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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월봉서원(月峯書院)에 깃든 철인(哲人)의 향기

● 월봉서원(月峯書院)에 깃든 철인(哲人)의 향기

 

                                                                                                                                                                    2011. 3. 15

비보차원의 의미를 지닌 무덕정

 광주광역시 광산동 임곡과 전남 장성군 황룡면을 잇는

군도 816번 도로변에 위치한 너브실(광곡)마을 초입에 있다.

 

 

 애일당(愛日堂) 돌담길

고봉 기대승의 13대손 기세훈 박사의 고택이자 '사단법인 고봉학술원'의 산실.

고봉의 6대손 기언복이 숙종연간에 처음 터를 잡아 300년의 가계를 이어오는 곳으로

계산풍류(溪山風流)의 선비 정신이 살아 숨쉬는 대장원의 전형을 엿볼 수 있다.

 

 

 

 선비 정신과 찰떡 궁합이랄 수 있는 애일당의 울창한 대숲.

저 대나무 아래 일품茶의 대명사 죽로차가 자라고 있다.

 

 

명상로에서 바라본 칠송정

 

 

칠송정(七松亭)

기고봉의 장자 함재 기효증 공이 시묘살이를 하던 곳에 1587년 정자를 짓고

일곱주의 소나무를 뜰 앞에 심고나서 칠송정이라 이름하였다고.

1905년 중수, 1979년 복원하였다. 1905년 고봉의 11대손 동준이 찬한 중건기와 8대손 봉국의 시가 걸려있다.

 

 

 칠송정 너머 애일당 담장이 너무나도 정겹다.

 

 

 귀후재(歸厚齋) 가는 길

 

 

너브실 마을 곁 아늑한 숲 속에 자리한 행주奇씨 가문의 전용 글방이다.

'귀후(歸厚)'는 '사람이 나이들어 학문이 깊어지면

원칙주의 보다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게 된'는 의미를 담고있다.

1900년대 초 백두산의 홍송을 뗏목으로 운반하여 지었다고 한다.

정말 공부하기에 너무 좋은 장소인데, 아깝게도 현재는 거주하는이가 아무도 없는 모양.

 

 

 

 

 

 

배롱나무 아래서 바라본 귀후재  

 

 

월봉서원에 이르는 너부실 마을 안길

근래들어 옛스런 모습으로 말끔히 단장을 마쳤다.

 

 

 서원 직전 왼편 어느댁에 들어선 커다란 살구나무

살구꽃이 피어나면 그야말로 일대 장관이 펼쳐지곤 한다.

 

 

  개관을 며칠 둔 체험교육관

 

 

 월봉서원 전경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건하였다는 월봉서원. 고봉 사후 7년(1578 선조 11),

지금의 서원이 위치한 산 너머 고마산 아래 '망천사'를 건립하여 고봉의 위패를 봉안한 게 서원의 시초.

그 때 전라도 관찰사로 있었던 황강 김계휘(1526~1582)가 30석 전답을 서원에 귀속시켰고,

송강 정철(1536~1593)이 전라감사로 재직시 노비와 전답을 서원에 귀속시키는 등

서원의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1646년(인조 24)에 지금의 위치로 옮겼으며, 1654년(효종 5)에 사액서원이 되었다.

1671년(현종 12) 박상(朴祥)·박순(朴淳)의 위패를 옮겨 봉안했으며, 1673년 사계 김장생(金長生)·

신독재 김집(金集)을 추가 배향했다. 1654년(효종 5) 유림이 상소를 올려 사액을 받았다.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졌다가 1938년 이후 복원되었다

 

 

 

임란으로 망천사가 소실되었던 것을 광산구 비아동 월봉마을로 옮긴 것이 두번째이고

1938년 행주기씨문중이 힘을 합해 서원 복원을 추진, 현재의 너부실(광곡)마을로 이건.

사액을 받을 당시 월봉(月峯), 도산(道山), 동천(桐川)을 놓고 도산(道山)으로

결정되었으나, 후일 '월봉'으로 최종 낙착되었다고 한다.

 

 

 망천문(望川門)

월봉서원 외삼문으로 학정 이돈흥이 쓴 현판이 걸려있다. 

 

 

가을날, 사진 왼편의 은목서(천리향)가 내뿜는 짙은 향기를 한번쯤 맡아 보시라.

기막힌 향기에 모두들 혼절 직전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내 쾌히 장담할 수 있다.

 

 

빙월당(氷月堂)

 

정조(正祖)가 고봉의 고결한 학덕을 칭송 뜻으로 하사했다고 전해오는 빙심설월(氷心雪月).

허나 문헌상에는 이에 대한 언급을 찾을길이 없기에 정확한 고증을 요한다고.

 

차라리 정조와의 관련 보다는,

효종(孝宗)이 1655년에 고봉에게 내린 "치제문(致祭文)"에

 精金潤玉(정금윤옥) / 그대의 정신은 잘 단련된 금과 같고 윤택한 옥과 같으며,

水月氷壺(수월빙호) / 물 속의 달처럼 맑고 투명한 얼음병과 같도다.

가정에 이어 오는 좋은 교훈을 받았고, 학문은 정자와 주자를 본 받았도다,

기운은 일세를 풍미하였고, 이치는 천만가지를 꿰뚫었도다.에서 유래를 찾는 게

타당할 거라는 임준성 박사의 지론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정금윤옥( 精金潤玉)은 고봉의 드높은 정신세계에 대한 형용이며,

수월빙호(水月氷壺)는 고봉의 고결한 인품에 대한 형용이기에....//

 

 

 빙월당은 현재 광주기념물 제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월봉서원((月峯書院)은 처마 맨 앞쪽에,  빙월당(氷月堂)과 충신당(忠信堂)은 마루 안 쪽 문 위에 걸려있다.

세 개의 현판을 동시에 달고 있는 사례는 이 곳이 유일한 모양인데.

월봉서원은 서원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빙월당은 건물의 명찰을 이름이요, 충신당은 강당을 의미한다는데,

그중 거친 솜씨로 휘갈겨쓴 빙월당 편액의 서체가 서원을 찾는이들의 눈길을 끄는 모양.

'소천(小泉)'이란 낙관이 있으나 인물의 신상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奇高峯先生 

빙월당 찻방 출입문 위에 걸려있다.

 

 

경제학자이자 부총리를 지낸바 있는 조순 선생께서 쓰시길...

 

 

  지당하옵신 말씀.

 

 

 존성재(存省齋)

 

 

 명성재(明誠齋)

충신당, 명성재, 존성재 편액은 모두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의 서체.

 

 

 구 장판각(藏板閣)

 

 

 신 장판각

고봉 문집 474매의 장판이 보관되어 있다고.

학정 이돈흥(鶴亭 李敦興, 1947~)의 서체다.

 

 

 

 정안문(靜安門)

숭덕사로 통하는 내삼문으로 역시 학정 이돈흥이 썼다.

 

 

숭덕사(崇德祠)

월봉서원 맨 윗쪽에 자리한 사당으로, 편액은 강암 송성용의 서체다. 

 

아래는 정조(正祖)가 정무신년(1788) 4월 11일

예조좌랑 박흥복(朴興福)을 통해 고봉에게 내린 제문이다.

 

이기(理氣)의 근원과 전례(典禮)의 상변(常變)을 명쾌하게 분석하였으니 선배도 두려워 하였다.

엄정하게 조정에나아가니 간사한 무리들이 숨을 죽였다. 군신의 의리가 밝았고, 행동에도 여유가 넉넉하였다.

남쪽으로 고향에 돌아가나 명예와 절조가 높았도다. 내가 유서를 읽으니 그것이 "논사록"이라.

사관이 모아서 기록한 것을 성조(聖祖)께서 명명(命名)하셨네. 훌륭한 그 말씀이여,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 못함이

한스러워라. 촛불을 여러번 바꾸어 켜고 책을 읽으며 서너번이나 무릅을 치고 감탄하였네. 서로 먼 세대에 감동되니

내 그리움은 더욱 두텁네. 이는 실로 정신끼리 사귄 것이니 어찌 옛날과 지금의 간격이 있을손가.

높은 풍운(風韻)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으니, 저 호남 마을에 선생의 사당(祠堂) 우뚝 솟아있네.

선생의 덕은 산처럼 높고 물처럼 깊어라.

 

 

 

 역대 고금명가 필적 700여 점을 1926년 백두용, 정도영이 6책으로 엮어 

한남서림(翰南書林)에서 펴낸"해동역대명가필보(海東歷代名家筆譜)"에 실린

고봉 친필 목판본의 시작품 '만망(晩望)'이다.

오언절구 2수로 이루어진 시작품으로  힘찬 필치로 써 내려간 고봉의 초서.

일별 하자니,  선생의 삶이 투영된 듯 영민함과 굳센 기개를 넉넉히 엿볼 수 있겠다.

 

 

 

 

晩望

석양을 바라보자

 

- 高峯 草 -

 

 

春花到茅茨

띳집에 봄꽃 피어나고

三峰住夕暉

봉우리 셋마다 노을빛 걸렸네.

秋天獨依杖

가을날에 지팡이 홀로 집자니

白露濕人衣

흰 이슬에 걸친 옷 적시네.

 

 

古郡無城郭

옛 고을에는 성곽도 없고

山齋有樹林

산속 집에는 수풀만 우거졌네.

蕭條人吏發

적막함에 사람들  떠나려는데

隔水禱寒砧

차가운 다듬이 소리 물을 건너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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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고봉학술원 펀저 : 高峰 奇大升 硏究

* 전남대학교출판부 鄭炳連 저 : 高峯 先生의 生涯와 學問

 

* 문헌제공과 도움말 : 고봉학술원 강기욱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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