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2 12:21
* 전남 해남 두륜산 * 대흥사주차장 - 대흥사 - 진불암 - 만일암터 - 구름다리 - 두륜봉 - 구름다리 - 만일재 - 두륜산(가련봉) - 오심재 - 북암 - 대흥사 - 주차장 (원점회귀) 5시간30분소요 *2006, 9. 21 목요일 00산악회와 함께 |
대흥사의 역사를 증언하는 고승대덕의 부도밭
경내에 들어서 바라본 두륜산 |
진불암 마당에 널린 탱자
울창한 동백림 속에 자리한 진불암에
진불암 추녀 자락에 내 걸린 가을하늘
두륜봉에서 바라본 모습인데 시야가 좋지 않습니다
가련봉이 건너다 보이고..... |
구름다리 ( 그 옛날 홀로 이 구름다리를 달빚 속에 건너본 추억이......)
가을 여심이 억새 속으로....... |
저 마다 가을 사색에 젖어서.......
남창 들녘과 완도 일원의 바다에 시선을 던집니다
오심재 일원의 억새에 시선을 떼지 못 합니다
북암 마애여래좌상이 집 밖으로 나 앉은 모습
산을 내려와 큰절을 바삐 지나는데 초의선사께서 어딜 그리 바삐 가느냐고 역정이십니다 |
하늘 한번 올려다 볼 것을 권합니다 |
그제서야 선사의 글귀도 눈에 들어옵니다. |
가을의 색상은 이미 우리곁에 다가와 있었습니다
시나브로 우리 곁에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가을을 일러 “차 끓이기 가장 좋은 계절” 이라 했던가요?.........
통상적으로 가을을 마중하려면 위도 상 위쪽으로 올라가야겠지만 나는 지금 반대로
남쪽으로 내려가 대흥사 일주문을 들어서고 있습니다.
갑자기 완도 앞 바다를 건너 두륜산을 휘감는 가을바람의 느낌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지요.
가을은 시간의 흐름을 가장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인지라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뒷짐을 지고 있다가는 그 붉음과 정열의 포로포즈에 화답할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 하고
말리라. 하여 늘 머리를 맑게 비워두고 하시라도 떠날 채비를 해두어야만 하리라.
그리하여 세월 한 자락을 스치는 바람 끄트머리라도 잡아서 내 곁에 두고 이 세상에 나서
오고 간다는 것의 의미를 한번쯤은 곱씹어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살갗에 와 닿는 서늘함을 너무 사랑해서인가?
두륜산 가을 처녀의 치맛자락을 스쳐 불어오는 바람결이 한 없이 부드럽다고 느끼면서
대흥사 경내를 지나 한참동안 산길을 올라 진불암 마당으로 들어서 마당에 널린 탱자
열매를 봅니다. 이어 암자의 처마 끝으로 위를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진청색의 하늘이
펼쳐져있습니다. 노란 탱자열매와 추녀에 내 걸린 하늘색을 보면서 확실히 가을이 왔음을
깨닫습니다,
깊고 깊은 산 중에서 확철대오를 노리는 수행자에겐 한없이 죄송천만한 말씀이오나
수행이 별거랍니까?
암자 마당에서 가을이 왔다는 사실 한 가지만이라도 느꼈다면 우리네 산꾼 들에겐 그게
곧 깨달음이요 큰 수확이 아니겠습니까? 진불암 자락에 늘어 선 진녹색 동백 이파리를
뒤로 한 채 급경사 너덜 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뻥 뚫린 구름다리위를 지나 암릉을 올라 훠히훠히 시선을 보냅니다,
여기 저기 감상에 몰두하고 있으려니 오찬에 동참하랍시는 일행의 재촉이 빗발칩니다.
허나 식사 따윌랑은 전혀 관심이 없으나 어이 하리, 문득 일행 중 난초미녀님께서
선물하신 배낭 속의 두견주를 시음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소 과한 정상주를 털어 넣고 나서야 비로소 하경 감상 정리에 들어가는데.........
산 너머 남창 들녘에는 완연한 누런색의 단장이 눈에 들어오고 해남과 완도 일원의 바닷가
모습이 희뿌연 모습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옆으로 눈을 돌리니 가야 할 가련봉을 위시한
기기묘묘한 암릉과 저 아래 연화부수의 화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큰 절의 모습도 아련합니다.
전체적으론 시야가 너무나 탁 해서 원경의 모습은 자세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아쉬운 모습
입니다만 뭐 그런 게 그리 큰 대숩니까?
자고로 여인네나 산이나 보일똥 말똥에 더 가슴이 설레는 법 아니겠습니까??!!!
정상을 지나 오심재에 이르니 가을의 전령사를 자임한다는 억새의 물결이 이 거칠기만 한
사내의 맴 까지 하늘거리게 만들고 있었으니 동행한 가을의 여심들은 하물며 더 무어라 진정
시킬 수 있단 말인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내림 길로 재촉하여 북암에 들어서는데 거대한
마애여래좌상이 바윗덩어리인 채, 마치 나신인양 집이 없어진 모습으로 밖에 나와 있는 모습입니다.
언젠가 저 마애불의 위쪽 부분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이 발견 되었노라는 애길
들은 적이 있었고, 주위에 많은 건축 자재들이 널려있고 목수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아서, 아마도
이를 계기로 완전 해체하여 마애여래좌상이 들어 앉을 건물을 다시 세울 요량이 아닌가 합니다.
일행들은 진즉에 아랫 절로 내려가고 말았는데 나만 홀로 이 마애여래좌상 앞에 서서
고교시절 이 곳에 올라와 처음으로 마애불을 대했던 감동을 떠 올려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감동에다 지금의 모습을 오버랩 시켜가며 석공의 정 끝 선을 하나하나 따라 가다보니
절로 흥이 샘솟고 까딱 잘못(?)하다간 신심마저 솟아날 지경입니다.
그리고, 감상하는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가노라니 빛의 굴절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의 여러 개의
마애불을 볼 수 있는 행운도 덤으로 얻게 됩니다.
문득 정신을 수습 부지런히 산 아래로 내려가 큰 절 경내를 지나는데 초의선사의 좌상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무얼 그리 바삐 가느냐고 힐책 하는 듯............... !
허 소치를 완당에게 보내어 그림의 대가 반열에 이르도록 했고 막역지우였던 추사와 더불어
조선의 학문과 문화와 예술 사상사의 뼈대를 세워 오늘 같은 난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좌표를
제시한 인물이자 차와 선이 다르지 않다는 다선일여의 세계를 설파한 불가의 고승이 아니던가?
선사의 힐책에 급한 마음을 거두고 연못가에 다가가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을 보며 그제서야
주위을 둘러보는 여유도 가져봅니다.
가을에 들어서야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게 있는데 바로 그게 차나무 입니다.
산천이 탈색되어가는 이 가을에 이르러서야 향기를 내 뿜어 자기 본래 면목을 내 보인다는
차나무, 한국 차의 성지와도 같은 두륜산에서 제데로 된 향기로운 차 한 잔의 사색도 없이
일정에 쫓겨 바삐 떠나려니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그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하산주로 이성을 마비시킨 체 차에 올라 석양의 두륜산을 빠져
나와 저잣거리로 떠나는 이 얼치기의 뒷통수에 두륜산 사자후가 들려옵니다.
" 이 노~~우~~움, 얼치기야, 바쁜 척 하는 위선일랑 저 떨어지는 석양에 제발 던지고 가거라................"
메밀꽃 두륜산을 보니 너무 반갑네요
구름다리도 여전히 거기에 있고요 헬기장에서 구름다리로 올라가는길목에 억새가 휘날리는군요 오심제에서 자주 두륜산을 산행했었던일이 추억처럼 스쳐지나가는군요 탱자는 왜 저렇게 많이 말려놓았을까요? |
2006-09-22 14:15: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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