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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그림과 문장들


그림과 문장들


지은이 / 허 윤 선



그림을 보면 실제로 있는 곳을 힘주어 눈에 새기곤 했다.

언젠가는, 저 아름다운 그림을

단지 공기만을 두고 바라볼 거라고.


어른이 되자 그곳에 갈 수 있었다.

앙티브의 작은 미술관부터

모두가 줄을 서는 커다란 박물관까지

실제로 본 그림은 먼저 크기로 다가왔다.

손바닥처럼 아주 작기도 했고

너무 커서 뒷걸음을 치기도 했다.


그림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또한 하나의 그림일 뿐이기도 했다.

글미을 좋아하고 상상하던 시간이

그림을 마주한 시간보다 길었다.

어쩌면 그림을 향했던 신기루 같은 시간이 내게는 더 달콤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이야기는 분명 존재했으나

그러나 그림은 내게 다른 말을 건네고 있었다.

어떤 그림을 볼 때면 책이 떠올랐다.

그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책들.

인생의 비밀을 속삭여 주던 말들.

가장 외로운 순간 기댈 수 있었던 행간들.


이 책은 그림 앞에서 떠올린 문장이다.

나는 다만 그림의 말을 들었고

책으로 답했을 뿐이다. 내가 사랑한 모든 책들이, 대신 답을 해주었다.



.............................



- 프롤로그 중에서 -









장 레옹 제롬, <피그말리온과 갈라데이아>

1890년 경, 캔버스에 유채, 89 × 68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

너무나 많은 시작이 있었으므로

끝이란 것은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것이었고

또 아름답게만 생각되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백 살이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다.


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









애벗 세이어 <천사>

1887, 캔버스에 유채, 92.1 × 71.4cm, 스미소니언 미술관



그녀는 여전히 너무나 아름답고 예뻤다.

하지만 그녀는 마르고 모든 것이 창백해 보였다.

마치 긴 병을 앓고 난 사람 같았다.

처음에 이 오랜 친구는 그녀를 동정할 뻔했다.

그러나 열심히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멜랑콜리한 이마가 풍기는 깊은 고요는

동정심보다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조르주 상드, 《폴린느》










오귀스트 르누아르, <잔 사마리의 초상>

1877, 캔버스에 유채, 46 × 56cm, 푸슈킨 미술관



내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해 본다.

너는 그보다 더 예쁘고 더 화창하구나.

모진 바람 5월의 꽃봉오리  떨구고

여름철은 너무나 짧은 것을.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18>









프레더릭 레이턴, <타오르는 6월>

1895, 캔버스에 유채, 119 × 119cm 푸에르토리코 폰세



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갑시다.

고요한

꿈속으로,

미끄러지듯- 밤이라 불리는

훌륭한 화덕 안

두 덩어리 반죽으로,

그러곤 아침이면

깨어납시다.

둥그스름한

황금빛 빵 두 덩이로!


하우게, <잠>










카날레토, <베네치아 대운하 입구>

1730 경, 캔버스에 유채, 49.5 × 72.5cm, 휴스턴 미술관



기차를 타고 육로로 베네치아 역에 들어오는 것은

뒷문으로 궁전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처럼 배를 타고, 난바다를 거쳐 도시에 들어와야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게 된다고 생각했다.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클로드 모네, <생 라자르 역>

1877, 탠버스에 유채, 75.5 × 104cm, 오르세 미술관



나는 항상 어떤 장소들에는 자력이 있어서

그 부근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면 사람을 그곳으로 끌어당긴다고 믿었다.

그것도 의구심을 품지 않도록 은밀하게.

비탈길, 햇볕이 내리쬐는 보도 혹은 그늘진 보도여도 충분하다.

아니면 소나기가 내리는 보도든지.

그러면 그 자력은 당신이 좌초하기로 되어 있는 지점으로

정확히 당신을 데리고 간다.


파트릭 모디아노,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휘종, <상서로운 학>

1112, 비단에 채색, 51 × 138.2cm, 요녕성 박물관



때론 친구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자주 생각합니다.

이 고장에서 지내는 것이 힘에 겹습니다.

다시 바닷가모래 사장을 뛰어다닐 수 있을 때가 되면

저는 너무 늙어 있겠지요.

10월이 되면 제가 선생님을 만난 지 13년이 됩니다.

그러니 이렇게 적어도 되겠지요.

선생님의 오랜 친구,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존 화이트 알랙산더 <레럴딘 러셀>

1902 - 03, 캔버스에 유채, 153 × 94.1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는

꿈꾼 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에드가 드가, <연습실의 세 무용수>

1873, 캔버스에 유채, 22 × 27cm, 드 가네이 콜렉션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애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구스타보 카유보트, <창가에 서있는 청년>

1875, 캔버스에 유채, 117 × 82cm, 개인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기형도 <여행자>












루이스 조플링, <청과 백>

1896, 캔버스에 유채, 123.5 × 86cm, 레이디 레버 미술관



"난 결코, 램지 부인이 될 수 없지만 나 자신일 수는 있겠지요."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버트 리드, <여름날의 소녀>

1896, 캔버스에 유채, 92.7 × 83.2cm, 개인



"세상에서 젊음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단연코 없다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존 조지 브라운, <사이더밀>

1880, 캔버스에 유채, 76.2 × 61cm, 테라 미국미술재단



확실히 사과는 과일 중에서 가장 고귀한 과일이다.

가장 아름답거나 가장 날랜 자가 그것을 갖게 하자.


헬리 데이비드 소로, <야생 사과>









빌헬름 함메르쇠이, <젊은 여자의 뒷모습이 있는 실내>

1904, 캔버스에 유채, 60.5 × 50.5cm, 라네스르 미술관



나는 이집에서 혼자였다.

나는 이곳에 갇혀 지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탄생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장 베로, <피아노 옆에서>

1880, 패널에 유채, 35 × 27cm, 카르나발레 미술관



"당신의 외투는 좀 낡았군요. 하지만 누가 그런걸 상관이나 하나요?

그 때문에 당신이 저녁식사에 초대받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초라하게 입었다면,

아무도 저를 초대하지 않았을 거예요.

여자가 초대를 받는 데는 인간성만큼이나 옷차림이 중요하니까요.

옷은 배경이자 기본 바탕인 셈이죠.

물론 옷차림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누가 추레하게 입은 여자를 좋아하겟어요? 여자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언제나 예쁘고 멋지게 차려입으라는 요구를 받지요.

만약 자기 스스로 품위를 유지할 능력이 없으면,

반드시 누군가와 제휴해야 하고요.


아디스 워튼, <기쁨의 집>










프란츠 마르크 <푸른 말>

1911, 캔버스에 유채, 84.5 × 112cm, 뮌헨 랜바흐하우스 미술관



그 뒤에도 죽음은 계속해서 아이들의 두 눈을 지그시 눌러버렸다.

언제나 마음으로부터 보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아이들은 죽음이 찾아오면 거울을 가려야만 했다.


미하엘 엔데, <달을 쫓다 달이 된 사람>











메리 카사트 ,<편지>

1890 - 91, 종이에 동판화, 34.6 × 22.8,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저를 전혀 알지 못하시는 당신에게....

이따금 눈앞이 캄캄해지곤 합니다.

어쩌면 이 편지를 끝내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게 남은 힘을 다해서 일생에 단 한 번

당신에게 보내는 이 편지를 써내려 가고자 합니다.

저를 전혀 알지 못하시는 당신에게.


슈테판 츠바이크,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존 싱어 사전트, <에드워드 달리 보이트의 딸들>

1882, 캔버스에 유채 222.5 × 222.5cm, 보스턴 미술관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러나 시간은 또한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것.

모든 사람들. 우리를 증오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또 고통.

심지어 죽음까지도 파괴하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간은 우리들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상喪과 모든 고통의 원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미셀 투르니에, <외면일기>









찰스 커트니 커란, <수련>

1888, 캔버스에 유채, 45.7 × 81.3cm, 테라 미국미술재단



"인생이, 인생이....."

그녀가 더듬었다.

그러나 인생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 파티>










모리트 폰 슈빈트, <아침시간>

1858, 패널에 유채, 40 × 34cm, 샤크 미술관



세상으로부터의 첫 선물은 하나의 쉴 공간이며,

그 다음으로는 평평한 탁자와 침대가 선물로 주어진다.

가장 행복한 사람에게는 침대를 함께 나눌 누군가가 주어질 것이다.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에두아르 마네, <철도>

1873 경, 캔버스에 유채, 99.3 × 114.5cm, 피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그러나 테스는 아직까지도 희망에 가득 찬 삶의 고동이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픈 기억 같은 건 묻어 둔 채 외딴 곳에 가서 살면 행복해질 것 같았다.

모든 과거와 슬픔을 잊을 길은 그것들을 깨끗이 매장해 버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말로트 마을에서  떠나는 도리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마스 하디, <테스>










귀스타브 카유보트, <한련>

1892, 종이에 수채, 과슈, 연필, 개인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물 한 잔과 장미 한 송이>

1630경, 캔버스에 유채, 21.2 × 30.1cm, 런던 데이트 갤러리



"미토르니히 조르겐."

유태어를 모를까봐 말해주겠는데,

그건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또 사랑하고 있으니까.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베르트 모리조, <소파에 앉은 자매>

1869, 캔버스에 유채, 52.3 × 81.3cm,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행복이 제기하는 문제의 당혹스러움은 행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소수,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쁨을 내색하지 않고 홀로 기쁨 속에 머무르기보다는 자신의 불행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그렇게 해서 타인의 관심을 끌기를 훨씬 더 좋아한다.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펠릭스 발로통, <공>

1899, 판지에 유채, 61 × 48cm, 오르세 미술관



그런데 어느 날 그의 기대와는 달리 기억들의 질서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기억들이 모두 존재하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사귄 여자 친구를 찾아보려고 할 때 그는

개간되지 않는 땅처럼 펼쳐진 유년시절을 만나게 되고,

개가 물어뜯어 놓은 신발 한 짝을 보게 되겠지요.


카롤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유험한 책






이암, <꽃과 새, 강아지>

1499, 종이에 채색, 44.9 × 86cm, 호암미술관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한허리의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개 더리고 호이호이 희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백석, 창원도 -  <남행시초>









폴 알베르 로랑, <화가 가족의 초상

1923, 캔버스에 유채, 165 × 184cm, 오르세 미술관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다.


루시안 프로이트






칼 라르손, <구석에서 공부하는 에스바욘>

1881, 캔버스에 유채, 42 ××45cm, 피렌체 현대미술관



내가 호기심으로 탐색하는 것, 꿈과 쾌감과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것.

사춘기의 그 거대한 비밀은 잘 보호된 어린 시절의 평화로운 행복감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클로드 모네, <새앝드레스의 정원>

1867 × 129.9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하늘도 바다도 한낮의 고요에 빠져들었다.

아스라이 하얀 선으로 보이는 칸 시가지조차도

산뜻하고 차가운 빛깔의 신기루처럼 보였다.

울새의 가슴처럼 하얀 돛단배가 밧줄을 뒤에 매단 채

더 멀고 더 짙푸른 바다에서 해안으로 들어왔다.


F.스콧 피츠제럴드, <밤은 부드러워>











렌스 알마 타데마, <봄>

1894, 캔버스에 유채, 179.2 × 80.3cm, 게티 미술관



모든 것은 우리와 함께 뒤섞이고,

심연 밖에서 만나면 터지는 황금의 웃음

단 하나의 계절을 위해 벌거벗은 물과 불

우주의 얼굴에 저무는 것은 없다.



폴 엘뤼아르 <나이는 없이>









샤롤 프랑수아 도비니, <햇빛 비치는 개울가의 풍경>

1877, 캔버스에 유채, 63.8 × 47.9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 이튿날 일어나 보니, 날씨가 거짓말처럼 개어 있었다.

그리고 비에 잦은 흙 내음이 주변으로 은은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를 끓인 다음, 올리베티 타자기와

종이 한 묶음을 들고 정원의 자두나무 아래에 있는 탁자로 갔다.

그러곤 곧장 나의 첫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소설은 나의 영원한 친구,

연애 소설을 읽던 노인에 관한 이야기다.


루이스 세풀베다,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선상 파티에서의 점심>

1881, 켄버스에 유채, 129.5 × 172.7cm, 필립스 미술관



행복한 사람은 의미를 따지지 않으며, 그냥 살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삶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지 않고 인생을 즐긴다.


한스 크루파, <영원과 하루>









알베르 오귀스트 푸리, <아포르에서의 결혼식 만찬>

1886, 캔버스에 유채, 245 × 355cm, 루앙 미술관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

그 능력은 얼마간의 유쾌함, 사랑, 그리고 서정성 같은 것이다.

그것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찬사를 받지도 못하며,

돈도 들지 않는다. 고개를 높이 들어라.

한 조각의 하늘, 초록빛 나뭇가지들로 덮인 정원의 담장, 멋진 개 한 마리.

떼를 지어가는 어린아이들, 아름다운 여성의 머리 모양.

그 모든 것들을 놓치지 말자.


헤르만 헤세, <작은 기쁨>









장 베로, <상젤리제 대로 글로프 빵집>

1889, 페널에 유채, 38 × 53cm, 카르나발레 미술관



진정한 삶의 길 중간에서, 일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우리는 그토록 많은 빈정거리는 말과 슬픈 말로 표현된

암울한 우울에 감싸였다.


기 드보르










폼페이 프레스코화, <꽃을 꺾고 잇는 풀로라>

1세기경, 스타비아이에서 발굴된 벽화의 부분,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당신은 지금 조용한 신부

조용함과 느슨한 '시간'의 걸음에 키워진 아이

우리들의 시보다도

더욱 화려한 꽃 이야기를 전하는 숲의 이야기꾼.


존 키츠,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









보티첼리, <프리마베라>(봄)

1482경, 패널에 템페라, 203 × 314cm, 우피치 미술관



생명과 애정의 원천인 태양은,

환희로 넘실대는 대지위에 사랑의 불길을 쏟아 붓는다.


아르튀르 랭보, <태양과 육체>









아우그스트 마케, <마케의 정원>

1911, 캔버스에 유체, 80 × 70cm, 베스트도이체 란데스방크 미술관



"내가 생각하는 완전한 행복이란

저녁이면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올 걸 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온종일 햇볕 따가운 정원에 앉아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거예요.

매일 저녁 그 사람이 올 거라고요."


애니타 브루크너, <호텔 뒤락>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

1897, 캔버스에 유채, 129.5 × 200.7cm, 뉴욕 현대미술관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불루, <사막>









프랑수아 제라르, <프시케와 에로스>

1798, 켄버스에 유채, 186 × 132cm, 루브르 박물관



우리들에게 만일 충분한 세계와,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요, 당신의 수줍음도

죄가 되지는 않을 거요.

우리, 앚아서 어느 길을걸을까 생각합시다.

우리들의 긴 사랑의 하루를 보낼 방법까지도.


앤드류 마블, <수줍은 연인에게>










제시 윌콕 스미스, <유년기의 일곱 시기> 중 (첫사랑)

1909, 종이에 혼합재료, 54.6 × 39cm,



모든 사랑은 등 뒤에 유토피아를 만든다.

이 보잘것없는 파트너 관계의 근원도 행복과 노래로 넘쳐나던 아득한 옛날에

있다. 그러한 시작은 이제 꽁꽁 얼어붙은 경직된 순간으로 바뀌어

그 여인의 가슴속에 간직된다.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끔찍하게 타락하고 변해버린 지금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시간이 존재한다.


보토 슈트라우스, <커플들, 행인들>








구스타프 클림트, <헬레네 클림트의 초상>

1898, 판지에 유채, 60 × 40cm, 개인



조제가 그에게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프랑수아즈 사강, <한 달 후, 일 년 후>










제임스 티소, <작별>

1871, 캔버스에 유체, 100.3 × 62.6cm, 브리스틀 미술관



나의 생애는 그것을 마치기 전에 두 차례 끝났다.

다만 뒤에 남아 있는 것은 '불멸'이 나에게

또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는지 보는 것뿐이다.


에밀리 디킨슨, <이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점심식사 후>

1879, 캔버스에 유채, 81.3 × 100.5cm, 슈태델 미술관



때때로 저녁 늦게, 식탁에 앉아 있을 때,

그녀가 복숭아 껍질을 벗겨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서 씹기 전에

입술로 조심스럽게 음미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볼 때면,

요엘은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모스 오즈, <여자를 안다는 것>









폴 들라로슈, <그네 타는 소녀>

1845경, 패널에 유채, 69 × 52cm, 낭트 미술관



당신의 머리칼은 어떤 왕국

암흑이 그곳의 왕

당신의 이마는 날아가는 꽃입니다.


E.E. 커밍스, <당신의 머리칼은 어떤 왕국입니다>









안데르스 소른, <깨어남, 파리 클리시 대로>

1892, 종이에 수채, 36 × 24cm, 개인



여자는 아직 몸을 곱송그리고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몸 위를 쓰다듬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듯한 푸른 눈을 뜨고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

"일어났어요." 그에게 그녀가 말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미소를 짓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텐비드 허버트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사랑>










로렌스 알마 타데마, <나에게 더 묻지 말아요>

1906, 캔버스에 유채, 80.1 × 115.7cm, 개인



사람이 만일 영원히 취하는 것이라면

술에 사랑에 또한 싸움에 취하는 것이라면

나는 아침에 일어나지 않겠어요.

밤에 잠자리에도 들지 않겠어요.


알프레드 하우스면, <사람이 만일 영원히 취하는 것이라면>











앙리 마티스, <타박 로얄>

1943, 캔버스에 유채, 62.2 × 77.5cm, 래스커 컬렉션



그날 이후 수많은 , 숱한 세월이

소리 없이 흘러 지나가 버렸다.

그 자두나무들은 아마 베어져 없어졌을 것이다.

사랑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너는 나에게 묻는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나는 너에게 말하겠다.

하지만 네가 무슨 뜻을 품고 있는지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정말로 끝끝내 모르겠다.

내가 언젠가 그 얼굴에 키스를 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브레히트, <마리아의 추억>











찰스 버튼 바버, <소녀와 개들>

1893, 캔버스에 유채, 91.5 × 71.5cm, 레이디 레버 미술관



나는 누가 나보고 어른이 다 됐다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그렇게 말한 뒤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시키기 때문이다.


르네 고시니,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임득명, <높은 곳에 올라 꽃을 감상하다>

1786, 종이에 채색, 24.2 × 18.9cm, 삼성출판박물관



시는 고민 걷어가 때로 붓을 잡았고

술은 가슴을 적셔줘 자주 잔을 들었지


권필, <희제>











우타가와 요시카즈, <외국인 저택의 요리>

1860, 니시키에 판화, 34.3 × 22.9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제 걱정은 마세요. 몽상가들이 그렇듯이,

저도 그럭저럭 이곳 식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그분 멋대로 행동하십니다만,

저는 그분이 요리해내는 그런 이상한 생각들을 다 따르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지낼 겁니다.

좋은 방도 하나 구했습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











김홍도,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18세기, 종이에 채색, 30.1 × 46.1cm, 간송미술관



뜨거운 여름 볕에 푸른 고양이

가볍게 안아 보니 손이 가려워,

털 조금 움직이니 내 마음마저

감기 든 느낌처럼 몸도 뜨겁다.


키타하라 하쿠슈, <고양이>








샤를 프랑수아 도비니, <봄의 풍경>

1862, 133 × 240cm,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아무리 격심하게 격리된 하루를 보낸 뒤일지라도

탁 트인 하늘을 뒤로하고 나는 당신에게 돌아간다.

내가 소망해 마지않는 당신 몸에 실리는,

내 피로와 내 머리의 무게를 통해 당신은 나를 느낀다.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Drifting Clouds - Band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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