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귀를 쫓는 액막이는 미술에서 상징의 시작이자 근본이다.
정령신앙이 팽배했던 이른 시기에는 세상의 모든 병마와 유환과 근심이 귀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액막이는 필수불가결한 의례였다.
대표적 액막이 문양은 귀면문이다. 귀면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중국의 도철이라는 설, 그리고 최근에 용이라는 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잡귀를 물리치는 액막이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별다른 이의가 없다. 이 무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건축, 공예, 조각, 회화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었다.
통일신라시대에 대표적인 액막이는 처용이다.
『삼국유사』의 처용 설화에서 유래한, 문에 그림을 붙여 귀신을 쫒는 것을 문배라 하고, 이 처용문배를 귀천의 구분 없이
신라 사람들이 사용했다고 하니 이것이 민화의 실적적 시작인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처용문배와 더불어 용호문배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한쪽 문짝에 잡귀를 쫒는 호랑이 그림을, 다른 문짝에는 복을 불러들이는 용그림을 붙인다.
호랑이는 삼재를 쫒는 벽사의 기능을, 용은 오복을 가져다주는 길상의 기능을 담당했던 것이다.
19세기 민화 호랑이 그림에서는 호랑이가 까치, 새들과 함께 등장한다. 여기서 호랑이는 양반이나 관리를 풍자하고,
까치를 비롯한 약한 동물들은 민초를 상징하는 것. 민화 호랑이는 벽사의 기능과 더불어 사회 풍자의 내용까지를 담당하는 것이다.
수렵도12폭병풍
113.0×34.0 지본채색 19세기 후반 계명대학교박물관
6 5 4 3 2 1
12 11 10 9 8 7 6
넓은 평원에서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호족(胡族, 이 그림에서는 여진족) 복식의 사람들이 사냥을 하는 장면이라 하여 호렵도(胡獵圖)라 부른다.
그림의 구성은 크게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 좌에서 우로 세 부분으로 나누고, 이와 동시에 공간감에 따라 다시 전 · 중 · 후경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오른족 아래(1~3폭(에 주인공이 출렵(出獵)하는 장면, 중간(4~11폭)에 사냥하는 장면, 왼쪽(12폭)
사냥의 획득물을 주인공에게 바치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다시 공간감에 따라 전경에 근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는 나무와 토파를 두고
인물들을 크게 배치하였다. 중경에 평원을 배경으로 사냥을 하는 장면, 원경에 광할한 평원의 공간감을 살려주는 먼 산들을 그리고, 멀어짐에
따라 인물과 산수의 표현이 매우 섬세하고, 채색도 세밀하며, 활기찬 구도로 되어 있어 화면 전반에 활력이 넘치는 수렵의 현장감이 잘 전달된다.
사냥을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잠시 쉬면서 먼 산을 보는 사람, 앉아서 도시락과 술을 먹는 사람들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보인다. 주변의 먼 산과
언덕, 나무의 표현은 준법을 사용한 전통적인 수묵의 느낌이 살아 있는 반면, 인물과 동물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과 표정은
세밀한 필치와 채책으로 그려 정교한 솜씨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수렵도8폭병풍 91.0×49.0 지본채색 19세기 후반 계명대학교박물관
왼쪽 부분
오른쪽 부분
화면의 구성은 출렵장면, 사냥장면, 획득물을 바치는 장면까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공간의 구성은 더욱 단순화 되어 전경 하나만이 표현되어 있다. 화면의 중간에 가로 직선으로 늘어선 산을 그리고 그 앞쪽을 사냥을 하는 장소로 그린 단순한 구성을 보여준다.사냥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한 폭에 한 장면씩을 설명적으로 드문드문 그려 넣어 화면에 생동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호렵도가 호족의 복식으로 그려지는 것과는달리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자를 벗어 상투를 드러낸 모습이나 복식의 표현에서 조선화된 모습이다.
수렵도 세부
수렵도 세부
수렵도 세부
수렵도8폭병풍 126×58.0 지본채색 20세기 계명대학교박물관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출렵장면, 사냥장면, 획득물을 바치는 장면까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공간의 구성은 깊이가 없이 화면 앞쪽에좌웅서 불쑥 솟아오른 암석과 화면 중경의 땅에서 솟아오른 암석을 그려 그 사이 좁은 평지에 사냥장면을 그렸다. 중앙의 암산 뒤로는다시 평원이 이어지는 모습이 암시되어 있다. 마치 무대처럼 설정된 중앙의 공간에서 인형을 그려 놓은 듯 경직된 인물의 묘사, 동일한인물들의 표정 등은 생동감의 결여된 요소들이지만, 사선으로 놓여진 암석과 부자연스럽게 사선으로 배치된 인물들과 사냥하는 모습이도식적이면서도 민간 수렵도로서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주인공이 출렵에 타고 나오는 동물이 흰코끼리인 점도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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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토도 (虎兎圖)
109×62.0 지본채색 19세기 삼성미술관 리움
호랑이와 토끼가 함께 나오는 도상의 출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전래동화 가운데 욕심 많은 포랑이가 더 큰 욕심을 내다가 꾀 많은 토끼엑 당한다는 이야기는 이 그림의 도상과 다소 연관이 있어 보인다.
나무 위에 올라가 까치이 새끼를 잡아먹겠다는 호랑이의 엄포가 것짓임을 알려준 토끼를 호랑이가 잡아먹으려고 하자 토끼는 꾀를 내어
호랑이를 속여 골탕을 먹인다는 이야기이다. 커다란 몸집의 표범의 심술궂은 표정과는 달리 작은 몸집에 꾀 많은 토끼의 익살스런 표정은
이러한 배경고사와 다소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대호작도 (大虎鵲圖)
117.0×85.0 지본채색 19세기 경기대학교박물관
표범과 까치가 등장하는 그림은 '보희도(報喜圖)' 라 하여 희소식(경사)을 알려준다는 의미의 도상이다.
중국에서는 '희작(喜鵲)'이라 하여 기쁨을 상징하는 새이고 표범(豹)의 음인 '빠오-bao'는 알리다는 의미의 '보(報)'와 음이 유사하여
기쁨, 희소식을 알려준다는 의미를 지녀 연초에 민간 년화(年畵)로 그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쁜 것을 막고
기쁜 일만 있게 한다는 보다 확장된 의미로 많이 해석된다.
이 그림은 도상의 함축된 의미와는 달리 표범이 심하게 고개를 틀어 까치를 보며 으르렁대고 있는 모습이 매우 과장되게 그려져 있고,
온 몸에 짙은 먹선으로 그은 곧추선 터럭, 날카로운 발톱, 어깨에서 등과 다리로 이어지는 몸통선이 소나무 가지까지 올라간 꼬리로 이어져
뻗쳐나간 느낌 등이 표범의 용맹성에 치중해 그린 것처럼 보인다. 반면 한쪽 귀퉁이을 따라 살짝 그려진 소나무는 속도감 있는 필치로
간략하게 그려져 있는데, 그 가지에 앉은 까치는 표범에 비해 매우 작은 몸통으로 그려져 있으면서도
표범을 향해 무언가 짖어 대는 매우 당찬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까치호랑이(虎鵲圖)
98.0×54.0 지본채색 19세기 계명대학교박물관
산등성이를 걸어 나오는 도상의 까치 호랑이 그림이다.
걷고 있는 듯 설 포개진 앞 다리는 불안정하게 모아지고, 발은 풀숲에 살짝 가려려져 있어 돌아보는 동작이 다소 불안해 보인다.
뒷다리와 대퇴부, 꼬리는 몸통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과장되게 굵게 그려져 있다. 완전한 호랑이의 몸통에
얼굴은 다소 고양이 형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나무의 나무둥치는 능숙함이 느껴지는 속도감 있는 습윤한 필선으로
그려졌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힘이 들어간 세밀한 터럭의 표현은 정교한 필선을 보여준다.
백자청화작호문항아리(白磁靑畵鵲虎文壺)
높이 42.5 18세기 국립경주박물관
직립한 구연과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부푼 어깨, 날렵한 굽 부분은 유연한 선의 흐름과 함께 전체적으로 당당한 형태를 이룬다.
여의두문을 아래위로 돌려 구획된 공간에 소나무를 가운데 두고 호랑이와 까치, 사자(獅子)를 함께 배치했는데, 이러한 조형은 민화에서도
찾기 어려운 예이다. 사자는 주로 기린, 용, 거북, 학 등의 서수와 함께 등장하는데, 호랑이도 서수도에 포함되는 예가 있기 때문에, 이 그림은
호작도(虎鵲圖)인 동시에 서수도(瑞獸圖)인 이중적 성격의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영수도6폭병풍(靈獸圖6屛風)
77.0×41.0 지본채색 20세기 전반 계명대학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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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갖는 특징만을 과장하여 도식적으로 그리는 민간 화도도의 전형적인 그림이다.
심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는 봉황은 암수의 구분마저 어렵고, 잉어와 해 · 매화 해는
연관성 없는 별개의 화제가 하나의 화면에 그려져 있다.
옅은 먹선에 황(黃) · 적(赤)색의 안료를 주로 하고, 부분적으로 녹(綠)색을 사용하였지만, 모든 채색이 옅게 칠해져
마치 수채화 같은 느낌을 준다. 시골 어느 집에나 걸렸음직한 질박한 민간화의 모습을 잘 전해준다.
● 인용서적 : 부산대학교 『행복이 가득한 그림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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