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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묵방도담

K-스피릿 제주 (2)

《와흘 본향당》

제주인들의 신앙처인 '본향당' 가운데 하나이다.

굳게 잠긴 문과 돌담 신록으로 뒤덮인 어두컴컴한 모습에서 쉽사리 다가서기 어려운 포스가 느껴진다.

'본풀이'를 새긴 비석.

제주의 모든 신당에는 그 내력을 말해주는 '본풀이'가 있다고 한다.

제주신들을 일부 나열하자면, 토착신, 외부의 문명을 갖고 온 신,

힘으로 눌러앉은 신 등이 여러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고.

각종 소지와 물색천이 나무마다 어지럽게 걸려 있다.

《서정승 따님 신위 비》

제주 신당의 원조는 '송당 본향당'으로 송당 본향신인 금백주의 아들 18명과 딸 28명이

각지로 흩어져 당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 와흘 본향당은 송당 본향단의 열한번째 아들인

백조 도령이 이곳 서정승 댁 따님과 혼인하여 처신妻神으로 삼은 신당이라고.

본향당을 지키는 여러 형태의 수목들.

이 중에는 신령스런 형태의 두 그루 팽나무가 신목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단으로 조성된 제단.

《백조 도령 본향 신위비》

 서정승 딸이 임신 중 입덧으로 돼지털을 그슬려 그 냄새를 맡았다는 부정 탓을 이유로,

함께 상을 받을 수 없다고 저만치 물러나 있게 했다는 이유를 들어

 신단을 별거 중인 모습으로 제단을 따로 모시게 되었다고.

그러나 제주에서는 항상 남신보다 여신을 더 존귀한 존재로 여긴다.

 

와흘리 옆 동네 《세미 하로산당》 가는 길.

'세미 하로산당'은

2005년 '제주민속자료 제9호'로 지정된 다섯 개 신당 중 하나이다.

해묵은 팽나무와 그 아래 모셔진 제단.

제주의 신당神堂인 본향단本鄕堂은 300여 곳으로 추산된다는데,

와흘 본향당을 비롯, 송당 본향당, 수산 본향당, 세미 하로산당, 월평 다라쿳당 등이

제주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고.

'세미 하로산당'의 '세미'는 '샘'이라는 뜻이고' '하로산'은 '한라산'을 이름하는 것으로

세미 하로산당은 세미마을(동회천)의 본향신 금백주의 18명 아들 중 하나가 좌정한 것이라고 하며

혹은 여덟번째, 혹은 열두번째 아들이라고도 한다고.

여러 갈래로 어지러히 가지를 펼친 팽나무 가지에서 신의 춤사위가 연상되지만

그 외 비석을 비롯한 아무런 시설등이 없는 것으로 보아 소위 신들의 영험한 끗발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

제주 4·3 犧牲者慰靈碑

제주 4·3사건을 모르고선 제주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론.

절대 과거의 일로 치부될 수 없는 사안이기에 '과거사 정리'가 꼭 필요 했던 대목.

이 제주도민 학살사건으로 희생된 사람의 숫자가 자그만치 약 2만에서 3만 명에 이르는데

이는 제주도민의 10분의 1에 이르렀다는 사실.

이 사건은 한국전쟁으로까지 이어졌음도 꼭 기억해야....

《회천 세미마을 석인상》앞에 들어 선 화천사華泉寺

제주에서 남성들이 따로 지내는 동제를 포제라 하는데 이 '포제'를 지내던 자리를 절이 차지하고,

석인상을 돌미륵으로 둔갑시켜 버린 것. 또 석상에 '석불열위지신石佛列位之神'이라 새겨놓아

유교의 흔적까지 또 그렇게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이 대웅전 뒷편에 '회천 세미마을 석인상'이 자리한다.

《회천 세미마을 석인상》

이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새해 첫 정일丁日에 육류를 쓰지 않는 제를 올리고 있다고.

이 다섯 석인상 들의 그야말로 제주적인 해학과 무속이 결합된 모습은

보는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그리 크지 않은 얼굴 형태의 돌을 골라 

거기에 약간의 이목구비만을 적용한 형태.

세련미는 커녕 조형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적용되지 않은

너무도 민초적인 친숙감에 오래오래 더 시선이 간다.

보는대로 느끼고 감상하면 그 뿐, 아무런 제약이 필요치 않아

더욱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되려 준수함까지 느껴지는 까닭은...?

제주 최고의 설치 미술이라고 해서 전혀 하자 없을 듯.

이런 미감은 결코 자주 느끼고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삼성혈三姓穴

삼성혈 숭보당과 전사청

고을나(高乙那) · 양을나(良乙那) · 부을나(夫乙那)의 세 신인(神人)이 솟아났다는 구멍이다.

세 신인은 수렵생활로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살다가 오곡의 씨와 송아지 · 망아지를 가지고 온

벽랑국(碧浪國, 또는 日本國)의 세 공주를 각각 맞이하여 혼인하고

농경생활을 시작하여 삶의 터전을 개척한 인물들.

삼성혈 주위로 수령 오백여 년 이상의 노송을 비롯,

조록나무, 녹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전설적 분위기와 함께

신하가 읍揖 하듯 노목들이 혈 쪽으로 수그러진 모습이다.

삼성혈은 세 구멍으로 되어 있는데, 구멍은 품자(品字)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둘레가 6자이고 깊이는 바다까지 통한다고 하며, 나머지 두 구멍은

둘레가 각기 3자인데 오랜 세월이 흐름에 따라 흔적만 남아 있다.

위쪽 구멍은 고을나, 왼쪽 구멍은 양을나, 오른쪽 구멍은 부을나가 솟아난 곳이라고. 

제주 아이덴티티의 상징같은 유적이라 해야할 터.

삼성혈이 성역화된 것은 중종 때 제주 목사를 지낸 이수동에 의해서였고,

이어 숙종과 영조 연간에 제를 봉행했다고. 정조가 여기에 '삼성사三姓祠'라는 사액을 내렸는데

고종 때 사우祠宇 철폐령으로로 수난을 당하다가 1889년부터 전사청 · 삼성전이 중건되어 오늘에 이른다고.

 

삼성전三姓殿

전사청에 좌정한 신원대사

삼성혈 입구 좌우를 지키는 돌하르방.

침묵의 권위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도 친근미를 잃지 않는 작품이라는 평.

제주의 오리지널 돌하르방 47기 중 가장 멋진 작품으로 꼽는다고.
키가 234센티미터로 가장 키가 큰 작품이라고.

약간 고개를 돌리고 노려보는 품이 제법 무섭다는데 내가 보기엔 그저 구여울 뿐.

 

 

인용: < 유홍준著<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 /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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