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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老子의 世界 제11장 / 제12장

 

※ 근현대 중국화가 하천건(賀天健)의 <엄자릉조대(嚴子陵釣臺)> (1955年作)

 

 

 

 

※ 청대(淸代) 화가 왕운(王雲)의 <안거도(安居圖)>

 

 

 

 

老子의 世界 

 

제11장

 

 

비어 있기 때문에 이롭다 

 

 

 

三十輻 共一轂이니

當其無 有車之用하며

土延埴以爲器하니

當其無하여 有器之用하고 
鑿戶牖以爲室하니 

當其無하여 有室之用이라.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이니라.


 

 

 輻 (폭) : 바퀴 살.

轂 (곡) : 바퀴의 살이 모이는 바퀴통.

土延埴(연식) : 진흙을 이기는 것.

鑿(착) : 끌로 구멍을 내는 것.

(호유) : 출입문과 들창문

 

 

 

서른 개의 수레 바퀴살은

하나의 바퀴통에 모이나니

그 바퀴통의 빈 것 때문에

결국 수레로 사용하게 되며

 

진흙을 빚어 그릇을 굽나니

그릇 속이 비었으므로

그릇으로 이용할 수가 있고

 

문과 창을 만들어 방을 들임은

방안이 비었으므로 방 구실을 하고

 

그러므로 그 있는 것의 이로움은

비어 있음을 활용하는 것이로다.

 

 

 

 

 

- 해설 -

 

앞 장에서 진리 또는 도가 마치 텅빈 골짜기의 텅빈 공간과 같은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수도를 잘하는 성자는 그러한 무명(無名)의 진리를 깨달아서, 자기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부를 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사물을 잘 관찰하면,

릇이나 수레의 바퀴나 방이나 모두 안이 비어있기 때문에

이롭게 활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만물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사용할 때도 선입견이 마음 속에 가득하거나,

남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가득하거나, 남을 예뻐하는 것으로 가득하거나, 어떤 목적으로 가득차 있거나,

자기의 방법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면 그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우리들의 마음을 잘 청소하여 마음에 가득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참다운 자유가 생기고 창조적 능력이 용출 될 것이다.

 

진리도 비어 있기 때문에 만물을 빠짐없이 공평하게 관리할 수 있는 조화가 생기고,

성자도 마음이 비어 있기 때문에 지혜와 용기와 자비심이 용출할 수가 있다.

학교에서 칠판을 갖가지로 사용하는데 반드시 지우개로 개끗이 지워야 다음에 또 사용할 때

 온전하게 사용할 수가 있다. 우리들의 정신작용도 수없이 작용하지만 지워 놓지 않으면

생동감 있게 다시 사용할 수가없다.

 

래서 현대인들은 정신의 분열과 우울과 편집현상이 심하여 마음의 괴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이 마음의 괴로움을 치유하려면 세면을 하듯이 세심(洗心)을 해야 하며, 마음을 비워서 깨끗이 하여야

창조정신으로 힘있게 즐겁게 사용할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 청대(淸代) 화가 대본효(戴本孝)의 <추산독서도(秋山讀書圖)

 

 

 

※ 청대(淸代) 화가 주립(周笠)의 <임계결옥(臨溪結屋)>(1766年作)

 

 

 

 

老子의 世界 

 

 

제12장

 

 

정신적인 즐거움을

 

 

  令人目盲하고

 五音 令人耳聾하며

 五味 令人口爽하고

 馳騁  令人心發하며

 難得  令人行妨이라.

 是以  爲腹不爲目하나니

 故去彼取此니라.

 

 

五色(오색) :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다섯 가지의 기본 색.

五音(오음) : 궁(宮), 상(商), 각(角), 치(緻), 우(羽) 다섯 가지의 기본적인 소리.

五味(오미) : 산(酸 신맛), 고(苦 쓴맛), 감(甘 단맛), 함(鹹 짠맛), 신(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기본적인 맛.

爽(상) : 상(傷)의 뜻으로 입맛을 상하였다는 의미.

田獵(전렵) : 사냥.

 

 

 

 

다섯 가지 색깔 때문에 눈이 흐려지고

다섯 가지 소리 때문에 귀를 어둡게 하며

다섯 가지 맛 때문에 입맛을 상하게 한다.

 

말을 타고 산야를 뛰어다님은

마음을 들뜨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물을 소유하면

행동이 방종하게 되나니

 

성인들은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안으로 실다움을 취하도다.

 

 

 

 

 

-해설-

 

인간은 습관화된 감각에 의하여 살아간다. 인위의 감각으로 물들어 있으면 순수한 자연의 소리와

맛과 멋을 잃어 버린다. 인위적인 소리와 맛과 색깔은 자연스러움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평화롭고 순수하여진다. 우리의 감각이 자연에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 만큼 병이 깊이 들어 있는 것이다.

자연은 위대하다.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부지런히 한다면 질병은 자연에 의하여 치유될 것이다.

 

옛날은 말 달리고 사냥을 하였다. 현재는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로 질주한다.

마음은 들뜨기 쉽다. 마음이 들뜨면 방황하고 서성이게 된다.

그래서 현대인을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한 듯하다.

마음의 고향, 즉 본성을 잃었기 때문에 괴롭지 않을 수 없다.

들뜨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 사는 우리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하루 종일 내 마음은 수도 없이 작용을 한다.

이른바 정보화 사회 속에서 갖가지 소음, 갖가지 매체, 복잡한 구조에 적응하기 위하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자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산다.

어쩌면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마음 작용이 통제를 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사람이 한두 사람인가?

우리는 이러한 분열 망상을 쉬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공부를 바로 착수하여야 한다.

 

재물을 많이 지니면 자랑하고 싶고 더 소유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결국은 사람이 재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재물이 사람을 소유하게 된다.

그리하여 인격은 무너지고 재물만 있게 되니 방종하지 않을 수 없다.

 재물이 있고 없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재물에 먹혀 버리니까 문제이다.

 

성자들의 삶의 태도는 남에게 보이려는 감각적인 삶이 아니라,

자기 본성에 충실한 절대 가치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보통 인간은 꽃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열매 맺음의 실다움을 망각하게 된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하다.

화려한 꽃에 취하지 말고 실다운 열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역해 - 耕山 장 응 철 원불교 종법사)

 

 

 

 

 

 

추야월(秋夜月) 이생강 단소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