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세계사 속에서 인천이 밟아온 명과 암의 역사
박준형
'세계'에 대한 서술, 『동방견문록』
『동방견문록』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상인 마르코 폴로의 아시아 견문기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마르코 폴로가 태어난 것은 1254년경으로, 당시 그의 아버지 니콜로는 숙부 마페오와 함께 이미 동방무역을 위해 베네치아를
떠난 상태였다고 한다. 그 때문에 마르코 폴로는 태어나서 10여 년을 훌쩍 넘긴 1269년에야 아버지와 처음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동방무역의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동행하게 된다. 『동방견문록』속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소재가 되는
마르코 폴로의 긴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마르코 폴로가 방문한 아시아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몽골의 쿠빌라이 칸이 다스리는 원 제국이었다.
당시 원은 쿠빌라이 치하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고려 또한 강화도로 천도까지 하며 오랜 시간 원의 침입에
맞서 싸우다가 결국에는 환도를 결정하고 삼별초에 의해 끈질긴 항쟁도 제주도에서 평정되었던 시기다.
총명한 마르코 폴로는 쿠빌라이의 신임을 얻어 측근으로서 여러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쿠빌라이의 허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왔던 것이 원의 대도에 도착한 때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1294년의 일이었다.
『동방견문록』은 뜻밖에도 마르코 폴로가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다.
그 때문에 책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학자들은 오랜 기간 논쟁을 벌였다.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경위르 간략히 말하자면,
마르코 폴로는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베네치아와 제노바 사이에서 일어난 해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운 나쁘게도 적의 포로가 되어 제노바 감옥에 갇혔다. 이때 피사 출신의 작가인 루스티겔로와 만났고,
그가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바로 『동방견문록』이다.
『동방견문록』,17.4×11.3cm, 1845(영국),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