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8 22:46
아들녀석의 논산훈련소 입소식에 따라갔습니다.
때려잡자 ㅇㅇㅇ, 무찌르자 ㅇㅇㅇ 등의 극악스런 구호는 모조리 사라지고
상호존중이나 인사말과 예절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환송나온 친구와 부대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 |
지 누나도 입소식에 따라왔네요 |
길게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를 보면서 잠시 지난 날을 돌아봅니다.
군악대의 환영 연주 |
북소리는 역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우측의 사회자를 보더니 딸아이가 아이돌 그릅 멤버라고 하네요
삼촌의 입영에 따라온 듯한 이쁜 꼬맹이 빤히 쳐다보길래 한 컷.
열창을 하는 모습들 |
입영하는 친구를 따라와서 같이 한 곡조.. |
입소식에 환송나온 아들녀석의 친구들 |
군 시절 힘들 훈련을 마치고 행군하여 부대로 귀환시
군악대의 연주가 들려오면 다시 힘이 솟곤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애비와 진한 포옹을 끝내고 대열로 뛰어가는 아들녀석의 뒷모습
입소식 행사 |
입소하는 아들녀석을 따라 부대에 들어가 입소식을 구경하는 것이나
어떤 것을 찍어도 전혀 제지 하지 않는 세태가 참으로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로
군이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했습니다.
귀로, 고속도로를 피하고 전주까지 국도로 내려오면서 여기저기 기웃 기웃... |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국보 289호)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 ! ........... ? .......... 분명, 안내자는 안으로 들어가라는데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여 정문 앞을 멀찌감치 지나쳐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운다. 여기는 논산 훈련소 신병입소 부대 앞 풍경. 한참을 걸어 부대 앞에 당도하니 자가용 승용차들이 줄지어 부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 민간인이, 그것도 자가용을 끌고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마구 부대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군에 갈 때의 경험과 사고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도 접수도 어려운 그야말로 젊잖은 표현을 빌리자면 “dog판 5분 전”, 풍경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한단 말인가.? 잠시 눈을 흐리자니 33년 전, 내가 입소하던 때가 떠오른다. 1968년 김신조로 대표되는 북한의 124군 부대가 청와대를 까러 와서 온 나라를 발칵 뒤 흔들어 놓은 사건 이래로, 날만 새면 목총을 하나씩 깎아들고 제식 훈련에다 총검술에다 화생방에다 군에서 하는 훈련 그대로 금�이라도 김일성이 쳐 내려올 듯 그야말로 공부는 뒷전이었으니 군에 들어갈 즈음에는 이미 기초 군사 훈련을 모두 끝낸 셈이라고나 할까? 지금의 무등경기장에서 어머니와 작별하고 열을 지어 광주역에 도착 입영 전용 열차에 오르는 순간이 바로 군 생활의 시작이었었다. 애누리 없는 삼년, 햇수로 사년의 고달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기만 한데....... 입소 시간에 맞춰 점심을 한 그릇 먹이고 부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면서도 어쩐지 영 어색하기만 하다. 옛날 나 때완 너무나 판이하고 막말로 군대가 이래도 되는가 싶어서이다. 별로 긴장감 같은 건 찾아 볼 수도 없고 마치 무슨 축제 한 마당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입소식을 앞두고 노래자랑 한판을 벌이는데 모두들 스스럼없이 랩에서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노래를 뽑아대고 심지어는 어른들까지 나와서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자니 달라진 것 들에 대한 느낌이 서서히 오기 시작한다. 달라진 세태에 대한 결정판. 드디어 입소식이 펼쳐지면서 팡빠레가 울리고 연대장님에 대한 경례와 함께 훈시가 시작되는데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연대장이 여자............ ?? !! 띠~~~~~~이~~~~~~용 ~!@#$%^&***** 2007년 논산훈련소 입소식. 열을 지어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들 녀석을 뒤로하자니 고개가 좌우로 절래절래 흔들린다. 33년 전의 군 생활이 머릿속에 화석이 되어있는 내겐 모든 것이 충격의 연속이었기에 말이다. 녀석이 두고간 휴대폰이 빤히 날 쳐다보는 늦은 이 시간. 인큐베이터 속을 간신히 탈출한지가 엊그젠데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떠난 내 아들 김진웅 부디 열심히 군 생활을 하기 바라며 제대 하는 날에는 씩씩한 대한의 남아로 거듭 나길............ |
한병인 머리 깍아 놓으니 세상에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나 저렇나 어쩌면 되죠? 가끔씩 아버지 술한잔 하실대 군말 없이 모시고 가던 충실한 아이가 국가의 부름을 받아갔으니 조금 서운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세요. 이년여 후에는 더없는 장정이 되어 돌아 오겠지요? 요번주에는 형님에게 소주한잔 올려야 하겠습니다. 서운한 맘 접어 버리시고 편한 잠 주무세요 |
2007-10-08 23:0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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