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산(童石山) 240m, 지도상에는 석적막산(石積幕山)으로 표기
◆ 전남 진도군 지산면
◆ 천종사 ~ 종바위 ~ 칼날능선 ~ 애기업개잔등 ~ 헬기장 ~가학재
~ 같은봉 ~ 처녀봉(큰애기봉) ~ 질마재 ~ 세방선착장
◆ 8 km, 약 4시간30분
◆ 2009. 2. 10 (화) 흐림
천종사 주차장(들머리)
천종사 하경
동석산 "나이프리지" 중 최대의 난코스
칼날을 피해 왼편 아래쪽으로 우회하는게 여러모로 상책(?)
지나와서 돌아본 "나이프리지"
(중간부분, 사진상엔 보이지 않는 낮은 부분의 칼날 부분이 난제중의 난제)
이어지는 암릉
이 부실한 로프 한 가닥에 몸을 맡기고 요행을 바라기엔...
저 멀리 눈에 들어오는 처녀봉(큰애기봉)
지나온 암릉
어느덧 암릉이 끝나고 백소사나무 군락 속으로
기상예보는 분명 "맑을 것"이라 했거늘
그리하여 조망에 잔뜩 기대를 걸었건만 ...
큰애기봉의 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오고
당겨본 세방마을
큰애기봉 전망대에서
왼편 저 멀리 동석산에서, 이 곳 큰애기봉까지
날머리 만세~~~!
- 날머리의 입간판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
일찌기 중국인들은 등정황산 천하무산(登頂黃山 天下無山)이라 하였다.
그러나 여기 엄연히 천하제일등산로(天下第一登山路)가 있다.
높이 280m로 고도는 낮지만 주변에 더 높은 산이없어 정상코스에 오르고 나면
주옥같은 섬의 파노라마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등산로 노선은 마재, 처녀봉(큰애기봉), 같은봉, 가학재, 애기업개재, 태산봉, 삼불제석봉, 종굴,
천종사순으로 이어지며, 등산로 길이는 8km이며, 산행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이다.
전 구간 산행내내 다도해의 수려한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데,
완도, 보길도, 구자도, 추자도, 조도일원, 우이도,신안군도는 물론,
날이 청명하면 제주도와 흑산도도 보인다.
그리고 특기할 것은 분재목으로 유명한 백소사나무가 만산에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강원도 고성에 삼일포가 있다면 진도 제일 등산로에는 오월포가 있다고 했다.
세방선착장과 건너편은 해산봉(251.0m)의 돔바위
보배로운 섬의 화신
바닷물에 떨어진 동백
왼편 멀리는 지력산(328.1m) 능선
갯돌로 만든 기둥이 도열한 민박집 내부
쥔장께서 안내한 주방 내부
앞의 섬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주지도(손가락 섬)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는 혈도(공도)
바위섬과 낚시꾼들
손가락 모양의 주지도, 발가락 모양의 양덕도, 구멍뚫린 혈도, 부처형상의 불도,
사자가 부복한 형상의 광대도 등을 일러 "가사군도"라 부른다.
내심, "세방낙조"라고도 불리우는 이 가사도 낙조를 카메라에 담길 기대했건만
웬수같은 해무가 온종일 해를 가리는 바람에 ...
(위는 전망대에 붙어있는 안내 사진을 카피한 것이다)
(역시 안내 사진 카피)
울돌목 진도쪽에 세워진 이순신 상
진도대교
울돌목의 거센 물살
최소 여덞시간 이상은 꼭 걸어 주어야만 직성이 어느 정도 풀리고
또 그래야만 산행이다 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부류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허나 세상사 어느곳에도 예외는 있는 법이다.
다도해를 대표하는 곳,
보배로운 섬 진도의 동석산을 오르고나면,
대략 십중팔구 사람들은 산행 거리와 시간에 대한 관념을 수정치 않은 수 없게 된다.
"그래~~ 거리가 다소 짧기는 해도 모름지기 산이란 이런 맛이 있어야 해~~~"
까마득한 시절에 올라본 '동석산'.
언제부터인가 자꾸 눈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리바이벌 해야할 때가 왔다는 뜻.
차가 도착한 곳은 "천종사 주차장'.
내심 "아랫심동마을"을 들머리로 삼길 기대했으나
노장들이 주류를 이루는 관계로 안전위주의 천종사 코스를 선택하게 된 모양.
들머리의 나무계단하며,
바위에 볼트를 박아 걸어놓은 고리형 손잡이,
위험한 칼날능선 코스에 고정시켜놓은 로프 등...
과거 도저히 전문 장비 없이는 접근이 어렵던 시절은 이제 그만 잊어주시라.
격세지감이 느껴지고 있는건 분명한데도,
어쩐지 한편으론 다소의 아쉬움 이랄까?
기왕지사 '안전확보'를 위한 거라면 좀 더 성의있고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이 정도 해 놓은 것에도 충분히 감동, 감사 하면서도 말이다.
가장 위험한 코스인 칼날 부분은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내고
아랫쪽으로 우회하여 돌아가자니 괜시리 벨(?)이 뒤틀린다.
이어 마주한 "침니코스"
부실한 나일론 로프 한 가닥이 내려와 있었지만,
또다시 우회하려니 오기가 꿈틀.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장갑을 낀 다음 로프을 당기는데 너무 미끄럽다.
얼마만큼 올랐을까?
순간 오기가 사라지고 평정심이 회복되면서
뭔가 다소 껄쩍지근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법. 미련없이 후퇴하기로 결정.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았지만,
겨우 겨우 출발지점으로 다시 내려와 암릉을 우회한다.
뒤따르던 동행자께서,
작년에 당신도 이 곳에서 무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쳐 한참을
고생했다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느덧 짜릿하기만 했던 암릉 코스가 끝이나고,
이어지는 평이한 큰애기봉 코스.
큰애기봉엔 처음 올라와 보는데, 정상에다 넓다란 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가만보니 저 유명한 세방낙조를 감상하는데 최고의 조망처가 아닌가...?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 사이로 떨어지는 해넘이에 온 몸을 맡기는 순간
우주만물의 근원과 행적이 모조리 시(詩) 였다는 사실을
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막힌 장소이자,
또그리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
오늘은 비록 틀렸지만
내 언제고 큰애기봉에 다시 찾아와 "가사군도"의 벌건 낙조를 꼭 눈에 담고 말리라.
굳세고 골기(骨氣) 힘찬 동석산을 배경으로 들어선 절 이름은 천종사(千鐘寺).
절 뒷쪽 바위 절벽에 수도하기에 알맞은 장소가 하나 있다.
그 자리에서 정진 하노라면
불어오는 바람결에 물경 일천개의 종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종석산 화산암 짜릿한 칼날능선에 올라
귓전에 들려오는 일천개의 종소리를 가슴에 품고
처녀봉(큰애기봉)으로 이어가서 다도해 최고의 낙조를 감상 할 수만 있다면
세상천지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으리라 감히 확언 할 수 있다.
이 보다 더 큰 행복을 찾아 헤맨다면
그건 욕심이 과 한 정도가 아니라
북망산천이 뒷통수에 가까이 와 있다는 사실을 이해 해야 마땅할 터수다.
메마른 가슴에 물길을 내고,
굳어진 뇌의 경색을 풀어주려면,
가끔씩
'일락서산'(山)이나 '일락서해(海)등을 눈 앞에 펼쳐 놓고
지나온 삶을 반추해야 한다.
삼라만상이 온통 붉게 합일되는 순간.
너와 나, 그리고 세상만사의 아름다움은 보다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때때로,
기막힌 장소에서, 최고의 해넘이에 심취 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천수(天壽)를 지키는 확실한 요령이자,
꼴도 뵈기 싫은 염라대왕을 멀리할 수 있는 절대 비책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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