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鷺)
해오라기 '鷺'는 길 '路'와 음이 같아 과거길에 급제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연꽃이나 갈대를 함께 그린다. 게나 새우, 메기 등도 같이 그려 여정을 축하하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어해도 (부분)
겹겹이 쌓인 능선 앞에서 백로 한 마리가 지나가는 자라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건너편에 다정한 두 마리가 흉을 보는건지 참견하고 있고, 백로 보다 더 크게 그려진 수염이 긴 천하태평한 새우 한 마리가
속물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양, 퍽 해학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으로 무명화가의 마음을 그린 듯 하다.
원앙새
원앙은 암수의 금슬이 좋아 항상 쌍으로 놀고 한 쪽을 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지만
연구 결과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 아무튼 다정하고 다복한 복록의 의미로 사랑 받아온 게 사실.
닭
닭울음 소리는 새벽을 알리는 신호다. 날이 새면 어둠 속에 활개치던 귀신들이 사라진다.
수탉의 붉은 볏은 생김새에 있어 벼슬과 통하고 암탉은 알을 낳으므로 자손 번창을 상징한다.
(부분, 통도사박물관 소장)
밝고 화려한 채색에 세련된 화법, 원숙하고 시원한 구도 등이 수준 높은 전형적인 화조도 가운데 하나이다.
아름다운 새들이 쌍쌍으로 꽃 속을 노니는 평화로움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부엉이
오리, 꿩, 참새, 매 등은 민화 화조도에 많이 등장하지만 부엉이는 매우 드믈게 보이는 소재이다.
마치 안경을 쓴 시골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부엉이는 어수룩함과 소박한 위엄, 다정다감함이 함께 느껴진다.
어설픈 먹선으로 용수철을 그리듯이 표현한 소나무 등걸도 이채롭다.
쌍록도 (부분)
암사슴에게 구애하는 숫놈의 표정에 사랑과 익살이 흘러넘친다. 앞발을 들어
떠날 듯 말 듯 하면서 고개를 돌려 숫놈을 돌아다보는 암사슴의 눈매는 앙증맞은 새침떼기 같다.
쌍록도 지지리도 못그린 그림이지만 정감어린 해학이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우산처럼 펼쳐진 산봉우리마다 불로초가 자라고, 멀리 보이는 정자보다 몸집이 큰 사슴은 개구장이 악동같은 얼굴이다.꾸밈이나 속됨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소박하고 정이 흐르는 그림이다.
방아찧는 토끼 계수나무 아래 방아를 찧는 한 쌍의 토기와 찧어놓은 낟알을 키질하고 있는 또 한 마리의 토끼.한 바퀴 휘돌아 다시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등걸도, 방아질을 하면서도 시선은 절굿공이가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향하고 있는 두 마리의 토끼에서 소박한 민간의 해학이 느껴진다.
호랑이와 토끼 (부분)맹수의 왕이라는 호랑이는 어쩐지 술취한 아저씨 같은 얼굴이다.으르렁 거리는 호랑이 앞에서는 응당 질겁을 하며 피해야 할 토끼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놓는 표정이다.지위와 권력을 빌어 호령하는 사대부들의 작태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민초들의 심상을 반영한 것일까?
자수(刺繡) 호랑이 (부분, 한국자수박물관 소장)한 땀 한 땀 정성이 담긴 여인네의 바늘 끝에서 인자한 어미와 천연덕스러운 새끼 호랑이의 모습이 탄생되었다.발 아래 놓인 산보다도 훨씬 큰 호랑이의 몸체나 꼬리 뒷쪽에 언뜻 보이는 어미 호랑이의 왼쪽 뒷다리 모습은우리의 민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사실적인 묘사법이다.
군호도 (부분, 호암미술관 소장)자연스레 구부러진 소나무 숲 사이로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참호랑이와 개호랑이가 어울려 놀고 있다.우리 호랑이는 줄무늬 참호랑이와 점박이 개호랑이로 나누는데, 원래 참호랑이와 개호랑이는 만나면 싸움을 벌이는상극관계라고 한다. 그림 속에서는 싸우는 모습이 아닌 평화롭게 지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기린 (에밀레박물관 소장)태평성대가 오면 나타난다는 기린은, 목이 긴 동물원 기린이 아닌 상상의 영물이다.기린은 살아있는 생물은 발로 밟지 않고 먹지도 않는다. 인간의 이상 속에서 만들어진 괴수의 상을길상의 사상과 결부시켜 서수 또는 신수로 그려낸 것이다.
귀신 잡는 개 전형적인 토종개의 모습에 목에 검은 방울을 달고 있는 벽사용 네눈박이 개의 모습이다.칠흙같이 어두운 밤, 비바람이 몰아쳐도 멀리서 오는 도둑이나 귀신의 소리까지도 듣고 보아야 하므로,벽사용 개나 호랑이는 두 눈으로는 모자라 네 눈, 네 귀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물 위를 걸어가는 거북
해태 세시풍속에 호랑이 그림은 대문에, 개는 광문, 닭은 중문, 해태는 부엌에 붙여 벽사용 그림으로 사용했다.불을 먹고 산다는 해태는 일반적으로 호랑이처럼 무서운 것이 특징인데, 가정집에서 사용되었던 민화의 해태는 친숙한 모습이다.
해태와 신선 이 그림은 본래 여덟폭 신선도 병풍으로 매장마다 서수와 길상의 상징물을 든 신선이 등장하다.불과 가지를 어깨에 멘 도교 계통의 신선은 화마와 악귀 소멸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불상 벽화 (의성 등운산 고운사)사불상(四不像)은 뿔이 사슴이면서 사슴이 아니고 목이 낙타이면서 낙타가 아니며, 발굽이 소와 같지만 소가 아니고,꼬리 형상이 나귀면서 나귀가 아닌 짐승으로 중국 동북부 흑룡강 유역에 산다고 전해지고 있다. 민화에 나타나는 사불상은 꽃과 괴석을 배경으로 하여 진한 색채로 한 쌍을 그리거나 해태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그리기도 하며, 사신도 중에 가끔 호랑이 대신에 등장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 역시 악귀를 쫒는 주술적인 것이 아닐가 하는데 특히 민화에서는 기린과 해태, 사불상을 비슷하게 그리고 있어 혼동하기 쉽다.
운룡도 꿈에서 용을 본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용을 본 사람은 없다. 꿈에 본 용의 모습에 환쟁이의 마음까지 담아 천하태평스런 할아버지용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용 얻기만 하면 만사가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영묘한 구슬 여의주를 긴 수염 안에 넣고 하늘을 나는 용의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만물의 왕이라는 용은 하늘에서는 비, 구름, 번개를 다스리고 바다에서는 물을 다스리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청룡, 황룡 (제주민속박물관 소장)황룡을 중심으로 청룡, 백룡, 흑룡, 적룡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원래 군주, 왕의 상징인 용은 시대가 내려옴에 따라 허약해지고 빈약해지면서 일상 생활용품에까지 그려지게 되었다.용처럼 위로는 왕실에서부터 아래로는 서민층까지 뿌리깊게 파급된 소재도 없을 것이다.
어해도 풍요와 다산, 다복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어해도가 있고, 그림과 같이 마치 물 속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실사에 가깝게 그리는 어해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림의 내용에 따라 어락도(魚樂圖, 물고기들이 평화로이 노니는 장면),유어도(游魚圖, 물고기가 헤엄쳐 노니는 그림), 약리도(躍鯉圖, 잉어가 뛰어 오르는 그림), 희어도(戱魚圖, 물고기가 짝을 지어 희롱하는 그림) 등으로 나누어 지기도 한다.차원 높은 철학적 의미의 그림으로 볼 수 있는데, 물고기의 자유분방한 유영에서 해탈의 경지를 볼 수 있기 때문.
어해도 (부분)물고기 그림은 단폭에 한 마리 또는 세 마리를 그리거나 여덟폭 병풍에 백 마리를 그린 백어도 등이 있다.세 마리를 그린 그림은 삼여도(三餘圖)라 해서 과거길에 올라 출세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기 '어(魚)'와 남을 '여(餘)'의 독음이 서로 같음으로 인해 물고기를 '여(餘)'의 뜻으로 그린 것이다.'삼여'란 세 가지 여가시간이란 말로 <삼국지> 위지(魏志) 왕숙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어해도 (부분)숨어서 머리, 꼬리만 보이는 물고기들, 기러기, 붕어, 연잎까지도 모두 기분좋은 밝은 표정이다.격식을 차려 그린 그림과는 너무 대조적인 그림이다. 물고기들의 표정과 형상이 인격적으로 묘사되어 있음을 본다.이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우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약리도 등용문을 통과하여 입신출세 하기를 축원하는 뜻으로 젊은 선비들이 주고 받았던 그림이다.도식화된 환상적인 구름 속에서 새벽 해가 뜰 때 물속에서 여의주를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의 모습이 장관이다.
어해도 새우, 조개, 게 등의 갑각류 등은 축하, 화합, 과거급제 등의 축원하는 뜻이 있다.고사용어의 풀이로 그림을 보기 전에, 엉거주춤 서 있는 게와 배부른 메기들이 표정과 모습에서 작가의 심성을 읽어내는 일이 민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
어별연화문석 (魚鱉蓮花紋席, 통도사박물관 소장)
스님들이 사용하던 방석으로 왕골과 삼을 이용해 엮었다. 큰 거북을 중심으로 기러기, 물고기, 연꽃, 게, 새우 등을파도문과 함께 새겨 주중의 세계를 연상시키고 있다. 불교에서 수중은 수미단과 연관되므로,이 수미단 위에서 도솔천을 향해 스님이 정진하는 셈이다.
어해도 (부분)살찐 쏘가리가 복숭아꽃과 함께 그려진 그림을 궐어도(闕魚圖)라 부른다.과거급제하여 대궐에 들어가기를 염원하는 뜻이다. 멀리 산, 나무 바위보다 더 크게 그린 것은여한 없이 크게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초충도(부분)일년생 꽃과 풀벌레들만을 그린 초충도에는 신사임당, 심사정 등이 대표적인 화가들이다.실물에 가까운 세필을 요하는 그림으로 사실묘사에 익숙치 못한 서민화가 작가들은 흔치 않다.
백접도
화려한 꽃을 배경으로 여덟폭 병풍에 백마리의 나비를 그린 백접도로 군접도, 호접도라고도 한다.
대개 나비는 남성, 꽃은 여성을 의미하지만 아름다운 한 쌍의 나비를 한 쌍의 부부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백접도(부분)
곤충학자에 따르면 나비는 전 세계에 약 2만여 종이 있고, 한국에는 약 2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병풍 속의 나비를 자세히 살펴보면 똑 같은 나비는 한 마리도 없음에 학자들도 놀란다고 한다.
편복도와 목재필통박쥐의 본래 이름은 편복이라 하여 캄캄한 밤에도 복을 몰고 들어 온다고 믿었다.집안에 사용되는 목가구, 특히 많은 보물이나 둔, 귀중품을 넣는 궤이 손잡이 장식은 대개 박쥐고리가 많다.
양양 낙산사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낙산사 주변 경관을 그린 것이다. 크고 작은 전각과 지금은 없어져버린 누각 담장까지정확하게 그렸다. 오른쪽 아랫부분에 손잡고 춤추듯 서 있는 네 그루의 소나무 앞에는 현재 팔각정이 서 있다.
평양성도 (부분)조선시대 평양의 성내 시가지를 상세하게 그린 지도에 가까운 기록화이다. 민화 가운데 가장 집이 많은 그림으로 관아와 누각, 민간집의 형태를 소상하게 그렸고, 작은 골목과 대동강변에서 빨래하는 여인들과 뱃놀이 하는 한량까지도 그려져 있다.
용궁도 (부분)제주도 한림읍 애월리 무당집(무신궁)에 모셔진 용궁도는 바다를 배경으로 고대광실 높은 집을 그렸다.
감모여제도조상의 제사를 성심으로 모시려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제각이 없는 집안에서 그림으로나마 꽃, 과일, 초, 향, 위패까지 갖추어진 떡벌어진 사당을 그려놓고 제사를 지내던 그림이다.
용왕도(대구 건들바우 박물관 소장)용궁에 살고 있어야 할 용왕과 용궁을 한 화면에 그리는 그림은 보기 드물다.무당집의 무신도나 해변가의 사당에서 볼 수 있는 용왕은 대개 지체높은 할아버지의 얼굴로 그려진다.
책거리 병풍 (부분)가난한 선비방 차림에 빼 놓을 수 없는 그림이다.대개 책거리 그림이 복잡하고 호화로운데 비해 화병을 중심으로 몇 질의 책과 과일, 나비 한 쌍이 정겹다.
책거리 병풍 (부분)부, 먹, 벼루, 종이를 그려 문방사우가 되었다. 놀이를 하던 중인지 골패가 있고, 먹이 갈려 있고,남바위는 벗어 걸어두고 차고있던 주머니까지 상아래 놓아두고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듯 하다.
책거리 그림의 기본은 명암, 선, 원근법 등인데 유난히 책거리 그림은 역원근법을 사용하고 있다.보는 사람에게는 역원근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주인이 안쪽에서 책을 보여주는 입장에서 보면 된다.
호피장막도(虎皮帳幕圖, 호암미술관 소장)원래 여덟폭 병풍이다. 닫혀진 장막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에서인지 중앙 두 폭의 부분을 걷어 올리고 멋쟁이 주인의 서재 자랑을 하고 있다.
칠성동자도 (七星童子圖, 에밀레박물관 소장)지금은 사라져 버린 마포 신수동 복개당(福介堂)에 모셔져 있던 칠성동자도로 복을 점지하여 주는 동자들을 그린도교 계통의 그림이다. 일곱 동자 위쪽의 두 동자는 일월 동자이다. 각기 다른 일곱 인물의 티없는 맑은 청순함이 돋보인다.
백동자도
옛 시절 아들을 낳아 대를 잇지 못하면 칠거지악의 하나였기에 많은 아들은 여인들의 큰 축원이었다.
일백 명의 사내아이들이 노는 그림을 여덟폭 병풍에 그려 젊은 부녀자방이나 아이들의 방에 걸었던 그림으로,
전통놀이를 하고 있는데 귀한 자식에 좋은 옷을 선호하다 보니 의상이 중국식이고, 모조리 종종머리를 하였다.
신선도
두 동자가 큰 쟁반에 닫쳐든 석류와 유자 위에 불로초, 대나무, 천도복숭아나무가 분재처럼 그려져 있다.
그름처럼 구부러진 불로초는 福자를 그리고 있다. 복받고 장수하기를 축우너하는 그림이다.
서포 김만중 (西浦 金萬重) 초상화 (광산김씨 종가 소장, 대전)
어머니를 위로하가 위하여 한글 소설 구운몽을 썼다는 김만중의 초상화로, 한국의 초상화 만큼
사실적인 섬세함으로 인격과 품격을 잘 나타내는 그림도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랑한만한 그림이다.
부군마지 부부 (대구 건들바우 박물관 소장)
부부화합의 축원을 담은 무신도이다.
두루마기와 치마저고리를 입은 평범한 얼굴과 서툰 구도, 필선이긴 하지만 친근감이 있다.
인용서적 ; 윤열수 著 『민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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