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5
이 산 저 산
이 산 저 산 꽃이 피면 산림풍경 너른 곳
만자천홍(萬紫千紅) 그림병풍 앵가접무(鸚歌蝶舞) 좋은 풍류
세월 간 줄을 모르게 되니 분명코 봄일러라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네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 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綠陰芳草) 승화시라 옛부터 일렀으니
작반능선 답청 놀이며 피서임천에 목욕구경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면 또한 경개(景槪) 없을 쏜가
상엽홍어 이월화라 중양추색 용산음과 한로상풍(寒露霜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은 어떠하며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천산비조 끊어지고 만경인종 없어질 적 백설이 펄펄 휘날리면
월백설백(月白雪白) 천지백(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일레라
그렁저렁 겨울이 가면 어느덧 또 하나 연세는 더 허는디
봄은 찾아왔다고 즐기더라 봄은 갔다가 전년에 오건만
이내 청춘은 한번 가고 다시 올 줄을 모르는가
어와 세상 벗님네들 인생이 비록 백년을 산데도
인수순약(人壽瞬若) 격석화(擊石火)요
공수래 공수거를 짐작하시는 이가 몇 몇인고
노세 젊어 놀아 늙어지며는 못노느니라
놀아도 너무 허망이 하면 늙어지면서 후회되리니
바쁠 때 일하고 한가할 때 틈타서
좋은 승지도 구경하며 할 일을 하면서 놀아보자
판소리 단가의 하나로 사계절 풍경의 변화에 따라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다.
「사절가(四節歌)」 또는 「사철가」라고도 한다. 또한 “이 산 저 산 꽃이 피면”으로 시작하므로
「이 산 저 산」이라고도 부르는데, 단가는 첫 구절을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단가가 중국의 인물이나 고사를 엮어 사설을 짜는 데 비해
이 단가는 대부분 평이한 우리말로 엮어져 있고, 약간의 한시 구절만 인용하고 있다
. 꽃, 녹음, 황국단풍, 백설 등을 보면서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끼는 감상을 쉬운 일상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비교적 근래에 나온 작품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작가나 창작 연대는 알 수 없다.
일제강점기 정정렬 명창이 「사절가」(Victor KJ-1019)를 녹음한 적이 있으나 아직 음반이 발견되지 않아
이 곡과 동일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근래에는 김연수가 녹음한 「사시풍경」(1969)이 있으므로
현재는 그가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상현이 부르는 것은 김연수와 사설이 같으나
‘인수순약격석화(人壽瞬若擊石火)’와 같은 어려운 한문구를 빼고,
곡조도 계면화시켜 부르기 때문에 더욱 대중적으로 널리 불린다.
단가는 본래 평조나 우조로 짜는 데 비해 요즈음 부르는 「이 산 저 산」은 계면조로 짜여 있다.
이는 판소리가 전반적으로 계면화 되어 가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백과사전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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