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취월당

一 千의 의미

 

 

붉디 붉은 끝물 배롱꽃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누군가가 요월정 낙화암 아래 정자에 올라 오수에 빠져있었다.

 

 

 

 

 

붉은 배롱나무 사이로 고사한 소나무가 보인다. 

 제선충으로 인해 요월정 수 백년 아름드리 노송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요월정 낙화암 절벽에 피어난 끝물 백일홍

 

 

 

 

 

 

요월정 입구를 지키는 황룡정(黃龍亭)

 

 

 

 

 

 

요월정을 오르는 계단에 추색이 찾아든 듯.

 

 

 

 

 

 

 

 

     邀月亭韻 요월정의 운

고봉 기대승

 


 夫君才氣合乘車

그대의 재기가 수레를 탈 만한데
      遁跡江湖放浪餘
강호에 방랑한 나머지 자취를 감추었네

       載酒引船風色嬾
술을 실은 배 끄니 풍색이 조용하고

       藝花扶杖月華虛
꽃을 심고 지팡이 잡으니 달빛도 밝네

    

 

經心舊學惟心也

옛 학문에 마음 두니 오직 마음이고
     脫手新詩更賁如

 새로운 시에 손을 대니 다시 문채로워

      雨露九天應下漏
구천에서 우로가 응당 내려오리니

       直長威望壓周廬
직장의 위망이 주려를 누르리라


 

 

 

 

 

 

 

 

 

 

 

 

 

 

 

 

 

 

 


  與金佐郞景愚邀月亭詩
좌랑 김경우 요월정에 준 시

고봉 기대승

 

 

屋角流光似轉車
지붕 위에 흐르는 햇살 굴러가는 수레 같아 
  江山今見九秋餘
강산에는 지금 구월의 가을빛이로다

 蕭蕭落木空飄雨
쓸쓸한 낙엽 빗속에 나부끼고

 疊疊遙岑欲挿虛
첩첩의 먼 봉우리 허공에 솟았구나

 

 


 松□□壺情不盡
소나무 아래에 술병 차니 정이 무궁하고

 水邊邀客興何如

물가에 손님 맞으니 흥이 어떠한가 
疎狂自有偸閑僻
소광한 몸 스스로 한가로움 좋아해서이니

 未必明時厭直廬

밝은 때에 벼슬이 싫어서만은 아니로세

 

 

 

 

 

 

 

挽金佐郞景〕
김 좌랑 경우에 대한 만시

 

 


 白幔靑莎望裏明
흰 장막 갠 모래 바라보는 속에 밝았는데

 一壺君爲佇吾行

 한 병 술로 그대는 나의 걸음 기다렸지 
    鴒原宿草情難忍
할미새 사는 곳의 묵은 풀 정을 참을 길 없으니

     孤負淸歡隔死生

맑은 기쁨 저버리고 사생이 막혀 있네 

 


     邀月亭中幾醉醒
요월정 속에서 몇 번이나 취했던가

    人間萬事付流萍
인간의 모든 일 부평에 부치노라

     靑山滿目秋光冷
청산은 눈에 가득 가을 빛 차가운데

    惆悵銀蟾入夜凉

 쓸쓸한 흰 달빛 밤중에 들어오네

 

 

 

 

 

 

 

 

 

 

 

 

 

 

 

 

 

 

 

 

 

 

 

 

 

 

 

 

 

 

 

 

 

 

 

 

 

 

 

 

 

 

 

 

 

 

 

요월정 지킴이 이수월 시인과의 다담

 

 

 

 

 

 

 

 

 

 

 

 

 

 

 

 

 

 

 

 

 

 

 

 

 

 

 

전북 부안 격포항

 

 

 

 

 

 

애일당 강기욱 선생님과  일포 선생님의 파안대소

 

 

 

 

 

 

격포항 방파제를 접수한 선녀 두 분.

 

 

 

 

 

 

 

 

 

 

 

 

 

채석강 해식동굴

 

 

 

 

 

격포항 일몰

 

 

 

 

 

 

 

 

 

 

 

 

 

 

 

 

 

 

 

 

 묵방선인 일포 선생님의 해넘이 감상

 

 

 

 

 

********************************************************************************************

 

 

 

 

애일당 강기욱 선생님으로 부터 걸려온 전화.

 

"블로그 포스팅 천회를 축하합니다. 일포 선생님께서 일천회 축하연을 하시잡니다. "

 

'애공~~~ 쑥쓰럽게시리....!'

 

숫자에는 워낙 젬병인데다 게시물 횟수 따위엔 관심도 없었던 터.

헌데 고맙게도 기획의 대가(?)이신 일포 선생님께선 숫자를 마냥 세고 계셨던 모양.

 

격포항에 도착,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축하상에 배를 남산만하게 불린 다음

 가을이 예감되는 바닷바람을 초대하여 노을지는 방파제를 느긋하게 걸었다는 사실.

 

어찌됐건 一千의 의미를 부여 해 주시니 그저 황송 할 따름.

  그렇다면 과연 千의 의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떠올려 보기로 합니다.

 

우선 노자(老子)에서 비롯된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꽤나 오랜 날들의 일상을 끄적이다 보니 어느덧 일천회에 이른 셈.

두 말할 것도 없이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겠지요.

  

헌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의 본래 의미인 부지런함과 꾸준함과는거리가 먼

 게으름과 미적거림 속의 일천회인지라 사실  한없이 쑥쓰럽기만 합니다.

이건 절대 겸손의 수식이 아님을  머리 조아려 고백합니다.

 

사실 千과 관련하여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긴 합니다. 

다름 아닌 천려일득(千慮一得), 천려일실(千慮一失)입니다.

  일천 번을 골똘히 생각하면 한 가지쯤은 뭔가 괜찮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동시에,

 지자천려(智者千慮) 필유일실(必有一失)이요,

 우자천려(愚者千慮) 필유일득(必有一得)이라는 "사기열전"의 구절도 떠오릅니다.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 하더라도 천 번 생각에 한번쯤은 실수할 수가 있고,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도 천 번을 생각하면 하나쯤 옳은 계책을 낼 수 있으니

사람을 업수이 여기지 마라는 뜻이겠지요.

 

 위의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진짜 이유 한 번 들어보실랍니까?,

골똘히 생각하고, 여백을 탐하고 등은 어찌보면 게으름과 동일시 된다는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부족함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방패막이요, 허접함이라는 얘깁니다.

 

 서해의 싱싱한 횟감에 이내 혀가 착착 감겼는지,

아니면 숫자 一千의 의미를 부풀려(?) 주신 두 분 선생님의 크나큰 도량에 감격해서인지

 일천의 의미에 대해 석두를 굴리다 보니 슬슬 목구멍이 타는 듯 싶습니다.

 

이쯤에서 그만 접고 시원한 막초나 한 잔 해야겠습니다.

 

 

 

2013. 8. 28

 

 

 

 

'자연 > 취월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과 사람들  (0) 2013.10.13
빛과 어둠의 소나타  (0) 2013.09.26
형제의 우애  (0) 2013.08.25
신념이란....  (0) 2013.08.21
유월 죽설헌   (0) 201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