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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황룡강을 따라서...

2014. 4.30

 

  

황룡강변에 피어난 이팝나무꽃

 

 

 

만흥興 

 

고봉 기대승

 

 故山春雨後
고향 산에 봄비 내린 뒤라

 花發蕨芽肥
꽃 피고 고사리도 돋아나누나

  謾欲尋芳去
부질없이 꽃을 찾아 떠나갔다가

  應須詠月歸
달빛에 시 읊고 돌아오련다

  松醪滿盎嫩
송료 는 동이 가득 익어 가고

  石菜着根馡
돌나물은 뿌리 내려 향기롭네

 醉臥風生耳
취해 눕자 바람이 귓가에 나니

  陶然忘世機
도연히 세상일을 잊어버리노라

 

 

 

 

 

 

 

 

 

 

 

 

 

 

 

 

 

 

 

고봉 기대승의 묘.

 

 

 

김 창 수 / 지혜학교 초대 교장 내외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세간에서는 그를 20년 대안교육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평한다.

1995년 용인 수지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대안교육 운동의 산증인.  20대 초반 고아원 총무를 역임하고 이후 전남 장성 삼동고등공민학교,

 서울 중앙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전북 무주의 푸른꿈고등학교 설립자로, 전남 담양의 한빛고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며

녹색대학을 함께 설립하고 교육학과의 교수로서 교육철학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지혜학교를 설립하여 초대 교장을 지냈다. 그의 부인은 현재 초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다.

 

 

 

- 내가 바라는 지혜학교 교사 상 -

 

1. 선생은 교육자이며 수행자이어야 한다.

2. 교육자로의 선생은 교육 전문성과 교육자적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3. 수행자로서의 선생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일상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

4. 선생은 교육자로서, 수행자로서의 자신을 우선적으로 상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선생'이어야 한다.

5. 선생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청빈한 삶을, 사회적으로는 자유로운 관계를,

정신적으로는 무욕의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

6. 선생의 궁극적 관심은 해방과 자유함에 있어야 한다. 해방의 실현은 누구나 가능하고,

해방을 이룬 자는 뭇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7. 선생이 학자로서, 수행자로서 완숙해질수록 선생은 학생들에게 지혜와 사랑으로 드러날 것이다.

8. 선생은 열린 형태의 학문공동체, 교육공동체, 수행공동체를 형성하여 부지런히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9. 선생은 학문공동체, 교육공동체, 수행공동체를 통해 학생들에게 지혜의 빛을 투사해야 하며,

세상에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자질을 키워야 한다.

10. 선생은 '상구보리(진리를 알고) 하화중생(진리를 실천하는 일)'의 길을 혼자서라도 가야 한다.

 

/김창수 교육 에세이 중에서/

 

 

 

월봉서원

 

 

 

 

 

 

 

- 동면에서 깨어나서 -

 

슬프더라 아프더라 달콤하더라

두 눈 물러지고 창자가 제 멋대로 꼬여도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그 설렘으로 돌아가

초막 여러 채를 짓자는 말이 굴뚝같더라

 

어미 된 자 자식 두고서 아플 수 없는 것처럼

선생 된 자 아이들 돌보는데 틈새 없어야 하거늘

살림살이도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 놓고서

아이들은 사방으로 제 길 찾아 갔는데

나는 대문 열고 기다리는 허장을 즐겼더니라

 

그러나 마음 저만치 몸마저 녹여내리는 봄이 돌아오고

제자의 주검 앞에서 통곡했던 공자와

마누라 주검 놓고서 춤추었던 장자가

모양새 틀리지만 속뜻은 한 가지이듯

가고 오고 머물고 떠남이 다르지 않을진대

 

이제 다시 잠 깬 곳에서 싹을 틔우고

우리 함께 떼는 발걸음에서 꽃을 피우자

목울대 피울음은 심장에서 맑혀

남은 사람들 한 마을으로 열매를 맺자

지나온 길들은 모두 하나로 합해

가야 할 내일을 갈래 갈래로 비추어 주는

살갑고 영롱한 별빛이 되자

  

/김창수 교육 에세이 중에서/

 

 

 

 

//

우리는,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나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넘어서, 탈 이데올로기적 접근의 차원까지 넘어서 초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꿈꾸는 대안학교를 지향한다. 초 이데올로기적 교육이라 함은 정의나 평등, 무한 경쟁과 같은

상대적 가치를 넘어서는 자비와 사랑과 같은 이성의 극한의 지점을 향한 교육을 의미한다.

 

혁명이나 개혁은 너와 세계를 바꾸는 것에 주목하는 일이고,

성찰이나 수행은 나와 우리를 바꾸는 일에 우선적으로 시선을 두는 것이다. 혁명이나 개혁은

객관적 세계와 객관적 실체를 변화시키는 데서 시작 하는데, 그것은 결국 나와 우리를

변화시키는 데서 출발하는데 그것은 너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혁명이나 개혁이 우선인가, 나와 우리를 바꾸는 것이 우선인가의 문제로 논쟁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지혜학교는 나와 우리를 먼저 변화시켜 너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방향을 지향하지만,

그것들은 선후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우리를 바꾸는 것과 너와 세계를 바꾸는 것은 둘이 아니다.

//

 

- 김창수 교육 에세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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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지혜학교 초대 교장.

그의 건강 상태가 거의 최악이라는 소식은 진즉에 전해 듣고 있었다.

 

그런 그를 뜻밖에도 월봉서원 교육관에서 만나게 되었다.

대뜸 그의 현재 건강 상태부터 물었다.

 

"내 삶에 있어 지금의 건강 상태가 가장 좋습니다."

 

간 이식에 이르기까지 3 번에 걸친 큰 수술을 견뎌낸 그의 정신력이 그저 놀랍기만.

그 지독한 정신력의 원천은 물어보나마나 참 교육자의 사명감에 기인 할 터.

 

백우산 '철학자의 길'을 함께 걸으며 그와 나눈 지혜의 편린 들.

 바른 교육만이 이 나라의 미래임을 확신에 찬 어조로 누누히 강조하는 모습.

 

 그가 추구해 온 교육철학의 진면목이

이 땅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 속에 부디 커다란 성과로 이어지길...

 

 

 

 

 

 

Edward Simoni - Summer In Clev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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