고 님이 나를 맞이함을 기뻐합니다.
이슬은 엉기어 계수나무 궁전에 빛나고 밤은 맑고 차가워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신선 같은 옷자락 부여잡고 오락가락 노니니 한두 마디 말에 온갖 시름이 사라지네요
아름다운 꽃들이 쉬이 짐이 시름겹고 이별이 잦아짐이 한스러워요
마주보고 한숨 쉬며 슬퍼하고 달을 모는 자가 서쪽으로 내달림이 원망스럽네요.
하늘 닭은 날개를 치며 새벽을 재촉하고 날이 밝으니 더 오래 머물 수가 없어요
어쩔줄을 몰라하며 한없는 그리움에 슬퍼하고 아리따운 님을 생각하니 넋은 갈 곳을 잃었지요.
맑은 바람 맞으며 차마 이별하지 못한 채 눈물만 마구 흘러니리며 흩어지네요.
구름은 아득히 바다 빛을 타오르고 멀리멀리 바라보니
길은 아득한데 님을 생각하니 머무를 수가 없어요.
날이 갈수록 내 슬픔은 더해가고 베틀 북 돌리기도 지쳐 어찌하지를 못하겠어요.
견우님이 하수가에서 물 마시려면 다시 삼백 일을 기다려야겠지요.
다시 만날 기약은 정해져 있으니 상제님은 그 은혜에 감사해야겠지요.
여전히 세월은 흘러가겠지만 하물며 하늘과 땅이 무궁할 것이니 또 다시 만날 날이 많을 거예요.
저 멀리 수자리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 그리고 저 땅 끝으로 내어쫒긴 신하는
님이 돌아오지 않음을 슬퍼하고 임금과 영영히 끊어졌음에 눈물흘리며
죽어도 한이 되어 울음을 삼킬 것이니 어찌 이다지도 하나같은지요.
바라건대, 직녀와 견우는 오랫동안 헤어진다 하여 슬퍼하지 마오.
저 하늘 멀리 바라다보며 이 속세에서도 기다리는 사람 있으니
길은 아득하고 아득하여 갈 수도 없는데 그 누가 견우 직녀 만남을 엿볼 수 있으랴.
괴이하구나, 배 타고 하늘로 간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홀로 물결 거슬러 올라가며 이리저리 바라봐도 끝내 망망하여 알 수가 없으니
내 장차 이 이야기를 참과 거짓 사이에 두리라.
서원을 나서면서 돌아본 홍살문과 확연루 일대.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데 능수 홍벚꽃이 이제야 눈에 들어 오고...
민가 앞을 온통 채색하고 선 명자나무 꽃불.
기산 2구에서 1구 쪽으로 이어지는 산마루에 선 백매.
발육상태가 왕성한 것으로 봐서 땅과의 궁합이 잘 맞는 듯.
반대편에서 바라본 백매.
백매 아래는 온통 작약밭이다.
저 앞에 보이는 기산 1 구로 다가간다.
매실을 얻기 위한 용도의 매림.
앵두나무꽃.
어느 민가 구석진 곳에 선 자두나무꽃.
우리동네 외진 곳에 선 자두나무꽃.
참고로 자두나무 꽃향기는 너무 짙은 나머지 머리가 아플 지경인지라
지나는 길에 잠시 잠깐 스치는 향기로 만족하는 게 타당하리라는 생각이다.
여기 저기 상춘객들의 주목 대상인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석양의 황룡강변 도로가에 피어나는 벚꽃 행렬.
/////////////////////////////////////////////////////////////////////////////////////////////
위백규(魏伯珪·1727~1798)의 ‘존재집(存齋集)’에 ‘연어(然語)’란 글이 있다.
매군(梅君), 즉 인격을 부여한 매화와 나눈 가상 대화록이다. 토막의 문답이 길게 이어졌는데,
대화 규칙은 누가 먼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답은 ‘유(兪)’ 한 글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兪)는 ‘네’라는 긍정의 대답이다. 말을 꺼낸 사람이 허튼 말을 하면 대화가 끝난다.
위백규가 말한다.
살길이 많은 자는 사는 것이 죽을 맛이다. 군자는 사는 이유가 한 가지일 뿐이어서 사는 것이 즐겁다.
(生之路多者, 其生也死也. 君子之所以生者一而已, 故其生也樂). “네.”
자신의 잘못을 덮어 가리는 자는 남의 작은 잘못 들추기를 좋아하고, 남의 선함을 시기하는 자는
남이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을 기뻐한다.
(自掩其非者, 好摘人之細過. 猜忮人善者, 喜人面譽). “네.”
꽃이 시들지 않고는 열매가 맺히지 않고, 소금은 볶지 않으면 짠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을 구하는 자는 알찬 행실이 없고, 늘 편안한 자는 재목을 이루지 못한다
(花不謝實不成, 鹵不熬醎不成. 是以求名者無實行, 恒逸者無成材). “네.”
남에게 끝없이 요구하는 자는 이미 남에게 줄 수 없는 자이고, 남이 끊임없이 떠받들어 주기를 바라는 자는
이미 남을 섬길 수 없는 자이다.
(求諸人無厭者, 已不能與人者也. 欲人承奉不已者, 已不能事人者也). “네.”
이어지는 대화도 있다.
올해는 장마로 괴로웠습니다. 매군(梅君)이 말했다. “덕분에 제 몸에 이끼를 길렀습니다. 내가 웃었다.
(子華曰: ‘今年霖雨苦矣.’ 梅君曰: ‘吾因以養吾苔.’ 子華笑.)
하늘은 어떤 존재입니까? 매군이 말했다.
봄바람이 불면 내가 싹트고, 양기가 회복되면 내가 꽃을 피웁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이라 합니까? “네.”
(子華曰: ‘天果何如?’ 梅君曰: ‘春風吹矣, 吾芽. 陽氣復矣, 吾花. 人以是謂之天乎?’ 子華曰: ‘然’.)
가끔 규칙을 깨고 대답도 한다. 매군이 말했다.
밤은 고요하고 달빛이 밝은데, 맑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즐겁군요.”
(梅君曰: ‘夜靜月明, 淸風至矣.’ 子華曰: ‘樂’.)
양명한 햇살 속, 꽃그늘 아래 앉아 매화와 이런 대화나 나누며 한봄을 건너갔으면 싶다.
-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중에서 -
'자연 > 탐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인탐매(壬寅探梅) 2 (0) | 2022.02.16 |
---|---|
임인탐매(壬寅探梅) 1 (0) | 2022.02.16 |
신축탐매 (辛丑探梅) IX (0) | 2021.03.22 |
신축탐매 (辛丑探梅) VIII (0) | 2021.03.21 |
신축탐매 (辛丑探梅) VII (0) | 2021.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