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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십년 째 짓고 있는 집

 목수도 아닌 농사짓는 농부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10년의 세월을 들여 자기 집을 지어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인생도 있다.

담양군 대덕면 무월리의 송일근(50)씨가 지은 무월당(撫月堂)이 바로 그 집이다.

물론 부인인 정다정(48)씨도 옆에서 거들었지만 말이다.

 

소나무와 흙으로 지은 독특한 스타일의 집이다.

'달을 어루만진다'는 무월리는 달과 같이 둥그런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동네였다.

목재는 뒷산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몇 년간 직접 베어다가 날랐고,

헛간 한구석에다가 전기톱, 전기대패, 그라인더를 갖다놓고 혼자서 서까래, 대들보, 기둥을 다듬었다.

그래서 그런지 반듯한 기둥이 별로 없다. 약간씩 휘어진 삐뚜름한 기둥과 서까래가 많다.

축대와 기초공사에 들어간 돌들은 집 근처와 동네에서 구해다가 썼다.

집의 기초를 할 때에는 모래, 석회, 황토를 배합한 삼합토(三合土)로 1년 반을 다졌다.

지붕 재료만 빼고는 거의 자급자족했다. 부인은 천장과 벽에다 흙을 바르는 토벽작업을 맡았다.

방 안에 있는 나무 침대도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싱크대, 아이들 방의 책상, 붙박이 벽장, 대나무 방충망도 모두 직접 만들었다.

휴지걸이 하나 만드는 데도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걸렸다.

이 집은 '슬로 건축'(slow architecture)의 모델이다.

농번기에는 논에서 일을 하다가, 시간이 나면 집을 짓고,

돈이 떨어지면 돈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짓다 보니 10년이 걸렸다.

집의 설계나 디자인도 일부러 혼자서 끙끙거리며 궁리하였다.

다른 사람 안 하는 것을 해야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가보니까 욕조 옆에 검은색의 무쇠 솥단지가 장착(?)되어 있다.

뜨거운 물이 필요할 때마다 밖에서 장작불을 때면 물이 덥혀지는 구조이다.

언제 집 짓는 재미를 느꼈느냐고 하니까,

터를 다진 뒤에 32개의 나무 기둥을 힘들게 세웠는데,

저녁에 석양이 비치니까 기둥마다 그림자가 생겼다.

이때 64개의 기둥이 되는 광경을 보면서 형언하지 못할 황홀함이 밀려왔다"는 대답이다. "

자식도 만들었는데, 무엇인들 못 만들겠는가?"가 그의 집 짓기 철학이다.

 

_ 이상은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에서 옮겨온 글이다 -

 

 

 위 컬럼에 소개된 집,  무월당(撫月堂)과 주인공 송일근 선생이시다.

 

 

撫月堂을 나와 봄 날의 할미꽃 앞에 서니

겸손 플러스, 느림의 미학이 절로 가슴에 들어온다.

 

 

수선화 마저도 撫月堂 쥔장 내외의 단아한  심성을 닮은 듯.... !

 

 

 물론,

새빨간 남천 열매 같은 정열이 두 내외의 가슴에 차고 넘치지 않았다면

십년 공부는 감히 꿈도 꾸지 못 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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撫月堂이라...........!

 

떠 오르는 달을 어찌 무드 없게시리, 맹숭맹숭 어루 만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러한 경계에는 당연히 주효(酒肴) 플러스, 音과 樂이 따라야 하는 법.

 

동네에 들어서 산세를 살펴보노라니, 무월리라는 지명에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오래된 돌담길을 따라 오르니 위 컬럼 속 두 주인공께서 예의 그 돌담을 쌓고 있었다.

 

제데로 된 집 세 채만 짓고 이승을 하직한 자. 

염라대왕 앞 심판은 무사통과란 말도 있지 않은가?

 

도대채 어떤 공력을 지닌 자 이기에 집을,

그것도 시골집을 십년 씩 이나 짓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찾아나선 것이다.

첫 눈에도 예삿 농부가 아님이 드러나고 있었다.

 

흙을 뭍여가며 열심히 일 하시던 손길을 멈추고 거실로 안내하신다.

한 마디로 내부가 장관이다.

 

서까래에서 부터 기둥과 창문, 가구와 바닥 마루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쥔장의 심성이 묻어나지 않는 게 없음은 감동 그 자체라....

 

" 잘 지어보겠다 생각 해본 일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

?.......

 

집을 지을 바에야 당연히 좋게. 멋지게, 이쁘게 지으려 들텐데....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무욕으로 집 지음을 생활화 하고 있다는 말씀.

 

마당가에 부풀어오르고 있는 자두나무 꽃 향기가 닷상 위에 펼쳐진다.

이 향, 저 향 해도 자두꽃 향기처럼 진한 향도 드믈다는 사실.

 

해질녁 돌담을 따라 집 안을 감싸는 꽃 향기를 한 번 쯤이라도

맡아 본 이는 금방 공감하게 되는 환상의 내음, 자두꽃 향기.

 

쥔 내외의 얼굴에 화사함이 번져간다.

마치 자두꽃 향기가 코끝을 스치기라도 하는 양......!

 

모처럼 봄 날 예찬이 호기롭게 이어져만 가는데

언제까지 두 내외의 일에 훼방만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모르긴 해도 앞으로 십년? 어쩌면 생을 다 할때 까지

두 내외의 집 짓기는 계속될지 모른다.

 

자두꽃 향기를 닮은 대덕땅 무월리의 撫月처사 내외 친견.

撫月의 의미를 되새김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방문한 날 - 2008, 4,1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