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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묵방도담

K-스피릿 제주 (3)

옛 제주성터

제주 올레길 17코스를 따라 중인문로에 이르는 산지천 길.

한라산을 내려온 맑은 물이 아름답게 흐르는 구간이다.

물가 바윗돌에 세워진 석인상(?)

동문시장 일대를 휘젓고 다니다 당도한 곳은...

《한라산漢拏山 산천단山泉壇》 

 

엄청난 크기의 곰솔(해송) 군이 시선을 압도한다.

산천단은 제주대학교 뒤편 소산봉(소산오름) 기슭에 자리한다.

본디 제주인들은 탐라국 시절부터 해마다 정월이면 백록담에 올라 산신제를 올렸다고 한다.

고려 고종 40년(1253)에는 아예 나라가 주관하는 제례로 발전했고 이후 조선왕조에 들어서도

제주목사는 이 제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헌데 한겨울 한라산은 눈도 엄청 내리고 추운데다

제물을 지고 오르다가 얼어죽거나 부상자가 속출했던 모양.

산천단 유래에 관한 저간의 사정은 아래와 같다.

산천단 구역 제일 안쪽의 곰솔이 가장 오랜 수명을 이어온 듯.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묵은 곰솔 여덟 그루가 산천단 구역을 호위하고 있는 형국.

천연기념룰 제160호로 지정되어 있다는 곰솔의 평균 수고는 30미터에 이른다.

둘레는 4.5미터로 우리나라 소나무 중 가장 키가 큰 개체라고.

 

'목사 이약동 선생 한라산 신단 기적비'라는 육중한 비가 세워진 모습이던데

이 고즈넉하고 성스러운 공간에 과연 어울리는 처사인지,

글쎄올씨다...!

이 비석들 역시 그리 오래된 것 같진 않지만 그나마 크기가 아담한 모습.

산천단으로 들어서는 구역 양 옆으로 선 곰솔

이 역시 예의 읍揖하는 형태이다.

장대한 곰솔과 오름을 배경으로 자리한 산천단의 공간감은

결코 귀신의 영역이 아닌, 대저 이땅의 민초들을 위한 휴식의 공간이 아닐런지...

곰솔과 산신전에 올리는 신원 대사의 예.

산천단을 조성케한 이약동 목사에 관한 선정은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세금을 감면토록 조정에 건의한 사실부터 백성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심지어 이임 시 자신이 쓰던 말 채찍까지 내어 놓았다는. 그리하여 세월이 흘러 그 채찍이 좀 먹고

부서지니 화공으로 하여금 그 채찍의 형상을 그려 놓았다는 제주인들의 미담 등이 차고 넘친다.

진정 제주를 사랑하는 최초의 육지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러 형태의 소담한 비석 군.

오래되어 보이는 제단이다.

이 제단은 규모를 갖춘 형태이다.

맨 안쪽의 곰솔은 세월의 이력 때문이지 목질부가 썩고 구부정한 나무 형태때문인지

엄청난 H빔의 조력을 받아 간신히 나무 형태를 유지해가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K-스피릿 도담 차 제주에 내려온 두 분을 이자리로 안내한 것.

아마도 여 산신께서 신원대사께 전활 걸어

일포장님을 바꿔달라는 품새.

여산신의 수준(?)을 가늠해 보시는 듯. ㅋ~

 자연과의 교감과 사색의 특급 공간이었던 산천단에서의

평화로운 시간들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터이다.

 

해설 참조: 유홍준 著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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