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취월당

노을진 황혼 그것은...

                                                                                                                                                 2013. 4. 19

 

 

요월정 풍경(風景)

 

 

 

요월정 마루에 앉아만 있어도

시야에 흡입되는 산천초목들

영사기 돌아가듯

몸짓으로 고백하는 풍경들이

천하일품 예술이다

그야말로 신의 작품일지니

사방을 둘러싼 명산들 아래로

호남선 KTX 지날 때마다

아마존강 구렁이 지나가듯

선명한 색조까지 어쩜 그리 똑같을까

매번 놀란다

확 트인 벌판 질러가는 황룡강

병풍처럼 둘러싼 명산들 품 안에서

행복하다고 편안하다고 보여주는 것 같은

자연의 조화(造化)

때로는 초대받은 하늘의 뜻인지

운무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명산들

승천 중인지 세상은 보고 있는지

신비의 세계 부러워진다

요월정 김경우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당대의 시선들이 음풍농월하던

정자(亭子)이던가

요월정 마루에 앉아만 있어도

시야에 흡입된 풍경에 취하고

이승과 저승 넘나든 듯

요월정 역사에 취한다

 

 

- 家松 이수월님의 수필집 "노을진 황혼" 중에서 -

 

 

 

 

 

  

아래는 요월정을 세웠던 金景愚 선생의 9세손 京燦(1796∼1819)이

요월정을 중건하고나서 읇은 시문이다 .

 

 

 

 

百日花紅度幾秋 重光重喜且重修

백일홍꽃 붉어서 몇 가을을 지냈는고 세월이 지나고 또 지나서 집을 고치는도다

 

朝鮮第一黃龍里 夜月更三白鷺洲

조선제일 황룡리요 달 밝은 깊은 밤에 백로 노는 물갓이라

 

好個東山還舊主 超然南國有名樓

좋은 동산에 옛주인이 돌아오니 남쪽의 유명한 누각이 더욱 뛰어나구나

 

 

鳳凰己去臺空在 安得詩仙與共遊 

 

봉황은 이미 떠나고 집은 비어 있으니 어느 때나 시선을 만나 함께 놀아 볼꺼나.

 

 

 

위 글 중 '朝鮮第一黃龍里'란 대목이 문제가 되어

 

 왕도(한양)를 능멸했다는 모함을 받아 임금님께 불려가게 되었다.

 

 

 

"朝鮮第一黃龍里라 한 것이 사실이냐?" 는 질문에 "예"하고 대답하자 "

 

그러면 한양은 어떤고?" 하고 다시 묻자 "天下第一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장안은 어떤고?" 하니 "萬古의 第一입니다."

 

라고 답하여 위기를 모면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여름날이면 배롱나무 꽃잔치가 벌어지곤 한다.

 

 

 

 

 

 

 

배롱나무

 

- 때가 되면

 

 

 

요월정원림 주인공은 노송 군락이다

노송 군락 한편에

조연급 배롱나무(백일홍) 군락 또한 인기몬로다

나름대로 이름 있는 나무들

여기선 엑스트라 잡나무로 설움 받는다

벚꽃 피고 질 때까지

배롱나무 군락 근육질 몸매

매끈한 가지에 절대 움틀 것 같지 않은

고사목(枯死木) 같았는데

늦은 봄에야 새싹 움텄다 하면

빈 둑에 수도꼭지 틀어놓은 듯

금방 차오르는 푸른 물결

늦었지만

저렇게 채워지는 숲

부자 되는 집이 저렇게 일어났구나

늦었지만 때가 되면

저렇게 채워지는 것이었구나

 

 

 

/ 家松 이수월님의 수필집 "노을진 황혼" 중에서 /

 

 

 

 

 

 

 

 

 

 

 

 

 

 

 

 

 

 

노송(老松)의 역사

 

- 전라남도 기념물 제70호

 

 

 

휘어지고 꺾어지고 뒤틀어지고

요월정원림(邀月亭圓林)의 노송(老松) 군락

한눈에 보이는 역사

고통이었구나 시련이었구나

겹겹이 몸을 감싼 목피(木皮)

목대로 이어온 굳은 절개 일편단심

절로 절로 우러나는 감탄사

모질게 후리고 간 황룡 강풍에

서릿발 휘몰아쳐댄 눈보라 속에

죽고 싶어도 살아야 했던

살고 싶어도 죽어야 했던

숙명

본받고 싶은 노송 역사 앞에 하찮은 인간이

감히 명명하기를

전라남도 기념물 제70호

요월정원림(邀月亭圓林) 아니던가

 

 

 

家松 이수월님의 수필집 "노을진 황혼" 중에서 /

 

 

 

 

 

 

 

 

 

 

 

회고(回顧)

 

- 家松 이수월 -

 

 

 

떠오르는 아침 햇살

가슴에 안고 가고 싶었던 길

가지 못했다 갈 수 없었다

바라만 보았다

막내딸 하나 건진 홀어머니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꿈 접어야 했다

청춘도 삭여야 했다

돌이켜 보면

밥그릇 채우는 일

효(孝)의 전부 아니었는데

석양 등에 업고 가는 길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홀어머니 위해

조건결혼 실패 원인 되고

자녀 위해 목숨 걸었던 내 전부

숨은 쉬고 살아왔는지

칠순 두 달 앞두고

천지 신령님께 밤낮 기도드리는

에미로 남은 인생

내 새끼들에겐

짐이 안 되는 엄마, 신세 안 지는 엄마

존경받는 엄마로 살다 갈 수 있는

능력 주시기를 목숨 걸고

기도드린다

 

 

 

 

 

 

오늘(2013. 4. 19)자로 발행된 수필집 "노을진 황혼"

 

 

家松 이수월

 

시집 『난 여자로 살고 싶다』 『존재의 이유』

수필집 『시련이 없으면 살맛이 없다』등.

 

 

 

 

 

 

지난 2010. 4. 28 (음, 삼월 보름) "요월정(邀月亭) 달맞이"

 

 

 

요월정(邀月亭) 달맞이

 

 

황룡강에서

금방 멱 감고 오른 선녀처럼

요월정(邀月亭)에 떠오른 9월 보름달

신선하고 상큼하고 우아하여라

차갑고 거만하고 도도해도

지적인 자태가 황홀하고 화려하구나

불망 같은 노송 잎새로 살짝 가린 몸매

요염한 관능미가 고독한 이유...

이심전심 동감하는구나

남정네 아닌 땡노파 눈길 사로잡고

혼 빼고 있으니 무아지경

넋 나간 땡노파 취해버린 심장

포용할 수 없는 거리 차이가

극히 안타까워라

춘향한테 반했던 신관 사또가

황진이 주변 맴돌던 풍류객들도

이만큼 정신 빼고 살았을까

이태백 짝사랑 실감하는 바

오장육부 녹아내린 것처럼

텅 빈 가슴 허전한 마음

시도 때도 없이 그리운 마음

하늘 쳐다보는 습관

습관이 늘었구나

 

 

/ 家松 이수월님의 수필집 "노을진 황혼" 중에서 /

 

 

 

 

 

 

칠순(七旬)의 목적

 

- 家松 이수월 -

 

 

 

마당 쓸어놓고

토방 쪽마루에 앉아

송림(松林)사이로 지는 노을 보고 있으니

울컥 스며드는 고독 출렁댄다

지금 마음은

지는 노을 붙잡고 보내기 싫은

간절한 눈빛으로 매달리는 사정

보일까 들릴까 알고 있을까

오늘 딱 한 번만 내 부탁 들어줄 수 있다면

지금 이대로 시간만 잠시 멈추었으면...

붙잡는다고 애원한다고 멈출 수 없는 이치

낸들 어찌 모르겠느냐만

넌 어둠에 밀려가도 내일 다시 떠오르는 태양

내일 다시 태양으로 떠오르지만

저물고 싶지 않은 내 인생

오늘 밤 영시가 되면

낯선 세계 칠순 맞이할 마음 준비하고 싶다

나를 선택한 내 이름 석 자

나를 믿어준 이름

나를 지켜준 이름

이제 겨우 체면 차린 시점에서

낮선 칠순의 세계 입문하면

이젠 내가 내 이름 지켜주리라

이젠 내가 내 이름 위해 살리라

 

 

 

 

 

 

동학농민군승전기념탑

- 사적 제406호 -

 

 

 

 

 

 

 

 

 

 

 

 

 

 

 

 

 

 

 

 

 

 

 

 

 

 

 

 

필암서원

 

 

 

 

 

필암서원 선비학당

 

 

 

 

 

*********************************************************************************************

 

 

 

 

 

늦은 오후, 문득 달을 부르는 요월정(邀月亭)을 찾고픈 충동이 인다.

 

떠오르는 생각을 즉각 실행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백수경(白手經) 제 1장 1절의 준칙.

 

 

 

요월정 원림을 지키시는 家松 선생님의 첫 마디,

 

 

 

" 능수벚꽃 흐드러진 모습을 보면서 오실때가 됐는데 하던 참이었니다."

 

 

 

"그나저나 오늘 책이 나오는 줄은 어찌 아시고..."

 

 

 

 

 

커피와 함께 당신의 수필집 "노을진 황혼" 을 내 놓으시며 일필휘지라.

 

 

 

"취월당 선생님 매화와 소통하심이 너무 부럽습니다."

 

 

 

 

 

家松 시인 특유의 톡쏘는 안광과 함께 

 

칠순의 만만찮은 이력이 술술 풀려나오는 자리.

 

 

 

늘 그렇듯이, 

 

인생의 선배가 토해놓는 세월의 실타래를 접수하는 것은 

 

솔기 튿어진 이내 사고를 튼실히 꿰맬 수 있는 귀한 시간이라는 사실.

 

 

 

집에 돌아와 선생께서 선물하신 수필집 "노을진 황혼"을 단숨에 읽어 내린다.

중졸 학력이 전부인 그녀가 좌충우돌 달려온 지난 칠십여 년 세월.

  어찌 보면 家松 선생 자신의 이력을  털어놓은 자서전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뜨거운 열정을 채 다 녹여내지 못한 회한에다

 

맘껏 꿈을 펼쳐보지 못한 시대의 아픔 등이 행간마다에 어려있고,

 

 동시에 그 아픔과 상처를 담담히 추스리고자 애쓰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애써 꾸미지 않은 진정한 자기 고백의 덤덤한 나열은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현학취(衒學臭)가 판을 치는 작금의 세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체에다

 

번드르한 단어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소박한 내용으로 채워졌지만,

똑똑함으로 넉넉히 무장된 독자들은 금방 눈치 채게 될 터이다.

 

기름기를 걷어낸 투박함의 매력은 결코 느믈거리지 않아서 좋다는 것을...

무딘 펜의 어설픔이 때로는 당대의 문장에 결코 꿇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촐함 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그녀만이 지닌 저력을... 

 

 

 

 

 

"노을진 황혼"   

 

그것은 ....

 

 머지않아 내게도 해당 될 사안이자 부득불 해결해야만 하는 숙명의 과제.

 

 

 

 

 

아래는 책 속에 나오는 시인의 독백을 일부 옮겨 본 것이다.

 

 

 

 

 

 

 

//

 

오랜만에 황룡강(黃龍江) 둑길에 앉아 있으니 보이는 게 많다.

 

저 산자락 아래로 지나가는 용산행 KTX는 눈에 띌 때마다 깨달음을 주고 간다.

 

 모든 것은 저렇게 스치며 떠나가고 사라지는데, 정 떼는 연습 서러우면 안되지.....

 

 

 

잡초로 가득한 벌판 내려다보니 사람 죽어 흙에 묻히면 잡초 뿌리 아래 있거늘,

 

아등바등 흘러간 칩십 년 세월이 무상하다. 어찌 황룡강 긴 역사에 비유하겠냐마는,

 

그래도 긴 세월 살아보니 팔자는 길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노을 진 황혼처럼,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싶었던 삶.

 

여기 올 때까지 나를 지켜준 내 이름, 나를 떠나지 않았던 이름.

 

내일 죽어 흙에 묻힌다 한들 여한은 없다. 풀뿌리보다 못한 인생,

 

조금은 알고 간다는 것에 만족한다.

 

 

 

오늘의 나, 최후로 기록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에겐 최고로 훌륭하셨던 어머니의 올바른 가르치심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이다.

 

 

 

저녁마다 마당 쓸어내시면서 나를 불러 발자국 남기시라더니....

 

내 육신 흙에 묻혀도 나의 영혼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家松 李水月 詩人.'

 

영혼의 이름으로 이승에 왔다 간 흔적, 발자국 남겼으니까.

 

//

 

 

 

 

 


 
 

 

'자연 > 취월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봉서원의 미래  (0) 2013.05.11
두바퀴를 따라간 네바퀴  (0) 2013.04.25
2013 월봉서원 춘향제  (0) 2013.04.12
근자에 선물 받은 책  (0) 2012.12.22
교육문화공동체 '결' 스텝과 함께  (0)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