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23 01:44
노란선인장 |
일월비비추
아파트 입구 편지함 속에 새가 둥지를 틀었답니다 거기에다 세심원의 변동해 선생이 써 붙여놓은 글귀 |
녹색의 장원을 배경으로한 장독대
강기욱 선생께서 거주하시는 광산구 임곡소재 애일당
화순 쌍봉사 앞에 자리한 작가 정찬주 선생의 창작 산실 "이불재"를 위의 변,강 두 내외를 앞세우고 들어섭니다. |
도예를 하신다는 선생의 안주인께서 빚은 작품
작가 정찬주 선생의 장편
안 표지에다 서명을 해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나는 지금 작가 정찬주 선생을 만나러 화순 쌍봉사 앞에 위치한 서옥(書屋) 이불재(珥佛齋)를 찾아가고 있는 길이다. 온 산천을 소리 없이 씻어주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가? 휘감는 안개 사이로 보이는 산천의 모습이 유달리 깨끗하게 느껴진다. 쌍봉사가 위치한 사자산 뒤쪽으로 난 새 길을 따라 운무에 쌓인 계곡을 내려서노라니 때마침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관념 산수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이상향을 떠 올리게 한다. 마침내 작가의 서옥이 눈에 들어오고, 한쪽 문만 젖혀진 대나무 삽작문을 들어서노라니 때마침 마당가에 피어나 촉촉하게 젖은 모습의 백합이, 진한 향기로 나그네를 맞는 가운데 정찬주 선생이 나오셔서 일행들과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집안 여기저기를 보여 주신 후 찻방으로 인도되는데 문 위를 쳐다보니 이불재(珥佛齋)라는 당호가 걸려있다. 솔바람으로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굳건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누구의 작명인가를 물으니, 작가 자신이 직접 당호를 지었다는 말씀. 집안으로 들어서니 창작의 산실답게 수많은 서적들과 자료들이 즐비한 모습에다 방바닥엔 찻상이 좌정하고 있고, 각종 찻봉지들이 팽주의 손길을 기다리는 품새를 봐서 한 눈에도 대단한 차 애호가임을 느끼게 한다. 자, 드디어 찻물이 끓고 차가 우려져 잔으로 옮겨진 다음, 두 손으로 받쳐져 얼굴로 가져 가니 향기가 머리로 올라와 우선 눈부터 맑게 하는구나. 다음으로 혀에 올려져 목을 타고 가슴으로 흘리는 동작을 거듭 하노라니 온 몸에서 더운 기운이 느껴지고, 어젯밤, 쏟아 넣었던 음료(?)의 해독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듯........ ! 다소나마 차려진 정신으로 다담이 시작되는데........ “북쪽을 향한 곳에다 지은 제비집을 보셨나요?” ‘아뇨, 보지 못 했는데요’ 하면서 추녀를 바라보니 제비집이 보인다. 그때서야 이 집이 북향으로 지어짐을 알 수 있었다. 지형 상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이겠지만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고 자연스러움이 느껴진 건 아마도 흐린 날이어서 빚의 각도를 볼 수 없었을 게다. 내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샘터라는 잡지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후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내 놓은 책들은 대부분 불교를 테마로 한 작품이었고 (나를 찾는 암자 여행, 선방 가는 길,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 등....) 작가와 독자로서 소위 코드(?)가 맞아서인지 부지런히 신간을 읽으며 다음 책을 기다리곤 했었다. 얼마 전엔 경봉 큰스님의 이야기를 다룬 “야반삼경에 촛불 춤을 추어라” 라는 장편이 발표되었고 나오자마자 한달음에 읽어 내려갔었다. 이곳 쌍봉사 앞으로 거처를 정 하고 창작 활동을 시작 했노라는 애길 진즉에 들어 왔으나 연이 닿질 않아 찾아가질 못했는데 오늘에야 세심원의 변동해 선생 내외와 애일당의 강기욱 선생 내외를 앞세우고 찾아가게 된 것이다. 찻방에 앉아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와 함께, 내 주시는 차를 덥석덥석 받아 마시면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니 중국 대나무 분재와 난 분 등이 내리는 비를 흠뻑 받아 마시면서 생기를 더하고, 잔디밭 너머로 이어진 산의 색상은, 초록 빚 윤기를 더 해가는 형상이다. 이윽고 차의 메뉴가 덖음차 에서 발효차로 바뀐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엔 발효차의 진가가 나오는 법이죠” 그래서 그런지 발효차의 향 여운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이런 저런 애기 중에 작가의 산실은 어떤 곳이 좋은가? 라는 대목에 이르는데...... “작가가 머무는 곳은 너무 경관이 화려하거나 튀는 곳은 적당치 못 합니다. 이유인즉,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곳은 아주 적지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곳 사자산 쌍봉사 주변은 너무 화려하지도 튀지도 않고, 인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가계 하나도 있을 턱이 없으니, 조용해서 정신을 집중하기엔 그만일 거라는 느낌. 주위 풍광이 너무 수려한 가운데서의 글 따위는 혹시 째째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당신의 쓰신 책을 가져 오셔서 직접 서명까지 하신 다음 건네주신다. 물론 진즉에 읽어 본 책이지만 이런 영광을 선사하심에 그저 황송할 뿐 이었다. 표지에 들어있는 글귀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이왕 세상에 나왔으니 한바탕 멋들어지게 살아라!” 대자유인 경봉 큰스님의 말씀이 죽비로 다가옴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밖으로 나와 처마 밑에 선 다음, 고개를 돌리니 내리는 비와 안개에 휘감긴 쌍봉사의 모습이 가히 환상적인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집안을 지키는 진돗개 세 마리의 작명이 예술이로구나. 문수와 보현 그리고 지장이라는 보살님 대접을 받고 있었는데, 쌍봉사가 가까이 있어 부처의 특별 배려를 받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로다..........! 돌아오는 길에 지석강을 건너면서 생각에 잠긴다. 요즘 정찬주님의 “하늘의道” 라는 작품이 인터넷신문 프레시안과 화순군 홈피에 연재 되고 있는데 아마도 조광조의 발길을 더듬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곳 능주와 지석강이 흐르는 화순땅에서 개혁을 이루고자 발버둥 쳤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불을 뿜고 있으니 모두가 한번씩 일독을 해야 할 터.................. 저 멀리 무등의 모습이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건 왜 일까? 아마 이불재에서 작가와 나눈 다담이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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