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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축제·전시·공연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

 

금환낙지(金環落地) 구례 운조루 고택(求禮雲鳥樓古宅)

 

 

 

유서 깊은 고택에서 열리는 박정선 명창의 <전주 대사습 장원 10년 기념> '적벽가' 발표회.

 

 

 

 

 

 

 

 

박정선 명창의 고명 딸 새아 양의 사회.

 

 

 

 

 

 

 

운조루의 상징 타인능해(他人能解) 쌀 뒤주.

 

 

 

 

적벽가(赤壁歌)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중 적벽 대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물의 성격 변용 등,

여러가지 재창조 과정을 거쳐 판소리 사설로 엮은 적벽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웅혼함이 강조되기에 대체로 남성 창자의 소리를 떠올리지만,

여류 창자들의 소리도 나름 감상할 맛이 난다고 해야겠다.  

 

 

 

 

여류 명창이신 오늘의 주인공 박정선 명창의 특기이자 장기인 '적벽가' 무대.

삼고초려(진양-우조), 고당상(高堂上, 진양-계면조), 서름타령(중중모리-계면조), 군사조련(자진모리-우조), 남병산 제단(중중모리 또는 자진모리-우조), 자룡이 활쏘는 데(자진모리-우조), 적벽강 싸움(자진모리-우조·계면조), 새타령(중모리-계면조), 장승타령(중중모리-평조) 등으로 구성된 내용 중에서 오늘은 약 두 시간에 걸쳐 '적벽대전' 이전까지를 들려 주신다는 설명.

 

 

 

 

전통 타악의 고수: 김규형 선생.

지난 2014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종교평화회의' 무대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반가운 얼굴.

 

 

 

 

 

 

 

 

 

 

 

 

 

 

 

 

〈적벽가〉에 뛰어났던 명창으로는 송흥록·모흥갑·주덕기·박만춘·박유전·박만순·정춘풍·박기홍·김창록·서성관 등이며,

근세에 〈적벽가〉로 유명했던 사람은 김창룡·이동백·정정렬·장판개·조학진 등이 있다.

 8·15해방 이후로는 임방울·김연수·박동진·박봉술·한승호·정권진 등이 있다.

 

 

 

 

 

 

 

 

 

 

 

 

유성준이나 송만갑이 부르던 동편제 〈적벽가〉는 임방울·김연수·정광수·박봉술 등에게 이어졌는데,

 본래는 군사 설움부터 시작하는 이른바 〈민적벽가〉였다고 하며, 보성소리 〈적벽가〉는 

박유전-정재근-정응민을 거쳐 정권진 등에게 이어진 것으로, 강능 피난과 장판교 싸움이 없다고. 

한승호의 〈적벽가〉는 이날치-김채만-박동실로 이어진 서편제 소리이다. 

현대에는 본래 삼고초려가 없던 〈적벽가〉까지도 삼고초려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앞부분을 새로 끼워 넣었기 때문이라고.

 

 

 

 

 

 

 

 

 

 

 

 

 

 

 

 

 

 

 

 

 

 

 

 

 

 

 

 

〈적벽가〉는 전통적으로 충의를 노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당성이 결여된 권력에 의해 전쟁에 동원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중들의 한과 이에 대한 항의와 풍자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평판.

 남창 위주인 〈적벽가〉는 현대 판소리의 여성화 추세로 인해 전승 탈락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사실.

 

 

 

 

 

 

 

 

 

몇 가지 어휘 풀이

*적벽 대전(赤壁大戰) : 조조가 유비, 손권의 연합군과 양쯔 강의 적벽에서 벌인 전투.
*병노즉장위불행(兵老則將爲不幸) : 내용을 고려하면, ‘병루즉장위불행(兵淚則將爲不幸)’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움. ‘병사가 눈물을 흘리면 장차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뜻.
*고당상학발양친(高堂上鶴髮兩親) : 학처럼 머리가 센 부모님. 고당은 부모님이 계신 집을 이름.
*호천망극(昊天罔極) : 어버이의 은혜가 하늘과 같이 다함이 없음.
*출문망(出門望) : 문밖에 나와 바라봄.
*의려지망(倚閭之望) : 문에 기대서 자녀나 배우자가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림.
*엄토(掩土) : 겨우 흙이나 덮어 간신히 장사를 지냄. 또는 그 장사.
*골폭사장(骨曝沙場) : 모래밭에 뼈가 노출되어 있음.
*창황분주(蒼黃奔走) : 마음이 너무 급하여 이리저리 바쁘고 수선스러움.
*추병(追兵) : 추격하는 군사.
*반생반사(半生半死) : 거의 죽게 되어 죽을지 살지 모를 지경에 이름.
*도탄(塗炭) : 진구렁에 빠지고 숯불에 탄다는 뜻으로, 몹시 곤궁하여 고통스러운 지경을 이르는 말.
*근근도생(僅僅圖生) : 생활이 곤궁하여 겨우겨우 살기를 꾀함.
*형산백옥(荊山白玉) : 중국 형산에서 나는 백옥이라는 뜻으로, 보물로 전해 오는 흰 옥돌을 이르는 말.
*생문(生門) : 팔문(八門)의 하나. 구궁(九宮)의 팔백(八白)이 본자리가 되는 길(吉)한 문임.
*사문(死門) : 점술에서 다루는 팔문(八門)의 하나. 구궁(九宮)의 서남쪽에 있는 토성이 본자리가 되는 흉(凶)한 문(門)으로 저승의 문.

 

 

 

 

 

 

 

 

‘적벽가’의 ‘군사 설움’ 대목에 나타난 민중 의식

‘군사 설움’ 대목은 적벽 대전이 일어나기 전날 밤에 조조의 군사들이 제각기 고향의 부모와 처자를 이별한 설움과 애틋한 사연들을 늘어놓은 부분이다. ‘적벽가’는 영웅들의 무용담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대목에서 볼 수 있듯이 민중들의 한과 이에 대한 저항과 풍자를 통해 지배층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아울러 나타냈다.

 

 

 

 

 

 

 

‘적벽가’와 ‘삼국지연의’ 비교

 

 

 

 

 

 

 

‘적벽가’에 나타난 비장미(悲壯美)

비장미는 골계미, 숭고미, 우아미와 더불어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미적 범주의 하나이다. 비장미는 어떤 인물이 처한 강력한 장애와 같은 객관적 상황에 대한 정서적 반응에서 발생한다.
‘적벽가’에 드러나는 비장미는 부모와 아내, 자식들과 이별하여 언제 돌아갈지,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을지 알 수 없는 일반 군사들이 설움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영웅으로서 느끼는 비장미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적 삶에서 기대하는 정상적인 생활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혀 발생하는 비장미라고 할 수 있다.

 

 

 

 

 

 

 

 

 

 

 

 

 

 

 

 

 

딱 봐도 활 시위를 당기는 것임을 알 수 있으시겠죠?

 

 

 

 

 

 

 

 

오늘의 관객들 수준은 한 마디로

모두 귀명창에다 실제로 판소리를 공부하는 이가 대부분인 듯.

 

 

운조루에서의 깊어가는 가을 밤.

 

 

 

오늘과 같은 무대에 어찌 잠시의 해찰이라도 끼어들 틈이 있겠습니까!

 

 

 

 

 

 

 

'군사 설움' 대목에 이르니 이제서야 목이 제대로 풀리신 듯...!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아먼 그라제 그렇고 말고~~~

 

 

 

 

 

 

 

 

 

 

 

 

 

 

 

 

 

 

 

 

 

 

 

 

<삼국지연의>를 떠올린다면 지금 무슨 대목인지 감이 오시죠?

 

 

 

 

 

 

 

박정선 명창의 옹골찬 통성이 고택 운조루를 들썩이게 합니다.

 

 

 

쉼 없이 밀고 당기는 가운데 어느덧 활화산 같은 두 시간의 무대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판소리 무대의 쥐락 펴락은 고수의 염량에 좌우된다는 사실도 모두 잘 아시죠?

머나먼 전라도 구례 땅까지 왕림해 주신 우리 전통 타악의 대가 김규형 선생님께도 크나의 감사의 예를 드립니다.

 

 

 

 

 

 

 

 

무대 연주를 마치자 다리가 굳어 쉬 일어 서시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다가가 도움을 드리는

창자와 고수의 아름다운 모습은 참으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단풍이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와 불을 지른 형국의 밤.

청아한 가을 서정이 금가락지를 토해 낸 운조루 마당에 온통 가득했습니다.

두 분 선생님의 혼신을 다한 열정이 운조루 문화뒤주를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조선 최고의 예술이자 세계 문화인들의 격찬을 받는 우리 판소리.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보다 몇 배 더 소중한 이 시대의 살아 있는 보물에 대한 안목.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야 말로 정녕 작금에 우리나라가 가장 필요로 하는 국운융성의 해법은 아닐런지....?

 

 

 

 

 

※ <적벽가>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은 '백과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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