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2 <귀한 자식, 높은 벼슬>
백자도(百子圖)8폭병풍
60.0×34.0, 지본채색, 20세기 전반, 국립민속박물관
총각(總角)머리에 중국 복식을 입거나 벌거벗은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일반적인 백자도와는 달리
등장인물들이 모두 조선식 복장을 한 특징 있는 그림이다. 누각을 배경으로 원숭이놀이, 괄리행차, 닭싸움,
장원급제, 활쏘기, 글공부 같이 입신출세를 바라는 내용을 그렸다.
각 폭에는 백자당(百子堂)과 같이 자손번창의 뜻을 담고 있는 곳을 포함하여 훈련각(訓練閣), 문무당(文武堂)과 같이
아이들의 교육이나 무관으로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을 활동무대를 배경으로 그림으로써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장군놀이, 관리행차와 같이 백자도에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외에
씨름, 팔씨름, 연날리기 등 놀이장면은 그림속 인물들이 입고 있는 조선 무관의 복장과 함께 전체적인
내용이 우리식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훌륭한 무관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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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분양행락로(郭分陽行樂圖)8폭병풍71.0×42.0, 지본채색, 19세기 후반, 국립민속박물관
중국 당나라 곽자의(郭子儀)의 성공적인 삶을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이다. 곽자의는 무장(武將)으로 안록산의 난 때 큰 공을 세웠고,이후 장안과 낙양ㅇ르 부복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신으로 크게 추앙 받았던 인물이다. 당 숙종 연간에 일어난 군란을 진압하고 '분양군왕'에 책봉되어 '곽분양' 이라 부르고, 그의 삶을 소재로 그림을 '고가분양행락도' 또는 '곽분양향락도'로 부른다. 그는 85세의나이로 죽기 전까지 높은 관직에 오르고 그의 자손들도 나라의 중책을 맞는 등 집안이 번창하였다. 또 많은 자손을 두어 多子多孫을 대표하는 인물로 회자 된다. 이처럼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세속적 복록과 백자천손을 누린 행복한 삶의 내용을 궁궐 같은 집에서 열리는연회 장면으로 그려낸 그림이다. 일반적으로 관분양행락도는 연폭의 큰 병풍으로 그려지는데, 이 그림은 연회장면, 동자들의 노는 모습,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 등 주요 장면을 작은 화폭에 나누어 그렸다. 특히 그림에 등장하는 동자들의 모습은 연꽃을 따거나 닭싸움 놀이를 하는 등 백자도에 나오는 모습이어서 곽분양도의 도상과 백자도의 도상이 합쳐진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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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해도(魚蟹圖)6폭병풍
69.0×37.0, 지본채색, 19세기 후반, 계명대학교박물관
꽃나무와 어해가 어우러진 화조어해도이다. 암수가 구분되지는 않지만 두 마리씩 짝지은 게, 새우, 자라 등의 갑각류와 수초 사이를
헤엄치는 쏘가리, 잉어, 메기 등 물고기들이 자유로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어해도가 암수 한 쌍을 단위로 그리거나,
배가 불룩하게 알을 벤 모습을 그려 화목한 부부애와 자손번창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이 그림에서는 다산이나 암수의 의미
보다는 물속 생물들의 유영을 자유롭게 표현한 듯하다. 특히 중국 당나라 시인 장지화(張志和)의 「어부가」한 구절인 '서쪽 한산에
백조가 날고, 복숭아 꽃이 물위에 흘러갈 때 쏘가리가 살찐다'라는 시의를 그림으로 표현한 장면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꽃가지가
늘어진 물가의 아름다운 시경(詩境)을 그림으로 표현한 사랑스러운 느낌의 그림이다.
약리도(躍鯉圖)
66.7×35.0, 지본채색, 19세기 말~20세기 초, 경기대학교박물관
물 위를 뛰어 오르는 잉어를 그린 그림은 대체로 등용문(登龍門)의 고사와 관련하여 해석한다.
보통 한 마리의 잉어가 뛰어 오르는 도상인데 반해 이 그림은 세 마리의 잉어가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백자철화진사쌍어문호(白磁鐵畵辰砂魚文壺)
높이 32.0, 구경 16.0, 저경 13.0, 19세기, 대구대학교박물관
청화와 진사안료로 그려진 크고 작은 물고기 네 마리가 전면에 표치되어 있는 항아리이다.
삐쭉삐쭉 제멋대로인 지느러미와 일정한 규칙 없이 붓으로 꾹꾹 찍어 표현한 비늘, 물고기 사이에 숨어있는 수초에는
민화 특유의 활달하고 자유로운 필치가 살아 있다. 해주백자항아리에는 이처럼 민화 표현을 무늬로 즐겨 사용하였다.
네 마리의 물고기 중 작은 물고기 두 마리는 큰 물고기에 비해 매우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등용문의 고사와 관련된 민화 약리도와의 연관성을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유자금조도(柚子錦鳥圖)
53.6×32.8, 지본채색, 20세기 전반, 경기대학교박물관
유자(柚子)가 열린 나무 가지에 새〔錦鳥〕가 한 마리 앉아 있다. 유자는 유자(有子)와 음이 같아 많은 자손을
상징하는 의미로 그려진다. 또한유자나무는 상록활엽수로 늘 푸름의 의미로 그려졌다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많은 자손을 의미하는 유자도의 의미와는 달리 이 그림에서는 옅게 그려진 먼 산, 뒤틀린 나무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적막함마저 느끼게 한다.
● 인용서적 / 부산대학교 발행 「행복이 가득한 그림 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