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미술
Greek Art Nigel Spivey
<1편>
「예언자의 두상」,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의 동쪽 페디먼트, 460년 경 BC,
대리석, 올림피아고고학박물관
우리는 그리스 미술가의 삶이나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서명(署名)으로 몇 명의 이름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스 작가들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내려면 초기 문학 작품을 읽으며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제18권에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이자 '은빛 발'의 여신 테티스(원래 바다의 님프인
네레이스 가운데 한 명으로 헤파이스토스의 생명을 구해준다-옮긴이)의 행적이 적혀 있다.
아킬레우스가 친구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려고 하자, 테티스는 그를 보호해줄 갑옷을 구하러 나선다.
테티스의 모성애는 타고난 신성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테티스는 갑옷 제작을 인간에게 맡기지 않고 올림피아의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주문해버린다.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갔을 때, 마침 그는 작업중이었다. 몸집을 컷지만 절름발이에다 천식환자였던 헤파이스토스는
그을음에 잔뜩 더렵혀진 채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장간의 열기와 혼돈 속에서 테티스는 기적을 보게 된다.
헤파이스토스가 만드는 연회용 그릇은 바퀴가 달려 자유롭게 움직이는 일종의 삼발이 로봇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테티스는 이보다 더 신기한 것을 요구했다.
테티스가 부탁한 갑옷을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묘사하기 위해 호메로스는 문학적인 정열을 불사른다.
"천둥 번개 같은 풀무질"이나 "불타오르는 담금질"이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보아, 갑옷은 청동보다는 철재였던 것 같다.
하지만 호메로스의 글로 갑옷의 재질을 정확히 짚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호메로스를 탓할 필요는 없다.
아킬레우스에게 줄 방패에 들어간 장식을 그려내는 호메로스의 필력은 실로 정열적이고 장중하기 때문이다.
「양각된 방패」, 크레타 출토, 키프로스나 소아시아에서 수입된 것으로 추정,
8세기경 BC, 청동, 지름 27cm, 헤라크리온고고학박물관
호메로스는 방패가 다섯 겹의 청동판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썼다. 동심원으로 된 원형 방패는 육중했지만 장식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우선 헤파이스토스는 방패에 우주의 이미지를 그려넣었는데, 여기에는 삶과 삼라만상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고 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이 소우주에 두 도시를 펼쳐 보여준다. 하나는 평화로운 도시이다. 결혼식이 열리고 축제가 벌어지고
여인들은 문 앞에 모여서 구경한다. 말다툼이 일어났지만, 위엄 있고 노련한 법관이 법정에서 이를 잘 해결 한다.
그 다음 헤파이스토스는 전쟁에 휩싸인 도시를 보여준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가운데 성벽으로 창이 날아든다.
전투 장면 묘사에 탁월한 호메로스는 이 장면도 능수능란하게 묘사했다. 우리는 대조적인 이 두 도시를 벗어나
좀더 부드러운, 아니 보다 리듬감 있는 그림을 접하게 된다. 여기에는 경작에서 추수까지농촌의 한해살이가 그려져 있다.
시인 호메로스는 헤파이스토스가 밭 가는 모습을 어떻게 그려넣었는지 설명한다.
그는 "장식이 그려진 부분은 금이지만" 밭고랑 하나를 매고 나서 농부들이 달콤한 포도주로 목을 축이자,
"방패는 진자 밭처럼 검게 변했다"고 하면서 "이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한다. 헤파이스토스는 계속해서 방패에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