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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백자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조선왕조 말기 신풍과 전통의 여운

백자청화동화십장생무늬항아리, 19세기 후반, 높이 37.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갑발, 높이 22.9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좌) 백자청화구름무늬삼층합, 19세기 중엽, 높이 15cm, 리움미술관 소장

우) 백자청화파도무늬각병, 19세기 중엽, 높이 23cm, 개인 소장

 

좌) 백자청화 '만수무강' 명구름무늬다각병, 19세기 중엽, 높이 19.3cm, 개인 소장

우) 백자청화연꽃무늬다각병, 19세기 중엽, 높이 14.7cm, 개인 소장

 

백자청화 발과 접시 일괄, 1847년 추정, 발(위 가운데) 입지름 20.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좌 상하) 백자청화 '함풍년제' 명운룡무늬접시, 19세기 중엽, 입지름 21.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박병래 기증품)

우 상하) 백자청화 '경술' 명구름무늬접시, 1850년, 입지름 13.2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백자청화 '운현' 명넝쿨무늬항아리 일괄, 19세기 중엽, 높이 각 19.4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운현雲峴"이라는 명문으로 보아 흥선대원군의 운현궁雲峴宮에서 사용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목에는 번개무늬, 어깨에는 여의두무늬, 굽 발 위에는 연판무늬가 띠로 둘려있어 전형적인 분원리 백자의

문양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몸 전체엔 청나라 말기 청화백자의 무늬로도 널리 쓰인 영지를 모티브로 한

넝쿨무늬가 가득 그려져 있어 현란한 느낌을 준다.

 

'운현, '상실', '제수'가 쓰인 보상화넝쿨무늬 발과 접시, 19세기 중엽, 발(위 안쪽) 입지름 18cm, 국립중앙박물관

 

"운현"은 운현궁에서 쓰던 그릇임을, "상실"은 궁궐에서 쓰인 임금의 반상기 중 하나임을 나타내고 있다.

"제수齊壽"가 쓰인 것은 경복궁의 제수합齊壽閤에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좌) 백자청화수복자무늬항아리, 1896년, 높이 21cm,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우) 백자청화불수감국화무늬항아리, 1866년, 높이 19.5cm,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1886년(고종 3) 고종과 명성황후의 병인년 가례 때 사용된 작은 항아리이다.

두 소호 모두 굽 주위에 점각으로 "병인가례시큰뎐고간대듕쇼이십듁"이라는 글씨가 있다.

가례 때 사용된 대중소 그릇 20죽(1죽은 10개이다)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왕실 도자기라서

문양에 정성과 단정한 멋을 풍기고 있지만, 기형에서는 긴장미를 느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느슨해진 시대의 분위기를 보는 듯하다.

 

좌) 백자청화연꽃무늬항아리, 19세기 후반, 높이 2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 백자청화화조무늬항아리, 19세기 후반, 높이 31.2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종 초년만 해도 조선의 청화백자는 유색이나 청화의 빛깔이 어느 정도 기품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후 긴장미가 더욱 떨어지면서 급속히 쇠퇴의 길로 들어 선다. 그릇의 기벽은 둔탁할 정도로

두꺼워졌고, 장호의 구연부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거나 밖으로 벌어지면서 전반적인 균형미를 잃었다.

병의 형태 또한 무게 중심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펑퍼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상업이 발달하고 수요층이 다양해지면서 고상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점점 세속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문양에서는 고고한 사군자보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이 크게 부상하였으며, 장수와

행복을 상징하는 칠보, 석류, 십장생, 잉어, 박쥐 등 길상吉祥무늬가 크게 유행하였다.

나아가서 직설적으로 수복강녕 문자 도안을 그려넣곤 하였다.

이처럼 세속화되면서 분원리 백자는 점점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좌) 백자청화국화나비무늬항아리, 19세기 후반, 높이 31.3cm,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우) 백자청화매죽무늬항아리, 19세기 후반, 높이 28.2cm, 호림박물관 소장

 

좌) 백자청화화조무늬병, 19세기 후반, 높이 30.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 백자청화산수국죽무늬병, 19세기 후반, 높이 20.4cm, 호림박물관 소장

 

- 참고 -

좌) 백자채색살라미나병, 1878년, 높이 62.1cm,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우) 하재일기, 지규석, 1911년, 28.5×20.5cm,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1880년대로 들어서면 왕실이 수입산 자기를 사용하면서 분원리 관요에서 제작되던 백자는 더욱

외면받게 되었다. 조선 말기 왕실에서 사용된 서양 자기는 2020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신新 왕실도자>전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는데 여기에는 1888년(고종 25)에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백자채색살라미나병>을 비롯하여 중국산 <백자청화쌍희자화병>, 일본산 <백자

꽃무늬금채화병> 등 장식화병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제 연회용 그릇 세트와 위생기까지

망라되어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해주었다.

 

이런 상태에서 마침내 1883년(고종 20), 정부가 재정 문제로 감생청減省廳 주도하에 정부 기관의

구조 조정을 단행하면서 사옹원의 분원을 민영화하여 분원가기공소分院磁器貢所로 넘겼다.

분원자기공소의 운영 주체가 된 공인貢人들은 자기를 만들어 왕실에 납품하여 공가貢價(대금)을

받았으며 한편으로는 시장 상인들에게도 판매하였다.

 

사옹원의 분원이 민영화된 이후 분원리 가마의 상황은 분원자기공소의 공인이었던 지규식이 1891년

1월 1일부터 1911년 윤 6월 29일까지 20년 7개월간 쓴 일기인 《하재일기荷齋日記》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하재荷齋 는 지규식의 호로 생각된다. 지규식은 중인 신분으로 부유하고

학식이 풍부하였으며 시문에도 능하였다.

 

지규식의 《하재일기》에는 자신의 일상생활은 물론 분원의 운영에 대한 내용, 폭넓은 활동과 인적

교류에 대한 내용들이 많은 시문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그가 분원보통학교의 건립과 양근보통학교의

운영에 관여한 일, 천도교로 개종한 일, 대괴뢰패, 굿중패, 판소리, 민화(벽사화)에 관한 사항, 그리고

그가 구입한 일상 생활용품의 가격들이 소상히 적혀 있다.

 

 

 

 

당시 분원 백자로는 <백자 '광무6년光武六年'명문방구>가 있는데, 바닥에

"대한광무 6년 유월 양근분원 후봉後峯"이라는 문구가 음각되어 있어 1902년 분원에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용도는 확실치 않으며 위에 반룡, 삼태극무늬, 항아리 등이

복잡하게 구성된 장식성이 강한 유물이다.

 

 

 

지방 가마와 도기

민요民窯의 질박한 생활미

 

백자철화호학무늬항아리,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 높이 30.1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백자철화호학虎鶴무늬항아리>는 구름 속의 호랑이, 한 쌍의 학, 그리고 세 그루의 대나무가

대단히 뛰어난 필치로 그려져 있어서 혹 관요 백자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빛깔이 거칠고 기형도

관요와는 다른 면이 있어 지방 가마의 철화백자로 판단된다.

가히 철화백자의 명품으로 꼽을 만하다.

 

 

조선시대 지방 가마, 이른바 민요民窯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실태를 알 수

없다. 세조 연간인 1467년(세조 13) 무렵에 관영 사기공장으로서 경기도 광주에 사옹원의 분원이 개설된

이후, 그동안 자기를 생산하여 나라에 세금으로 공납하던 지방 가마들의 사정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추측하자면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는 전국 139곳의 자기소磁器所 중 일부는 폐쇄되고, 일부는

계속 자기를 생산하며 민간에서 쓸 자기를 생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전하고 있는 많은 양의 분청

사기, 특히 질 낮은 분청사기들은 지방 가마들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16세기 전반으로 들어서면 분청사기가 백자에 밀려 사라지면서 그동안 분청사기를 제작해 오던 일부 지방

가마들이 나름대로 백자 제작을 시도하였다. 이미 15세기에 경상도 상주, 경기도 광주 등의 분청사기 가마

에서 백자 생산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 확인되고 있기는 하지만, 16세기로 들어오면 이런 현상이 두르러

진다. 그러나 백자는 양질의 고령토를 재료로 써야 하는데 지방 가마에서는 이를 구하기 힘들어 태토에 철

분이 많이 함유되어 백색이 아니라 회색이나 갈색 빛깔을 띠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조질백자粗質白磁이다.

 

조질백자는 주로 서민용 생활용기인 발, 접시, 잔 등으로 생산되었다.

특히 발은 대량으로 제작하기 위하여 여러 층으로 포개서 굽기도 한 탓에 그릇 안 바닥에 포개 구운

그릇의 받침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막사발이라고도 한다. 막사발 중 경상남도 진해, 김해, 하동 등에서

만들어진 것은 당시 일본인들이 찻잔으로 많이 수입해 가곤 하였다.

 

 

백자철화운룡무늬항아리도편(가평하판리 가마터 출토), 17세기 후반, 경기도자박물관 소장

 

백자철화매조무늬항아리,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 높이 29.9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이병창 기증품)

 

<백자철화매조무늬항아리>는 조선 후기 지방 가마의 대표적인 명품이다

태토에 철분이 많아 흰색이 아니라 흙빛을 띠고 있는데 한쪽 면에서 매화나무에 앉은 새를,

그 반대쪽엔 대나무를 능숙한 솜씨로 그렸다. 이 항아리는 황해도 해주, 또는 함경도 길주 등

북부 지방 가마에서 만든 것으로추정된다.

 

 

백자동화호작무늬항아리, 18세기, 높이 28.7cm, 일본 일본민예관 소장

 

까치와 호랑이를 붉은색을 띠는 동화로 그린 자주 소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유물이다.

호랑이를 그린 솜씨를 보면 아마추어의 천진한 필치를 느끼게 하며

민화를 보는 듯한 멋이 느껴진다.

 

좌) 백자철화물고기무늬병, 17세기 후반, 높이 17.6cm, 개인 소장

우) 백자철화갈대무늬병, 18세기, 높이 20.6cm, 개인 소장

 

백자철화초화무늬병 일괄, 17세기 후반, 높이 최대 34cm, 호림박물관 소장

 

좌) 백자동화국화무늬항아리, 19세기, 높이12.8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건희 기증품)

우) 백자동화일월연운무늬항아리, 19세기, 높이 20.1cm, 부산박물관 소장

 

좌) 백자청화포도무늬항아리, 19세기 후반, 높이 25.4cm, 일본 일본민예관 소장

우) 백자청화국화무늬항아리, 19세기 후반, 높이 28.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좌) 백자항아리, 19세기, 높이 33cm, 부여문화원 소장

우) 백자항아리, 19세기, 높이 40.5cm,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좌) 해주요 백자청화철화물고기무늬항아리, 20세기 초, 높이 80cm, 북촌미술관 소장

우) 해주요 백자청화철화물고기무늬항아리, 20세기 초, 높이 69.5cm, 부여문화원 소장

 

좌) 해주요 백자청화철화국화무늬항아리, 20세기 초, 높이 59.5cm,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우) 해주요 백자청화초화무늬항아리, 20세기 초, 높이 45cm,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좌) 회령요 항아리, 20세기 초, 크기 미상, 호림박물관 소장

우) 회령요 항아리, 20세기 초, 높이 24.2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홍근 기증품)

 

좌) 흑자편병,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높이 2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 흑자병, 16세기, 높이 19.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좌) 오지항아리, 19세기, 높이 16.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 오지주전자, 19세기, 높이 11.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좌) 석간주단지, 19세기, 높이 19.9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유강열 기증품)

우) 석간주각항아리, 18세기, 높이 34.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홍근 기증품)

 

도기태항아리 일괄(태종), 14세기 후반~15세기 전반,

외항아리(왼쪽) 높이 56cm,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물항아리, 13세기, 높이 79.8cm,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소장

 

도기항아리, 15세기, 높이 66cm, 연세대학교박물관 소장

 

좌) 전라도 옹기항아리, 20세기, 높이 140cm, 개인 소장

우) 경상도 옹기항아리, 20세기, 높이 75cm, 개인 소장

 

좌) 경기도 푸레독, 20세기, 높이 100cm,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우) 제주도 옹기항아리, 20세기, 높이 67.5cm,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소장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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