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을 출발,
바람같이 달려 그야말로 출발 5초 전에 간신히 올라탄 KTX.
자정을 지나 당도한 정읍역.
짠한 모습으로 쥔을 기다린 물방개에 올라 백양사 역 앞에 이르니,
사진상의 커피숍에 아직도 불이 켜 있는 모습.
문을 열고 들어 서자니,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음색과 파워가 단박에 느껴지는데...
다가가 보니 이건 뭬야....?
세상에! 이런 깡촌에 도대체 어울리기나 한단 말인가?
각종 음향 시스템의 조합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님을 한 눈에 알아보겠는데...
귀쟁이들의 그 예민한 세계를 어찌 필설로 다 주절거릴 수 있으리오.
보고, 만지고, 들여놓고, 시집 보내고, 어느쯤엔가는 또 갈아치워야 하는 숙명의 터널인 것을...
귀를 후비고 또 후벼봐도 만족의 세계는 벌써 저만치 달아나 있고,
또 다른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을 때는, 또 다른 고수가 내 앞길을 가로막는 귀쟁이들의 업보.
대충 눈에 들어 오는 조합만 일별해도,
퀘이사 / 캔우드 / 파이오니아 / 도시바 / 마란츠 / 데논 / 알텍을 비롯한 몇 종류의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혀~~엉 워짠 일이쇼, 이 시간에... 한양 갔다 오시는 길?"
그래, 근데 이건 다 뭐냐?
"대충 믹싱 마무리 단계인데 한 번 들어보실라우?"
이 조합이라면 클래식 정도는 들어 줘야 어울릴 것 아니냐?
"알것습네다. '파가니니' 어떠슈?"
아암!~~ 조쿠말공~~
니콜로 파가니니(1832)
파가니니 / 칸타빌레 라장조 MS 109
Nicolo Paganini (1782-1840)
Sarah Chang, 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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