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고 싶어서이냐,
아님 문명인이기를 포기한 거냐는 둥........! 주변의 끊임없는 공갈과 협박, 그리고 마침내는 물러설 수 없는 결정타
“ 담뱃값 인상 결정공고 ”
아 ~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 엄청난 스텐레스(?)에 시달리다 , 마침내는 찢어지는 가슴과 참담함으로 38년을 사랑해 왔고 내 정신세계를 무한 고양 시켜주었던 님과의 이별을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방법은 ~ 최대한 단순 무식하게. 날짜는 ~ 인상일 수주 전. (그나마 덜 비참 할 거라는 자존심)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애증의 강을 건넜던 님과의 이별 여행길.....
아버지의주머니 속 '진달래' 한 개비로 시작. 화엄사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종주에 함께한 '백양' 한 개비 한 개비 줄어들 때엔 마음을 졸였었지!
벽소령 달빛을 받으며 “ 고독, 그거 한 근에 얼마지? 통천문을 지나 개미 한 마리 없는 정상에 서서 일출을 기다리며 한 대 입에 피워 물고 중얼댔었지!
“저 구름 아래 자빠져 자고 있는 중생들이여~~~
이 기분 아실랑가나 모르겄소“
카사블랑카의 연기 자욱한 카페 ,그리고 피아노 연주, 악당을 처치하고 총구에 불어대는 아란랏드의 시가 연기 속에서 담배에 대한 나의 확신은 굳어만 갔었지 !
아 ~ 님이시여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 하겠노라고.......!
집행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
단순 무식 이외 그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다는 금연, 헌데 이것이 금단현상 이라는 괴물이런가 ? !!!
하늘은 노랗고, 울렁거리고, 길바닥이 흔들리고, 잠도 않오고, 짜증나고, 그야말로 자진모리를 동원해서도 다 못 주워 담을진저.....
아 ~~~~~ 점잖은 마우스로 차마 할 수 없는 한 마디.
독한 넘이시여, 그대 이름은 성은 금이요, 이름은 연가씨라!!!!!
수개월이 흐른 오늘도 딱 한 대면, 모든게 정리될 것 같은데........
앞서의 모든 것은 사족에 불과한 결정적인 계기.
얼마 전 “야생차에 대한 소고‘ 속에 나오는 죽마지우와의 산행을 마치고, 내린 결론이 금연이었습니다. 헐떡이는 내 모습을 보고
“ 어이 친구 이제 그만 내려 갈까? ” “나는 끊은 지 삼년째라네”
그 친구에게 억지로 담배를 배우게 했던 부끄러운 모습의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소싯적, 추억에 젖어 장성 남창골, 할렐루야 기도원 주차장에서 봉우리 하나를 올려 보고 있습니다.
가는봉 오는봉 그 시절엔 그렇게 칭했습니다. 지도상의 공식명은 가인봉.
지금 바라보고 있는 코스론 한번도 오른 적 없는 초행이라 길을 물으니, 기도원으로 들어가 개집이 널려있는 산자락으로 곧장 붙으면 된다는 설명에 다리를 건너 기도원으로 들어서려니 생각나는 한 가지,
예전 한때 이곳이 과수원 이었었고, 앞서 애기한 죽마지우와 공동으로 이 땅을 매수 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바 기도원으로 바뀐 오늘의 모습에 잠시 상념에 젖어 보는데.......
계단으로 이루어진 초입, 여기저기 눈에 띄는 개집, 그런데 전혀 개 짖는 소리로 없고, 조용하기만 한데, 가까이 가서 문을 열어보고서야 알 수 있음을 !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기도실이라, 내 앞서 올라가던 여인이 들어가 문을 닫자마자 들리는 큰 소리,
주여 ~~~~~~~~~~~!
내려오는 또 다른 여인에게 인사와 함께 묻는 말,
'기돗빨 좀 있습디까 ? '
“ 암요, 쥑입니다, 아조 쥑여요”
그만큼 산세가 염험하다는 뜻이렸다 !!!
아닌게 아니라 상봉의 바위 하며,이어지는 스카이라인, 뭔가 소원을 빌면, 한 소식 굴러 내려올 것도 같은데,...
나도 이참에 소원 하나 빌어보자.
"요단강을 건너 머나먼 이곳 가인봉 까지 왕림해주신 예수님이시여 지금 이 가파른 비탈을 오르려 합니다.
부디 부디 금연의 효과를 볼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개 집,
아니, 일인 기도실과 노천 형태의 기도좌대가 한 동안 이어 지더니 철탑 십자가 출현, 멀리서도 잘 보이게 높고, 네온도 넣었구나.
아~ 암 ! 시각적인 면도 기돗빨에 한 몫 할터, 고려해야 하고말고, 아 ~ 암 !
다 ~ 좋은데 왜, why, 산을 못살게 하며, 나만 잘 살게 해 달라는지...... 슬슬 열을 받는데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듯...!
“ 백성아 ~~~ 수업시간에 너는 융통성 개론을 빼 먹었구 나우 ~~나우~~ 나우~~~~ ”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슨지,스텐레슨지에 있다고 했던가....? 생각을 털어내며 고개를 드니 어느새 슬슬 주위 풍경이 눈 아래로 오는데, 며칠 전에 메모리 용량도 올렸겠다, 여분의 밧데리도 있겠다. 무신 걱정,
뷰파인더에 부지런히 눈을 갔다 대다 보니 동행한 후배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왼쪽 눈은 망막염으로 거의 애꾸 수준에 남은 시력마저 엉망 인지라 액정은 보이지도 않고...
얼마나 올랐을까 ? 고로쇠액을 채취 하느라 곳곳에 널린 비닐 주머니와 호스. “아하 이제야 알겠구나 왜 남창골을 산불예방 이랍시고 통제 하는지”
울창한 굴참나무와 낙엽을 뒤로 하다보니 어느새 상봉의 암벽에 도달 마지막 힘을 내어 기어 오르니,
아 ~~ 일망무제라 !!!!!!!!!
눈을 들어 남쪽을 향하니 병풍산과 한재골, 불태산, 북으로는 백암산 상왕봉과 연봉들, 동으로는 저 멀리 순창의 회문산이 보이고, 서로는 남창골, 입암산, 갓바위, 그리고 방장산 이로구나.
잔잔한 장성호의 물빛을 완상 하자니....,
좋을시고 좋을시고 우리강산 좋을시고,
약간의 황사기가 있는 고로 시야를 멀리 보내지 못함은 옥의 티,
상봉 바위 아래 언저리에는 잔설과 얼음이 남아있어, 조심스럽게 내려와 상왕봉 쪽으로 방향을 잡아 전진, 매서운 바람을 안으며, 무너진 산성을 밟으며 , 산죽을 헤치는데, 갈래 길이라. 앞을 보니 다시 경사가 시작 되고 , 옆으론 계곡이다.
“ 형님 우리 그만 내려갑시다”
후배의 의견에 따라서 청류암 계곡으로 한참을 내려서니 갑자기 나타나는 물줄기... 여기저기 고로쇠 수액 모으는 현장을 지나니, 물의 양은 더욱 불어난다.
“ 형님 참 신기허요~~!
아니. 이 비탈진 곳에 어디서 갑자기 이렇게 많은 물이 흘러 분다요? 여름에는 죽여줘 불것소잉 ~~~~~~~~~“
맑은 물과 작은 폭포를 지나 내려가니, 나무들 사이로 언뜻 청류암의 기와지붕이 보인다. 잠시 서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본다.
삼촌, 지금의 내 작은 아버지는 저 청류암에 방 한 칸을 마련하고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는 김칫독이야, 반찬을 담은 찬합을 들고 이 비탈을 올랐었지 ! 지금은 이곳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다지만, 당시는 어림없었다. 형은 요령껏 빠지고 심부름은 늘상 내 차지였다. 어찌나 좁고 가파르고 멀었는지 몹시 힘이 들었던 기억, 허지만, 이 계곡의 커다란 은행나무, 더 큰 느티나무, 비자나무 차가 접근하기 이전의 고요함과 적막속의 단상을, 나는 소중하게 보관 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이 자리, 과거의 이 자리를 오버랩 시켜가며 흐르는 물에 시선을 던져 본다.
청류암으로 오르고 내리는 갈림길, 그 곳에 서있는 안내판 결론부터 말 하면, 무문결사 중이니 들어서지 말라는 말씀.
드디어 가인 마을에 내려 왔는데, 뒤 따라서 내려온 젊은 산꾼, 주 삼일을 백암산에 투자 했노라면서, 출발지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는게 아닌가? 어쩜 산중에서 만난 사람은 이리도 멋쟁이가 많은가? 고마움을 표 하고나니 아직도 해가 중천이라!
다시 할렐루야 기도원 주차장. 올랐던 길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만세 삼창을 외친다. 나는 해냈다, 가인봉 등정을....... 그것도 원만한 호흡조절 속에서,
이럴 때 부르는 노래 한 곡조
니나노 ~~~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
- 가인봉과 담배에 대한 오늘의 소회 -
정성껏 올린 기돗빨 덕 인가, 낭만을 포기한 금연의 댓가인가 ?
단순 무식이라는 명제를 훌륭히 소화해낸 자랑스런 대한의 남아 ! 흡연하는 원시인의 대열에서 이탈 하고 보니, 이런 신천지가 도래하는 것을......
“자 ~~~ 매화 타령 재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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