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취월당

백자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茶泉 2025. 2. 18. 08:08

백자청화동화연꽃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44.6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조선백자는 금사리 가마에 이르러 물자가 원할히 공급되는 안정적 환경에서 달항아리 같은 명작이

나오게 되었는데, 1752년(영조 28)에는 물류가 보다 유리한 곳을 찾아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우천강변으로 옮겨 갔다. 이 이름 없던 동네는 분원이 들어선 덕분에 분원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것이 조선 도자의 세계를 활짝 꽃피운 분원리 가마의 출발이다.

이런 사실은 《여지도서與地圖書》경기도 양근 물산物産조에서 확인되고 있다.

 

요즘 늘어난 자기들은 금상전하(영조) 임신년(1752)에 광주 번조소를 군 남쪽

50리 남종면에 이설하여 매년 사옹원 관리가 감독하여 만드는 왕실 그릇이다.

 

분원리 가마에서 백자 제작은 기술적으로 크게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풍부해졌다.

기형도 다양해지고 특히 청화백자가 활발히 제작되었다. 금사리 가마에서만 하여도 기형과 문양

에서 절제와 긴장이 엿보였지만 분원리 가마에서는 오히려 감성의 해방을 맞이한 듯 난숙함이 나타난다.

 

이는 조선시대 문화사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영조와 정조 때 문화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다.

회화사로 볼 때 영조 시대는 겸제 정선의 진경산수, 관아재 조영석의 속화, 능호관 이인상의

문인화 등 선비화가들의 문기 짙은 세계였던 것이 정조 시대에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전문 화가들에 의해 기법적으로 무르익은 회화 세계로 나아갔던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분원리 가마에서 백자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백자는 궁중과 관의 수요를 넘어 일반에게도 많이

흘러나가게 되었다. 관요인 분원에서 제작한 백자가 민간에 유출된 경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사적으로 제작해 가는 사번私燔이었고 또 하나는 진상하고 남거나 제외된 자기들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당시 상업의 발달과 함께 촉발되었다.

 

분원리 백자가 시장에 흘러나오게 되면서 사기그릇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기전沙器展이 등장하였다.

사기전에는 항아리, 병, 발, 접시 등 생활자기 이외에 문인을 위한 필통, 연적 등 다양한 문방구가 주요

상품으로 나왔다. 사기전이 활기를 띠게 되면서 나중엔 왕실 의례 때 필요한 자기들을 거꾸로

사기계공인이 사기전에서 구입해 납품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제작 환경에서 분원리 관요는 전에 없던 전성기를 맞이하며

1883년(고종 20)에 민영화될 때까지 약 130년간 운영되었다.

 

 

 

 

분원리 백자는 기본적으로 빛깔, 문양, 기형 모두가 조선백자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는 기조를 유지하였다.

빛깔은 백색을 숭상하는 검박한 절제의 미, 문양은 공간 운영에서 여백의 미, 기형은 인공적인 것이 두드러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형태미를 견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분원리 백자는 전에 없는 난숙미를 보여 주었다.

빛깔은 엷은 푸름을 띠는 우윳빛, 즉 담청淡靑을 머금은 유백색乳白色으로 따듯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분원리 백자에 풍요로운 '부富티'가 있다는 평을 내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유백색의 색감에 있는 것이다.

 

기형에서는 그릇의 기벽이 아주 견고하고 치밀해졌다. 

이를 '견치堅緻' 하다고 말한다. 미감을 떠나 자기로서의 질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기형이 다양해져 항아리, 병이 대종을 이루는 가운데 발과 접시 같은 반상기와 필통, 연적 등 문방구가

전에 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이는 사기전을 통한 민간의 수요가 그만큼 활성화되었음을 말해준다.

 

문양에서는 청화의 빛깔이 아주 맑아졌다.

문양의 종류도 종래의 운룡무늬, 매죽무늬, 초화무늬 등은 물론이고 산수, 화조동물, 사군자 등

회화사의 여러 화제들이 도자기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는 조선 후기 회화 자체가 난숙해진 데다

문인들이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갈색의 철화와 붉은빛의 동화銅畵가 구사되면서

문양의 표현이 전에 없이 화려해졌다. 사옹원 본원의 도장인 <백자사옹원인>(보물 1974호)은

사자 모양 장식이 정교할 뿐만 아니라 눈과 입이 각각 청화와 동화로 채색되어 있어

분원의 번성을 엿보게 한다.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56cm, 개인 소장

 

좌)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45cm, 부산박물관 소장

우)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 18세기, 높이 36cm, 보물 1064호, 개인 소장

 

좌) 백자청화묘작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44.1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우) 백자청화호작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42.8cm,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좌) 백자청화산수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38.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박병래 기증품)

우) 백자청화파초국화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37.4cm,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좌) 백자항아리, 18세기, 높이 35.5cm, 호림박물관 소장

우) 백자항아리, 19세기 전반, 높이 36.5cm, 부여문화원 소장

 

좌) 백자청화구학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32.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건희 기증품)

우) 백자청화초화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16.8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박병래 기증품)

 

좌) 백자청화분매무늬각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28.7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우) 백자청화투각모란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26.5cm, 보물 240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좌) 백자청화조어무늬떡메병, 18세기 후반, 높이 25cm, 간송미술관 소장

우) 백자청화산수무늬떡메병, 18세기 후반, 높이 32.5cm, 보물 1390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건희 기증품)

 

좌) 백자청화인물무늬병, 19세기, 높이 20.3cm, 개인 소장

우) 백자청화송하초옥무늬병, 18세기 후반, 높이 36.1cm, 호림박물관 소장

 

좌) 백자청화 '병신' 명산수무늬각병, 1776년, 높이 22.1cm, 개인 소장

우) 백자양각매죽무늬병, 19세기, 높이 27.5cm, 호림박물관 소장

 

좌) 백자청화시명편병, 19세기 전반, 높이 25.3cm, 개인 소장

우) 백자청화고사인물무늬사각병, 18세기 후반, 높이22.9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백자청채양각매화무늬사각병, 19세기, 높이 8.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홍근 기증품)

 

좌) 백자 '제' 명제기, 18세기 후반, 높이 8cm, 개인 소장

우) 백자사각발모양제기, 18세기 후반, 높이 14.1cm, 보물 1457호, 호림박물관 소장

 

백자청화철재파초무늬주전자, 19세기, 높이 12.7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좌) 백자청화동화모란넝쿨무늬항아리, 18세기 후반, 높이 27.1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우) 백자청화동채운룡무늬병, 19세기 전반, 높이 30.3cm, 개인 소장

 

백자청화철화동화양각초충무늬병, 18세기 후반, 높이 42.3cm, 국보 294호, 간송미술관 소장

 

좌) 백자청화매죽무늬필통, 18세기 후반, 높이 12.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박병래 기증품)

우) 백자청화대나무무늬필통, 18세기 후반, 높이 12.4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건희 기증품)

 

 백자청화 '혜원' 필소나무제비무늬필통, 1798년, 높이 12.7cm, 개인 소장

 

좌) 백자청화동화초화무늬필통, 19세기 전반, 높이 13.5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우) 백자청화투각시명용무늬필통, 18세기 후반, 높이 15.9cm, 개인 소장

 

좌) 백자투각포도무늬필통, 19세기 전반, 높이 15.1cm,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우) 백자투각연환무늬필통, 19세기 전반, 높이 12.4cm, 개인 소장

 

 

 

 

백자묵호 일괄, 19세기 전반, 백자묵호(가운데) 높이 5.7cm, 호림박물관 소장

 

백자청화산수무늬주전자, 19세기, 높이 18.4cm, 개인 소장

 

 

 

백자어룡장식향꽂이, 19세기 전반, 입지름 10.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박병래 기증품)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5>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