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취월당

이해인 수녀님의 삶과 법정스님 1주기

수녀 이해인 클라우디아(Cr. Claudia)의 삶     

                                                                                                                                     2011. 3. 1 

- 광주 가톨릭 대학교 대본당 -

 

 

이해인 수녀의 영성기도 시와 함께

- 감사하는 마음은 

 

 

* 감사하는 마음은 깨끗한 마음입니다.

투명한 유리창처럼 마음을 갈고 닦는 선함과 순수함으로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는

습관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다 보면 매일 매일 감사할 일들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 올라

맑은 물 한 동이씩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 감사하는 마음은 따뜻한 마음입니다.

퉁명스럽지 않은 다정함으로 남을 배려하며 그 누구도 모질게 내치지 않는 마음,

자신의 몫을 언제라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니다 보면

늘 감사에 가득찬어질고 부드러운 눈길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 감사하는 마음은 겸손한 마음입니다.

이기적인 자기 도취, 독선적인 오만함에 빠지지 않는 겸허함과 온유함입니다.

남을 섣불리 비난하기 전에 그의 좋은 점부터 찾아서 칭찬하고 격려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감사의 인사가 즐겨 부르는 노래의 후렴처럼 자주 새어 나옴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감사하는 마음은 기뻐하는 마음입니다.

가끔은 슬프고 우울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 안에 숨겨진 뜻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너그러움입니다. 남에게 우울을 전염시키지 않기 위새서도 밝은 쪽으로 시선을 두는 지혜를 구하다 보면,

생각 보다 빨리 감사의 환한 미소를 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감사하는 마음은 예민하게 깨어있는 마음입니다.

게으르고 둔감한 마음의 하늘엔 감사의 별이 환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사람들과 사물들에 대해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민감하게 깨어있어야만,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감사를 표현해야 할 지 잘 분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감사하는 마음은 평화로운 마음입니다.

삶의 여정에서 사람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이해하며 용서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걸

하루에도 몇 번씩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용서와 화해만이 생명으로 가는 길임을 알아 듣고

면저 용서 청하고 먼저 용서하는 그 마음엔 평화에 뿌리 내린 감사가

늘 푸른 산처럼 버티고 있을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며 하느님과 이웃의 도움을 청하는 빈 마음,

호흡하듯 끊임없이 기도하는 마음 안에 열려진 넓이와 깊이로 감사는 마침내 큰 사랑으로 이어지고

오늘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삶의 축제가 될 것입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교구이사회 초청

 

 

 

- 마음을 위한 기도

*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밤새 내린 첫눈처럼 순결한 마을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사랑의 심지를 깊이 묻어둔 등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 

 

 

우리는 늘 배웁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찾아내서 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숨어 있음을,

물방울처럼 작은 힘도 함께 모이면

깊고 큰 사랑의 바다를 이룰 수 있음을

오늘도 새롭게 배웁니다

 

우리는 늘 돕습니다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어버이 마음, 친구의 마음, 연인의 마음으로

성실한 책임과 친절한 미소를 다해

하찮은일도 보석으로 빛내는 도우미로

자신을 아름답게 갈고 닦으렵니다

 

우리는 늘 고마워합니다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할 우리 나라, 우리 겨레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이 곁에 있음을,

가끔 잘못하고, 실수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가

우리를 재촉하고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우리는 늘 기뻐합니다

서로 참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에만

활짝 열리는 사랑과 우정의 열매로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는 축복을,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은혜를

함께 기뻐합니다.

 

우리는 늘 기도합니다

봉사하는 이름으로 오히려 사랑을 거스르고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걸림돌이 아니라

겸손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에 대해서 말만 많이 하는 이론가가 아니라

묵묵히 행동이 앞서는 사랑의 실천가가 되도록

깨어 기도합니다

 

우리는 늘 행복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덛는 이 길에서

메마름을 적시는 자비의 마음,

어둠을 밝히는 사랑의 손길이

더 많이 더 정성스럽게

빛을 밝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래서 힘겨운일들 우리에게 덮쳐와도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노래하렵니다

이웃은 사랑스럽고, 우리도 소중하다고

겸허한 하늘빛 마음으로 노래하렵니다

 

도두 한마음으로 축복해주십시오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

새롭게 선택한 사랑의 길을 끝까지 달려가

한얀 빛, 하얀 소금 되고 싶은 여기 우리들을.

 

 

 

- 다시 드리는 기도

 

 

주님, 지금껏 살아오면서

당신께는 무엇이든지

그저 달라고만 요구가 많았습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즉흥적으로 해놓고는

스스로 부담스러워한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니 계시다고 외면해 버리기엔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저를 부르시는 주님

아직도 기도를 모르는 채 기도하고있는 저를

내치지 않고 기다려주시는 주님

이제 많은 말은 접어두고

오직 당신의 이름만을 끊임없이 부르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후렴처럼

언제라도 쉽게 기억되는 당신의 그 이름이

저에겐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기도의 말이 되게 하십시오

 

바쁜 일손을 멈추고

잠시 하늘의 빛을 끌어내려 감사하고 싶을 때

일상의 밭에 묻혀있는 기쁨의 보석들을 캐어내며

당신을 찬미하고 싶을 때

새로운 노래를 부르듯이 당신을 부르렵니다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고 싶거나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싹틀 때

여럿이 모여 남을 험담하는 자리에서

선뜻 화제를 돌릴 용기가 부족할 때

나직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깨끗이 하렵니다

 

제 삶의 자리에서, 주님

누구나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슬픔과

혼자서만 감당해야할 몫의 아픔들을

원망보다는 유순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더 깊이 고독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당신이 계시기에

고독 또한 저를 키우는 산이 됩니다

앞으로 살아갈 모든 날에도

끝없이 불러야할 당신의 그 이름을 부르며

깊디 깊은 마음으 샘에서

줄기차게 길어올리는 신뢰와 사랑이

당신게 드리는 제 기도의 시작이요 완성이오니

주님, 이렇게 다시 드리는 저를

다시 받아 주십니오, 아멘.

 

 

 

- 한 톨의 사랑, 한 방울의 사랑이 되어

 

(1)

나는 눈을 뜨고도 보지 못했네

우리 함께 행복해야 할 아름다운 세상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이웃 있음을

나의 무관심으로 조금씩 죽어가는

이웃 있음을 알지 못했네

오, 친구여 우리는 이제

한 틀의 사랑이 되어

배고픈 이들을 먹여야 하네

언젠가 우리 사랑

나누어 넉넉한

큰 들판이 될 때까지

오, 친구여

 

 

(2)

나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네

우리 함께 기뻐해야 할 아름다운 세상

목마름에 괴로워하는 이웃 있음을

나의 무관심으로 조금씩 죽어가는

이웃 있음을 알지 못했네

오, 친구여 우리는 이제

한 방울의 사랑이 되어

목마른 이들을 적셔야 하네

언젠가 우리 세상

흘러서 넘치는 큰 강이 될 때 까지

 

 

 

 

- 말을 위한 기도

 

 

. . . . . . . .   (전반부 생략)

날마다 제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님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제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않게 도와주시어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롭고 좀 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제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

 

 

 

 

 

법정(法頂)스님 열반 1주기

 

2011, 국제불교문화산업박람회전

장소 ;  김대중 컨벤션센타 

 

 

 

 

[법정스님 1주기]그리운 법정스님

임의진 목사·시인

바흐 무반주 첼로곡과 스님

 

어느 해 겨울 기차를 타고 라이프치히로 갔다. 베를린에 방을 하나 잡아 장기간 체류하며 이곳저곳 독일이란 나라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라이프치히는 가까운 동네여서 나중에 갈까 하다가 첫 번으로 삼게 된 건 순전 바흐 때문이었다. 바흐는 개신교인이다. 굳이 따지자면 루터교회. 그가 마태수난곡을 비롯해 작곡가로서 절정기를 일궜던 곳이 바로 라이프치히다. 성토마스교회, 중앙교회 등을 비롯 바흐가 숨쉬며 거닐었던 골목에 함박눈이 싸륵싸륵 쌓이고 있었다. 나는 그 네거리 모퉁이에서 집시 연주자가 들려주는 ‘무반주 첼로 곡’을 숨죽이며 들었다. 일요일엔 성토마스교회 예배에 참석하여 오르간 독주에 또 감격하였다.
 
법정스님은 내가 목회하며 살고 있던 남녘 강진에 가끔 다녀가셨다. 강진군 성전면엔 금당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엔 눈부시게 새하얀 백련이 곱게 핀다. 스님은 그 조그만 연못에 핀 백련을 무척 좋아하셨다. 어느 날 류시화 시인에게 연락이 와서 나도 합류하여 연차를 얻어 마셨다. “임 목사, 잘 지냈어요?” “스님 덕분예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무슨 내 덕분이겠어요. 늙은이는 기도발이 약해.” 기도발이라는 말씀에 나는 웃음이 훅 돋았다. “저도 기도는 않고 바흐는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스님 책에 보니까 바흐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요. 특히 무반주 첼로. 사실 모든 게 무반주 첼로예요. 저기 바람소리도 그렇고 찻물 내리는 소리도 그렇지요. 단순 소박하고, 또 검박하고 맑아요. 그게 이를테면 기도지요.”
 
 
“스님은 바흐를 좋아하셔요?”
 
“특히 무반주 첼로…
 
사실 모든 게 무반주 첼로예요.
 
바람소리 찻물 내리는 소리…”
 
 
스님 곁으로 낯선 분들이 다가왔고 정자에서 나눈 이야기는 그쯤에서 멈추었다. 몸집이 좀 있어 보이는, 전라도 말씨가 다정한 보살님이 다과를 내주신 덕분에 출출했던 차 잘 얻어먹었다. 오후엔 다른 방죽에서 연꽃을 보고, 해남 미황사에 같이 들어갔는데 스님은 나에게 “바흐 곡 중에서 목사님은 어떤 곡을 제일 좋아하나요?” 물으셨다. 나는 대번 기다렸다는 듯 “바흐 건 다 좋아합니다.” “허허, 욕심을 버리세요.” 미소를 머금으신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요즘은 어떤 노래를 자주 들어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라고 그리스 작곡가 노래를 종종 듣네요. 작곡뿐만 아니라 직접 노래도 부르는데 첼로처럼 저음에다 웅숭깊습니다.” “그리스는 정교회가 국교지요? 정교회 신부님들은 임 목사처럼 수염을 다들 기르더군요. 까무잡잡한 사제복과 봉긋한 모자를 쓰고 말이지요.” 동방 교회에 대해서도 해박하게 잘 알고 계셨다.
 
한동안 스님을 뵙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십년동안 머물던 강진을 떠났다. 스님과 잠시 함께 했던 금당연못의 백련이 해마다 그립지만, 연꽃 같은 인연들이 그립지만, 바람의 길을 따라 유랑길에 오른 몸. 이후 나는 담임 목회를 하지 않고 있고, 불일암 같은 이곳 산방에서 글과 그림과 관상기도로 소일하며 산밭을 일구자니 스님의 ‘버리고 떠나기’를 조금이나마 따르는 것 같아 내심 충만하다.
지금 내 산방에는 무반주 첼로곡이 정답다. 스님이 입적하신 날도 낡은 전축 앞에서 슬픈 음성공양을 했다. 그리고 꼭 한해가 흐른 지금도 이 곡을 아껴 듣는다. 스님이 앞서 보여주신 배타와 대결, 소유욕의 가시철망을 넘나드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따듯하고도 오롯한 문장, 오직 ‘첼로 활’ 하나만 있으면 이리 아름다운 소리를 켤 수 있는 첼로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삶. 스님의 우뚝한 외로움과 빛남이 영원히 우리 곁에 이렇게 살아있음이렷다. 스님이 그리울 때면 그대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종긋 들어보시길.
 
 
[불교신문 2698호/ 2월26일자]

 

 

“독서 없으면 우리 정신은
 잡초 우거진 황량한 폐가”
 
 
법정스님이 말한 ‘책’
 
 
법정스님과 책은 깊은 인연을 이어준다. 책에서 구도의 길을 찾았던 스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줬다. 스님의 유지에 따라 절판된 저서들이 연이은 베스트셀러의 열풍을 잠재웠지만, 스님이 남긴 독서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으라 권했을까.
 
스님이 남긴 책에 대한 내용도 풍성하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한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책, 잠든 내 영혼을 불러일으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안겨 주는 그런 책은 수명이 길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지금도 책으로서 살아 숨 쉬는 동서양의 고전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탐구와 독서가 없다면 우리의 정신은 잡초가 우거진 황량한 폐가가 되고 말 것이다.” 이어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읽으라”며, “세상에 나도는 책이 다 양서일 수는 없다. 두 번 읽을 가치도 없는 책이 세상에는 얼마나 쌓여 가고 있는가. 삶을 충만케 하는 길이 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넘어서 어디에도 의존함이 없이 독자적인 사유와 행동을 쌓아 감으로써 사람은 그 사람만이 지니고 누릴 수 있는 독창적인 존재가 된다”고 썼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해
 
잠든 영혼을 불러일으켜
 
삶의 의미에 기쁨 안겨…
 
 
책을 고르는 기준도 제시했다. “세상에 책은 돌자갈처럼 흔하다. 그 돌자갈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그 보석을 만나야 자신을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다.” 저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에서 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을 읽는 일로 이어져야 하고, 잠든 영혼을 일깨워 보다 값있는 삶으로 눈을 떠야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펼쳐 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는 그런 책까지도 읽을 수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몇 차례 법회에서도 주제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산을 내려오면 그동안 읽은 책 이야기를 펼치고, <맑고 향기롭게> 회보를 통해 그달에 읽을 책을 직접 선정했었다. 심지어 평생 딱 한 번 선 결혼식 주례 자리에서도 독서를 주제로 삼아 책 읽는 부부가 될 것을 당부했었다.
 
“나는 이 가을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이는 그런 책을 골라 읽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 구절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 한 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이게 하고 안이해지려는 내 일상을 깨우쳐 준다.” <무소유>에서 ‘양서’를 규정했던 스님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신을 읽는 일로 이어져야 하고, 잠든 영혼을 일깨워 보다 값있는 삶으로 눈을 떠야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펼쳐 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는 그런 책까지도 읽을 수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썼다.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중 ‘무엇을 읽을 것인가’)
 
<사진>법정스님이 길상사 법회에서 합장으로 법문을 시작하고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베스트셀러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때 상업주의의 바람일 수도 있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한다”고 강조했던 스님은 300여권의 책을 즐겨봤다. 저자, 또는 역자로 펴낸 책 30여 권이외 책 인연이 남긴 폭은 넓다. 세상을 바꾸는 생각들이 담긴 책. 인간 자연 사회를 통찰하는 힘은 책에 있었다. <월든>에서 <걷기 예찬> <그리시인 조르바> <희망의 이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인도의 사상가 <비노바 바베>, 그리고 <어린 왕자> <꽃씨와 태양> <구멍가겟집 세 남매> 등이 스님의 ‘오두막 독서’에서 진리와 구도를 함께 했었다.
 
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
 
[불교신문 2698호/ 2월26일자]

 

 

추모법어

 

보성스님

-조계총림 방장 -

 

 

출가미래사(出家彌來寺)하고 쌍계시학눌(雙溪侍學訥)이라

미래사에서 머리깍고 쌍계사에서 스승 효봉스님을 시봉했네

 

눌사수규법(訥師垂規範)하니 발심불퇴전(發心不退轉)이라

효봉께서 보여주신 냉철한 규범을 보고 발심해서 물러남이 없었으니

 

수용무소유(受用無所有)하고 필설로간담(筆舌露肝膽)이라

한평생 무소유를 수용하고 붓과 혓바닥으로 간담을 드러내서

 

광도유무연(廣度有無緣)하고 조계시낙조(曹溪示落照)로다

유연중생과 무연중생을 제도 하더니 인연이 다 하자

조계산에서 낙조를 보이도다

 

회마(會마), 천년고목(千年古木)에 개연화(開蓮花)로다

아는가, 천년고목에서 연꽃이 피는 도리를.

 

 

[법정스님 1주기]다시 보는 스님의 수행과 삶

2월28일 길상사서 추모다례

 

산골 오두막 나무의자에 그윽한 당신의 향기
 
 
 
“우리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산문집 <무소유>중에서
 
다비식 외에 일체의 장례의식도 거행하지 않는 등 마지막까지 순간까지 몸소 무소유를 실천하고 지난해 3월 원적에 든 우리시대 큰 어른 법정스님((法頂, 전 서울 길상사 회주). 오는 3월11일,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된다. 난세를 안타까워하고 중생들의 번뇌를 위로한 스님의 가르침은 아직도 사부대중의 가슴 속에 생생이 남아있다.
 
 
갈수록 각박하고 메마른 현실
 
맑고 향기롭게 운동으로 일침
 
“무소유 큰사랑, 그립습니다”
 
 
법정스님은 1932년 10월8일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스님은 전남대 상과대학 재학시절 한국전쟁을 겪으며 인간의 존재에 고민하다 1954년 출가를 결심했다. 통영 미래사에서 조계종 초대종정을 역임한 효봉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1956년 7월 사미계, 1959년 3월 비구계를 각각 수지했다. 이후 해인사 강원 대교과를 졸업한 스님은 쌍계사와 해인사, 송광사 선원 등 전국 선원에서 수선 안거했다. 1960년 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통도사에서 운허스님과 함께 <불교사전> 편찬에 참여하다가 4.19혁명과 5.16혁명을 겪은 법정스님은 1960년대 말 동국역경원의 불교경전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이 시절 불교신문에 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다양한 글을 게재했다. 불교신문에 확인된 법정스님의 글은 불교설화를 비롯해, 시, 기고문, 칼럼 등 60여 편에 이른다. 또 부처님 말씀을 쉽게 전달하는 포교와 서정성 짙은 문학, 한국불교 발전과 종단의 화합을 바라는 애정 어린 제언, 불교 내부문제에 대한 날이 선 비판 등 다양한 내용을 다뤘다. 이러한 인연으로 스님은 1973년에 본지 논설위원과 주필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 불교경전 번역 일을 하며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고 유신철폐 개헌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다 법정스님은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충격을 받는다. 반체제운동의 의미와 출가수행자로서의 자세를 고민하다가 다시 걸망을 짊어지고 송광사로 돌아갔다. 송광사 뒷산 중턱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수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듬해 스님의 대표적인 저서인 산문집 <무소유>가 발간된다. 또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송광사 수련원장을 역임하며 선(禪) 수련회 활성화시켰다. 당시 6~7차례에 걸쳐 500여 명 이상이 참가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고, 수련회를 불교계로 확산됐다. 하지만 <무소유>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면서 스님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법정스님은 불일암 생활 17년째 되던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강원도 화전민이 살던 산골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겼다. 각박해지고 메말라만 가는 인심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기 위한 시민운동을 주창한 스님은 1994년 서울 구룡사에서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창립법회를 열었다. 순수 시민단체를 지향하고 있는 이 단체는 창립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법정스님과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인 길상사에서 열린 정기법문이 유일했다. 길상사는 1996년 고급 요정이던 서울 성북동의 대원각을 천재시인 백석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김영한 씨로부터 보시 받아 이듬해 12월 창건했다. 길상사 회주로 주석한 스님은 정기적으로 주옥같은 법문을 대중에게 들려줬다.
 
2007년 10월 법정스님에게 ‘폐암’이라는 병마가 찾아왔다. 당시 스님은 “병고도 당신을 찾아온 친지 중 하나라며 어르고 달래며 지내겠다”며 치료를 미뤘지만, 상좌와 친지들의 거듭된 간청으로 미국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담당 의사들도 놀랄 정도로 회복한 스님은 2008년 2월 치료를 마치고 귀국해 정기법문과 글쓰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병고는 또다시 찾아왔다. 2009년 4월 폐암이 재발해 요양에 들어갔다. 결국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으니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2010년 3월11일 오후1시51분 길상사에서 세수 79세, 법랍 56세를 일기로 입적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698호/ 2월26일자]

 

 

 

 황설리화(黃雪裡花)

 

 

 

법정스님 1주기…30년 우정 나눈 이해인 수녀 인터뷰

죽음 말고 녹스는 삶 걱정하라 하셨죠
중도 지키려 노력했기에 종교넘은 우정 가능해
어린왕자 20번 넘게 읽으신 스님은 청정한 소년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고,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

불꽃에 타들어가는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실천한 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비움으로써 오히려 넉넉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가르침을 주고 떠난 법정 스님. 스님 입적 1주기인 28일(음력 기준)을 맞아 종교와 성은 다르지만 같은 수행자이자 청빈(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는 이해인 수녀(66ㆍ부산)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년 넘게 우정을 맺은 그를 통해 스님의 무소유 삶과 정신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세레명 `클라우디아`로 스님에게서 `구름수녀님`이라고 불렸던 수녀는 "암 환자지만 더 나빠지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살고 있다"며 기억을 서서히 되돌렸다.

-`스님이 곁에 없구나`라는 느낌은 언제 받으시는지요.

▶스님의 부재를 슬퍼하는 국내외 독자들의 편지를 받을 때, 스님의 모습이 새겨진 책갈피를 볼 때, `맑고 향기롭게` 소식지에 스님의 새 글이 아닌 옛 글이 실려 있는 것을 볼 때 스님이 이 세상에 안 계신 일이 더욱 실감되곤 합니다.

-1976년 `민들레 영토`로 인연을 맺으신 뒤 30년 넘게 우정을 나눈 비결은 무엇인가요.

▶너무 자주 연락한다거나 지나친 통교보다는 늘 서늘하고 지혜롭게 중도를 지키려고 노력했기에 긴 세월의 우정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주고받는 편지에도 개인의 어떤 감정보다는 주로 자연이나 좋은 책에 대한 이야길 더 많이 하였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제가 글씨를 늘 흘려쓰는 버릇이 있어 편지를 보내면 해독하기 힘들다고, 수행자는 글씨도 늘 반듯하고 단정해야 한다며 걱정하셨지요. 그러고도 너무 심하게 꾸지람했다 싶으면 후에 그 덕에 대충 읽어버리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위로를 해주시기도 했답니다. 대범하고 냉정한 듯 보여도 스님의 여린 속마음이 읽혀지곤 하였지요. 절보다는 성당 쪽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름 없는 순례자`라는 책을 구해 보내달라거나 영화 `갈매기의 꿈` 주제음악이 담긴 음반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제게 하기도 하셨습니다.

-수행자가 아닌 `인간 법정`은 어떤 분이었나요.

▶`야단 맞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뜻은 언제라도 기꺼이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도반임을 내비친 표현이라고 여겨집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스무 번도 넘게 읽고 수십 권을 사서 선물했다는 내용이 `영혼의 모음`에도 나오듯 스님은 늘 청정하고 맑은 동심을 지니셨고,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사신 분이셨습니다.

-스님 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좋은 글들이 많지만 요즘은 특히 `아름다운 마무리`에 나오는 이 구절이 마음에 남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다."

-같은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 수행자와의 친분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게 되나요.

▶타 종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막연히 추측으로 알고 있거나 배타적인 선입견으로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경과 이해를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가능하면 서로 자주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수녀님과 가까웠던 김수환 추기경과 장영희ㆍ박완서 선생님이 최근 몇 년 사이 세상을 떴습니다. 죽음이란 어떤 걸까요.

▶`죽음이 삶 속에 숨어 있네`라고 외칠 만큼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이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죠. 바로 며칠 전에 만나서 웃고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시시로 경험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스님의 무소유 삶은 우리 사회에 큰 가르침을 줬습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서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인데 참 좋지 않은가요.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해 줄 수 있는 선선한 사랑과 용기를 지니고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어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것에서도 큰 감사를 발견할 수 있는 소박함을 지니고, 그러기 위해 내면을 가꾸는 명상과 기도도 꾸준히 하면서 말입니다. 

 

매일경제 - 이향휘 기자

 

 

 황설리화

 전남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김종우씨댁 뒤뜰에 피어난 황설리화(黃雪裡花).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11월 꽃망울을 맺기 시작해 1~2월 중에 꽃이핀다.

 약 40여일동안 개화 상태를 유지한다.

 

 

 

"아니온듯 다녀가소서" 

 

 

 

 

 축령산 자락에 자리잡은 休林

 

작년 8월 29~30일 이해인 수녀님께서 묵어가신 곳이다.

그 때 수녀님께서 남기신 소회,

 

"법정스님 생전에 이 곳 휴림을 알았더라면  꼭 한 번 모시고 왔을 것을..."

 

 

 

 

 

 

 

 

산을 보며

 

                             이 해 인 

 

 

늘 그렇게

고요하고 든든한

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오

 

기쁠 때나 슬플 때

나의 삶이 메마르고

참을성이 부족할 때

 

오해 받은 일 억울하여

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나는 창을 열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 합니다.

 

 

이름만 불러도 희망이 되고

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되는 산

그 푸른 침묵 속에

기도로 열리는 오늘입니다.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

 

 

 

2010. 8. 30  휴림에서

 

 

 

- 차를 마셔오, 우리

 

 

오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찻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 마음에 끊어오르는

담백한 물빛 이야기를

큰 소리로 고백하지 않아도

 

익어서 더욱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오래 기뻐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오, 우리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산을 닮은 어진 눈빛과

바다를 닮은 푸른 지혜로

치우침 없는 중용을 익히면서

언제나 은은한 미소를 지닐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오래 참고 기다리는 버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뜻대로만 되지 않는 세상 일들

혼자서 만들어 내는 쓸쓸함

남이 만들어 준 근심과 상처들을

단숨에 잊을 순 없어도

노여움을 품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며 함께 차를 마셔요

 

차를 마시는 것은

사랑을 마시는 것

기쁨을 마시는 것

기다림을 마시는 것이라고

다시 이야기 하는 동안

우리가 서로의 눈빛에 확인하는

고마운 행복이여

 

조용히 차를 마시는 동안

세월은 강으로 흐르고

조금씩 욕심을 버려서

더욱 맑아진 우리의 가슴 속에선

어느날 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들려올테지요?

 

차를 마시는 것은

사랑을 마시는 것

기쁨을 마시는 것

기다림을 마시는 것이라고

다시 이야기 하는 동안

우리가 서로의 눈빛에서 확인하는

고마운 행복이여

 

조용히 차를 마시는 동안

세월은 강으로 흐르고

조금씩 욕심을 버려서

더욱 맑아진 우리의 가슴 속에선

어느 날 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들려올테지요?

 

 

 

 

 

 

**************************************************************

 

 

 

 

 

이해인 수녀님과 법정스님.

    생과사가 엇갈린 두 사람의 수행자를 우연찮게 연이어 만나보는  오늘이다.

 

먼저 광주가톨릭대학교 본당.

 

수녀님의 쾌유를 비는 우렁찬 박수와 함께

암 투병중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얼굴로 나타나신 이해인 수녀님.

자신의 詩를 참석자들과 낭송하면서 말문을 열어가신다.

 

- 투명한 가운데,

많이 요구하는 것 보다 받았던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모든것에 감사하지 않는 것이 없는 요즘 생활을 말씀하신다.

 

암과의 사투 속에서 하루 하루의 삶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상의 모든 것이 그저 새롭고 감동과 감탄의 연속이라고.

당연한 것에 감탄하며 감사하는 마음,

아픔을 통해 부족한 겸손을 세삼 느끼신다는 말씀에 숙연한 좌중.

 

 억울함에 대한 침묵은, 되려 내면의 행복지수를 상승시킨다는 말씀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있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에관한

'고운말 차림 10가지'를 말씀하시며 하나 하나 예를 들어가신다.

아무리 극단적인 경우를 당할지라도 막말을 삼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세임을 강조.

 

필요 없는 말은 자제, 푸념까지도 예쁜말을 사용, 남의 인격을 비하하는 말 삼가,

흉을 보더라도 순한 말을 써라, 상대의 상처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비교하는 습관.

맞장구에 대한 언어 선택의 중요성(추임새나 메아리).

 

농담이나 유머를 할 때 뒤 끝이 깨끗한 단어 선택(보편 타당성을 고려한 내용),

겸양의 자세와 함께 위협적이거나 전투적 표현의 자제.

기분좋은 상징어를 잘 골라 써야하며 되바라진 표현 자제.

 

은유와 직유를 고려,

 

예> 당신의 수녀원에서  "암환자 수녀님들은 식당으로 모이세요"

 

듣기에 거북하고 썩 유쾌하지 못해

 

'암환자' 라는 표현 대신 "찔레꽃 수녀님 모이세요"로 바꿨더니

훨씬 듣기 좋고 편안하더라는 말씀.

 

 "암적인 존재"를 말씀하셔 놓고 뜨악한 표정을 짓자니

 본당에 자리한 모든이들이 동시에 배꼽을 쥐며 자지러지고 마는데....

 

정말 정말 단어 하나 하나의 선택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세삼 일깨워 주는 커다란 가르침이자 따금한 일침.

 

  '톨스토이'의 어록을 마지막으로 단상을 내려오시는 수녀님.

 

"해야 할 말이 백가지라면

그 중 안 해야 할 말이 아흔아홉가지더라"

 

 

//

 

 

 "국제불교문화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김대중 컨벤션센터'

이런 저런 전시물을 돌아보다가 어느 지점에서 마주친 법정스님의 모습.

 

생전, 이해인 수녀님과 법정스님의 교분은  잘 알려진 얘기.

마치 어제가 스님의 1주기였기에 우연 보다는 필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비록 생과 사는 달리하고 있지만,

올곧은 수행자의 표상으로 자리매김되어온 두 분을 연이어 동시에 뵙는 범상찮은 우연.

 

집에 돌아와,  '불교신문'에 난 법정스님의 기사를 꼼꼼히 살펴 보면서

스님이 던져주고 가신 메세지를 떠올려 보자니.

 

'

'

'

 

 

 

대저, 삶과 죽음은  不二의 세계라는 사실이 

그저 새삼스러울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