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취월당

절집 주련(柱聯) 글귀

茶泉 2019. 1. 24. 19:56

 

절집 주련(柱聯) 글귀 

 


 

백암산 백양사 

 

 

 

 

 

今日巖前坐  금일암전좌 

오늘 바위 앞에 앉았네. 

坐久煙雲收  좌구연운수

앉은지 오랜만에 구름 걷히고

一道淸溪冷  일도청계냉 

한줄기 맑은 계곡물은 차가운데

千尋碧嶂頭  천심벽장두 

천 길 푸른 봉우리 우뚝하구나.

白雲朝影靜  백운조영정

아침 흰 구름 그림자 고요하고

明月夜光浮  명월야광부

밝은 달은 밤에 더욱 빛나네.

身上無塵垢  신상무진구

몸에는 온갖 더러움 없어졌으니

心中那更愚  심중나갱우

마음속에 다시 무슨 근심 있으랴.

- 해운각 -

 

굴거리 나무 군락을 등에 두고 금강대(金剛臺)에 좌정한  만암 선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靈山會上言雖普  영산회상언수보

부처님께서는 영산회상에서 법을 설하셨지만

小室峰前句未親  소실봉전구미친

달마는 소림굴에서 말을 잊고 지냈네.

瑞艸蒙茸含月色  서초몽용함월색

풀 더미 상스러워 달빛을 머금었고

寒松蓊鬱出雲霄  한송옹울출운소

추위 속의 소나무 빽빽이 구름 위를 솟구쳤네.

 

- 사천왕문

 

 

 

 

 

 

義天敎海從窮通  의천교해종궁통

옳은 뜻 밝은 도리 막힘없이 통함이여

獅子窟中無異獸  사자굴중무이수

사자가 사는 곳에 다른 짐승 살 수 없고

象王行處絶狐踵  상왕행처절호종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사라짐이

絞日昇空無翳点  교일승공무예점

밝은 해 떠오름에 어둠이 사라지듯

百億須彌列面前  백억수미열면전

겹겹이 쌓인 수미 눈앞에 나타나고

峰巒透出揷靑天  봉만투출삽청천

높고 높은 봉우리가 푸른 하늘 치솟으니

浮雲薄霧何能到  부운박무하능도

뜬구름 옅은 안개 어찌 능히 이를손가.

 

 

- 향적전

 

 

 

 

 

 

 

 

江國春風吹不起  강국춘풍취불기

강쪽 지방의 봄바람은 아직 불지 않는데 

鷓鴣啼在深花裏  가고제재심화리 

자고새 울음 소리 꽃밭 속에 갇혔으나

貳級浪高魚化龍  삼급랑고어화룡

(부처님 법 깨달은 이) 높은 파도 넘어서 용이 되는 고기 같은데

痴人猶戽夜塘水  치인유호반개 

어리석은 사람은 깊은 밤 연못의 물을 퍼내는 구나 

 雨過雲凝曉半開  우과운응효반개 

비 그친 구름 사이 새벽이 반쯤 열려

數蜂如畵碧崔嵬  수봉여화백최외

연이은 산 봉우리가 그림같이 높푸르네

 空生不解宴中坐  공생불해연중좌

수보리도 좌중에서 알지 못하니

惹得天花動地來  야득천화동지래

하늘꽃을 얻고서야 땅까지 흔들릴세


- 우화루, <벽암록> 중에서

 

 



 

一拳拳倒黃鶴樓  일권권도황학루

한 번의 주먹질로 황확루가 무너지고

一踢踢飜鸚鵡洲  일척척번앵무주

한 번의 발길질로 앵무주가 뒤집히니

有意氣時添意氣  유의기시첨의기

기상이 있을 시엔 기상을 더해주고

不風流處也風流  불풍류처야풍류

풍류가 없는 곳엔 풍류가 찾아든다.

馬駒喝下喪家風  마구갈하상가풍

망아지 할 소리에 모든 가풍 사라지니

四海從玆信息通  사해종자신식통

사해가 이를 쫓아 소식이 통하고

烈火燄中撈得月  열화염중로득월

맹렬한 불길 속에 찾던 달을 건져드니

巍獨坐大雄峰  외외독좌대웅봉

높고 높은 영웅봉에 외로이 자리 펴네

 

 

- 향적전

 

 

 

 

 


 

北斗藏身金風體露  북두장신금풍체로

북두에 감춘 몸이 갈바람에 드러나니

烏道玄會金針玉線  오도현회금침옥선 

갈 길이 분명함이 금바늘에 옥실이라.

 

- 칠성각

 

 

 

門聲悟道  문성오도

소리를 듣고 도를 깨닫고

見色明心  견색명심

색을 보고 마음을 밝힌다.

全機大用  전기대용

전기를 크게 써

捧喝交馳  봉갈교치

봉과 할을 서로 주고 받으며

師資唱和  사자창화

스승과 함께 노래 부르니

父子一家  부자일가

부자가 모두 한 가풍이로다.

 

- 진영각

 

 

 

敎我如何設 吾心似秋月  교아여하설 오심사추월

가을 달 닮은 내 마음에 무슨 말을 시키는가.

碧潭淸歸潔 無物堪比倫  벽담청귀결 무물감비륜

맑고 맑은 푸른 못에는 견줄 것이 하나 없다.

淸光轉更多 狐狸俱屛迹  청광전갱다 호리구병적

푸른 눈빛 더욱 짙어 여우 이리 자취 없고

獅子奮全毛 斫却月中桂  사자분전모 작각월중계

금털 세운 사자 위엄 계수나무 베어지네.

 

- 청운당

 

 

 

 

 

약사암

 

 

 

 

 

 

 

靑山疊疊彌陀屈  청산첩첩미타굴

첩첩 푸른산은 아미타불 법당이요

滄海茫茫寂滅宮  창해망망적멸궁

아득히 먼 푸른 바다는 적멸궁이네.

物物拈來無罣碍  물물염래무괘애

여러 생각이 오고 감에 걸릴 것 없으니

幾看松亭鶴頭紅  기간송정학두홍

소나무 정자에 학의 머리가 붉어짐을 얼마나 보았느뇨.

 

- 약사암 주련

 

 

 

 


 

 

조계산 송광사

 


 

 

 

 

 

 

 


海底燕巢鹿抱卵  해저연소녹포란

바다 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

火中蛛室魚煎茶  화중주실어전다

타는 불 속 거미집에 고기가 차를 달이네.

此家消息誰能識  차가소식수능식

이 집안 소식을 뉘라서 알랴!

白雲西飛月東走  백운서비월동주

흰 구름은 서쪽으로 날고 달은 동쪽으로 달린다.

 

- 화엄전.  생사의 벽을 발로 걷어차 허물어뜨리고 나온 효봉 선사의 '오도송'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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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짝하지 말라. 무심하면 마음이 절로 편안하니라. 만일 마음과 짝하게 되면 움쩍만 해도 곧 그 마음에 속느니라."

그러므로 혜가선사가 달마대사에게 "제자의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십시오" 할 때 달마가 말한다.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안하게 해 주마" 라고 하였다.

이 도리는 마음을 찾아 마음이 없음을 알았으니 그것은 편안한 마음을 찾은 것이므로 어디선들 편하지 않겠는가.

그보부터 허공이 홀로 드러나 여전히 봄이 와서 꽃이 피었던 것이다.

 

우리 세존께서 멸도한지 3천 년이 가까운데 바른 법이 지금보다 더 쇠퇴한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선교(禪敎)의 무리들이 제각기 견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마치 찌꺼기에 탐착하여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세는 것과 같아서, 교敎를 말할 때에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깨달아 들어가는 문이 있는 줄을 알지 못하고 곧 사견에 떨어져 있으며,

선학자들은 이른바 본래부터 부처가 되었으므로 미혹도 없고,

깨우침도 없으며, 범부도 없고 성인도 없으며 닦을 것도 없고  증證할 것도 없으며, 인因도 없고 과果도 없다 하여,

도둑질과 음행과 술 마시기와 고기 먹기를 마음대로 감행하니 어찌 가엾지 아니한가. 이 일을 밝히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바다 속에 들어가 육지를 다닐 수 있는 수단과 번갯불 속에서 바늘귀를 꿰는 눈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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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는 날마다 희어가고 산 빛은 언제나 푸르러 있네.

사람과 산을 모두 잊어버리면 흰 것도 없고 푸른 것도 없으리.

 

 

 

 

 

 

 

吾說一切法  오설일체법내가 말한 모든 법 都是早騈拇   도시조변무
 그건 모두 군더더기 若問今日事   약문금일사 
오늘 일 묻는가 月印於千江  월인어천강
 달이 천강에 비치리니.
- 효봉 선사 열반송

 

 

 

 

 



曹溪山月照澹寒  조계산월조담한

조계산에 뜬 달은 사무치게 비치고

滿月乾坤无寸艸  만월건곤무촌초

만월이 온 천지를 밝히니 번뇌 망상이 사라지네.

聖賢尊貴非我親  성현존귀비아친

성현이니 존귀 따위 내가 알 바 아니로다.

大地眞金未是珍  대지진금미시진

대지가 진금이라도 이 깨달음의 보배만 못한 것을.

 

- 육감정

 

 

 

 


 

 

가야산 해인사

 


 

 

 

 

 

 

 

春秋多佳日  춘추다가일

봄 가을로 좋은 날 많더니

義理爲豊年  의리위풍년

의리의 풍년 들었네.

靜聽魚讀月  정청어독월

고요한 밤에 물고기가 달빛 읽는 소리 듣고

笑對鳥談天  소대조담천

웃음으로 새와 천문을 이야기 하네

禪室寧須稼  선실녕수가

누더기면 족하니 누에 칠 시기 기다리지 않아

石鉢收雲液  석발수운액

선방에서 어찌 농사를 바랄까?

雲衣不待蠶  운의부대잠

돌 발우에 운액을 거두리.

 

- 퇴설당 주련에 걸린 경허 선사의 게송이다.

 

 

 

 

 

 

 

 

佛身普放大光明  불신보방대광명

부처님이 대광명을 두루 놓으시니

色相無邊極淸淨  색상무변극청정

형과 색과 모양이 가없어 지극히 청정하시네

如雲充滿一切土  여운충만일체로

구름이 모든 국토에 충만하듯이

處處稱揚佛功德  처처칭양불공덕

곳곳에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네.

光相所照咸歡喜  광상소조함환희

광명이 비치는 곳 넘치는 환희여

衆生有故悉除滅  중생유고실제멸

중생은 고통을 씻은 듯이 잊도다

 

- 대적광전, 흥선대원군 글씨

 

 

 

 

 

 

 

 


雷鳴天地同時吼  뇌명천지동시후우레가 치니 천지가 동시에 사자후를 토하고雨霽江山一樣靑  우제강산일양청비가 개이니 강산이 한결같이 푸르르다.物極魚龍能變化  물극어룡능변화만물이 지극하면 고기가 능히 용으로 변하고道精石佛自神靈  도정석불자신령도가 정미로우면 돌부처도 신령스러워지네.
- 봉황문





 

 

영축산 통도사

 

 


 


 

 

 

 

 

 

 

月磨銀漢轉成圓  월마은한전성원

은하수에 갈려 밝고 둥글어진 달이

素面舒光照大千  소면서광조대천

밝은 얼굴빛으로 대천세계를 비추네.

連譬山山空捉影  연비산산공착영

팔을 벌려 산에 걸린 달을 잡으려 하나

孤輪本不靑天  고륜본불락청천

둥근 달은 본시 푸른 하늘에서 떨어지지를 않아.

 

- 대웅전

 

 

 

 

 

 

初設有空人盡執  초설유공인진집

처음 설한 유와 공에 사람들이 집착하더니

後非空有衆皆捐  후비공유중개연

뒤에 공도 유도 아니라 하니 사람들 모두 버리네.

龍宮滿藏醫方義  용궁만장의방의

용궁에 가득한 경률론 모두가 의사의 처방이요

鶴樹終談理未玄  학수종담이미현

학수에서 마지막 설법도 현묘한 이치는 못되네

 

- 금강계단

 

 

 

禪窓夜夜梵鍾鳴  선창야야범종명

고요한 창에 밤마다 종소리 울려

喚得心身十分淸  환득심신십분청

도리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檜樹蒼蒼山勢頑  회수창장산세완

회나무 숲 울창한데 산세는 낮아

葉間風雨半天寒 엽간풍우반천한

숲 사이 비바람이 차갑게 부네.

老僧出定忘聲色 노승출정망석색

선정에서 깬 노승은 소리와 빛깔에 개의치 않아

頭上光陰似轉丸  두상광음사전환

머리 위로 흐르는 시간은 총알같다.

玉鏡涵空派不起  옥경함공파불기

맑은 물 잔잔히 흘러 파도 물결 일으키지 않고

煙鬟繞坐雨初收  연환요좌우초수

자욱한 안개 속 비는 그쳐 가는데

牢籠景象歸冷筆  뇌롱경상귀냉필

그림 같은 한 폭의 경치

揮斥乾坤防醉眸  휘척건곤방취모

하늘과 땅 벌려진 모습 반쯤 취한 듯

紅塵謝絶心如水  홍진사절심여수

티끌세상 멀리하니 마음은 물처럼 맑고

白水低徊氣尙秋  백수저회기상추

맑은 물 흐르는 곳에 추상같은 기운 감도네.

鷲背山高風萬里  취배산고풍만리

영취산 높은 기풍 만 리에 뻗치고

鶴邊運盡月千秋  학변운진월천추

학이 날아 구름 걷히니 천추의 달이 밝네.

 

- 범종루

 

 

 

 

 




오대산 월정사

 

 



 

 

 

 

 

 

南無大方廣佛華嚴經 

나무대방광불화엄경

 

萬代輪王三界主  만대윤왕삼계주

雙林示滅幾千秋  쌍림시멸기천추

眞身舍利今猶在  진신사리금유재

普化群生禮不休  보화군생예불휴

 

南無實相妙法蓮華經 

나무실상묘법연화경

 

 

 

 

 

 

靈通廣大慧鑑明  영통광대혜감명

크고 신령스러운 지혜의 거울

住在空中映無方  주재공중영무방

시방에 두루 비치니

羅列碧天臨刹土  나열벽천임찰토

정토마다 찬란하여

周天人世壽算長  주천인세수산장

하늘 땅 인간에 영원하리라.

 

- 조사당

 

 

 

 


 

 

능가산  내소사

 

 



 

 

 

 

 

 

 

鐸鳴鍾落又竹篦  탁명종락우죽폭 

목탁소리 울리고 종소리 떨어지고 죽비소리 들리자
鳳飛銀山鐵壁外  봉비은산철벽외 

봉은 은산철벽을 날아서 넘었도다
若人問我喜消息  약인문아희소식 

만약 나에게 기쁜 소식을 묻는다면
會僧堂裡萬鉢供  회승당라만발공 

회승당 안에 만발공양이라 하리라.

 

- 사천왕문

 

大 自由人 해안 선사의 오도송이다.

 

 

 

 

 

 

탄허가 쓴 해안의 탑비.

 

은사 학명 선사의 지도 아래 용맹정진하기 일주일.

목탁소리, 종소리, 죽비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홀연 봉황의 나래짓으로 은산철벽을 날아 넘었다는 해안.

과연 그의 본래 법기(法器)가 그러했던 것일까?

그런 해안을 탄허는 '범부(凡夫)라 이르고 있다.

 

 

 

 

 

 

 

 

生死於是 是無生死  생사어시 시무생사

생사가 이곳에서 나왔으나, 이곳에는 생사가 없다.

 

 

 

 

아래는 해안이 남긴 시다.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벗이 있다면

굳이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산창(山窓)에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불경을 아니 배워도 좋다.

저문 봄날 지는 꽃잎을 보고

귀촉도 울음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 잎을 손질할 줄 아는 이라면

굳이 화가가 아니어도 좋다.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랑을 배고

바위에 기애어 자는 스님을 보거든

굳이 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

해 저문 산야에서 나그네를 만나거든

어디서 온 누구인지 물을 것도 없이

굳이 오고 가는 세상사를 들추지 않아도 좋다.

 

 

 

 


 

 

 

조계산 선암사

 


 

 


 

 

 

 

 

巍巍堂堂萬法王  외외당당만법왕

높고 높아 당당하신 부처님

三十二相百千光  삼십이상백천광

삼십이상 백천광명 눈이 부시네

莫謂慈容難得見  막위자용안득견

자비로운 그 모습 뵙기 어렵지 않아

不離祈園大道場  불리기원대도량

언제나 우리 사는 곳에 함께 계시네.

 

- 만세루

 

 

 

 

 

 



聞鐘聲煩惱斷  문종성번뇌단이 종소리를 들으시고 번뇌망상을 끊으소서知慧長菩提生  지혜장보리생불생불멸의 진리를 깨닫게 할 지혜를 가지도록 하소서離地獄出三界  이지옥출삼계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삼계를 뛰쳐나와願成佛度衆生  원성불도중생성불하시고 중생을 제도하옵소서.
- 범종루






 

정족산 전등사


 

 

 

 

 

 

 

 

 

 

佛身普遍十方中  불신보편시방중

부처님은 온 세상에 계시니

月印天江一切同  월인천강일체동

천 개의 강에 달그림자 비치는 것과 꼭 같도다.

四智圓明諸聖士  사지원명제성사

사지에 능통하게 밝으신 모든 성스러운 분들

賁臨法會利群生  분림법회이군생

큰 법회에 오셔서 많은 중생 이롭게 하네.

 

- 대웅보전

 

 

 

 

 

一念普觀無量劫  일념보관무량겁

한 생각에 한 없이 긴 세월도 널리 관하니

無去貿來亦無柱  무거무래역무주

오고 감은 물론이고 머무름 또한 없도다.

如是了知三世事  여시료지삼세사

이와 같이 삼세의 일 모두를 안다면

超諸方便成十力 초제방편성십력

모든 방편 뛰어넘어 심력 갖춘 부처님 이루리.

 

- 약사전

 

 

 

 

 

 

 

 

終日無忙事  종일무망사

온종일 한가로이

焚香過一生  분향과일생

향 사르며 일생 보내리라.

山河天眼裏  산하천안리

산하는 천안 속에 있으니

聽祖明聞性  청조명문성

새 소리 듣고 자성(自性)자리 밝히고

看花悟色空  간화오색공

꽃을 보고 색과 공을 깨치네.

 

- 누각

 

 

 

 


 

 

마니산 정수사

 


 

 

 

 

 

 

 

摩河大法王  마하대법왕

부처님은

無短亦無長  무단역무장

짧지도 길지도 않으시며

本來非皁白  본래비조백

본래 희거나 검지도 않으며

隨處現靑黃  수처현청황

모든 곳에 인연 따라 나타나시네.

 

 

 

 

 

 

 

 

 

 

 


 

 

금오산 향일암

 


 

 

 

 

 

 

 

 

 

一葉紅蓮在海中  일엽홍련재해중

한 떨기 붉은 연꽃 해중에서 솟으니

今朝降赴道場中  벽파심처현신통

푸른 파도 깊은 곳에 신통을 나타내시네

昨夜寶陀觀自在  작야보타관자재

지난 밤 보타산의 관음보살님이

今朝降赴道場中  금조강부도량중

오늘 아침 도량으로 강림하셨네.

 

- 관음전

 

 

 

 

 

 

 

 

 

 


 

 

두륜산 대흥사

 


 

 

 

 

 

 

 

 

석양을 받는 대웅보전 기둥의 주련이 눈에 들어 온다.

 

 

佛葉難鳴豈摩能  불섭란명기마능 

부처님과 여섯 조사님들

威光遍照十方中  위광편조시방중

위광이 시방세계에 가득 차고

月印千江一體同  월인천강일체동

천갈래 강에 비친 달은 본디 하나. 

四知圓明諸聖士  사지원명제성사

사지에 통달한 많은 성인들

賁臨法會利郡生  분임법회이군생

법회에 임해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니

華阿方般法涅呪  화아방반법열주

화엄경, 아함경, 방등경, 반야경, 법화경, 열반경의 주문일세

 

- 대웅전

 

 

 

 

 

 

 초의선사 상

 

 

 

어젯밤에 뜬 보름달은

참으로 빛났다.

그 달을 떠서 찻잔에 담고

은하수 국자로 찻물을 떠

차 한 잔으로 명상에 잠긴다.

뉘라서 참다운 차 맛을 알리요,

달콤한 잎 우박과 싸우고

 삼동三冬에도 청정한 흰 꽃은 서리를 맞아도

늦가을 경치를 빛나게 하나니

선경仙境에 사는

신선의 살빛같이도 깨끗하고

연부단금閻浮檀金 같이

향기롭고 아름다워라.

 

 

 

 

반쯤 마시던 차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뜰을 거닐며 취흥에 젖던 초의가

문득 게송 한편을 달빛 토방에 자지러지게 흩어 놓는다.

 

 

대도大道는 지극히 깊고도 넓어

가없는 바다와 같고

중생이 큰 은혜에 의지함은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는 것과 같다.

오묘한 이치는 밝고 역력한 것이라

억지로 이름하여 마음이라 하는 것.

어찌 감히 부근不根으로써

일찍이 해조음海潮音을 듣고서

황망히 군자의 방에 들어가

함께 진리를 말할 수 있으랴.

달빛도 차가운 눈 오는 밤에

고요히 쉬니 온갖 인연이 침노한다.

그대는 아는가 무생無生의 이치를,

옛날이 곧 오늘인 것을.

 

 

 

 

 

 

 

 

 

 대흥사 두륜매

 

 

 

世尊坐道場  세존좌도량

도량에 앉아 계신 부처님

淸淨大光明  청정대광명

청정한 대광명을 비추시네.

比如千日出 비여천일출

마치 천 개의 해가 뜨는 것처럼

照耀大天界  조요대천계

대천세계를 밝게 비추시네

 

- 천불전

 

 

 

 


 

 

 

금산 보리암


 

 

 

娑婆極樂自在遊  사바극락자재유

사바와 극락을 거리낌 없이 오가시며

財施法施無畏施  재시법시무외시

재물과 법을 가림 없이 베푸시니

隨緣得度無量衆  수연득도무량중

모든 중생들을 인연 따라 구제하시고

各得其所成菩提  각득기소성보리

바라는 바 깨달음을 모두 얻게 하시네.

暫時瞻仰際煩惱  잠시첨앙제번뇌

잠깐의 우러름만으로도 번뇌가 사라지고

一心憶念隨願成  일심억념수원성

한 마음으로 생각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리니

千手千眼慈悲力  천수천안자비력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으로 보살피는 자비하신 원력이여

無差平等咸解脫  무차평등함해탈

일체의 차별 없이 모든 중생을 해탈하게 하시네.

 

 

 

 

 

 

 

 

 

 

 

 


 

 

 

 

덕숭산 수덕사

 


 

 

 

 

 

 

 


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료망연

보신화신은 망연인 줄 알지니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법신은 청정해 광대무변하다.

千江流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천 개의 강에 물이 있어 달 또한 천이요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치천

만리에 구름이 없으니 하늘 또한 만리로다.

 

- 범종각 전면

 

 

 

 

 

 

 

 

 

三界猶如汲井輪  삼계유여급정륜

삼계는 마치 우물 두레박 같아

百千萬劫歷微塵  백천만겁역미진

백천만 겁의 세월을 지나네

此身不向今生度  차신불향금생도

이제 금생에서 이 몸으 제도치 못하면

更待何生度此身  갱대하생도차신

어느 생에 이 몸을 다시 제도 받으리오.

 

- 법고각 전면

 

 

 

 

 

 

달밤, 만공이 이 다리위에서 고문고를 타곤 했다던가...?

 

 

 

靑山疊疊彌陀窟  청산첩첩미타굴

첩첩한 청산은 아미타부처님 계신 곳

滄海忙忙寂滅宮  창해망망적멸궁

망망한 푸른 바다는 적멸보궁일세

物物捻來無罣碍 물물염래무괘애

물물이 얽혀도 걸림이 없고

幾看松亭鶴頭紅  기간송정학두홍

소나무 정자의 붉은머리 학을 몇 번이나 보았는고.

 

- 조인정서, 원효

 

 

 

 


 

 

천호산 개태사

 

 


 


 

 

 


龍華月出鷄龍天  용화월출계룡천

용화 세상에 달이 뜨니 계룡산 천지가 열려

十方萬國大統化  시방만국대통화

온 세상의 나라가 하나가 되니

十方唯一眞主皇  시방유일진주황

온 세계의 참 주인

十方世界大活用  시방세계대활용

온 세계를 크게 살려 쓰신다.

如是無量大眞光  여시무량대진광

헤아릴 수 없는 큰 광명

維有亞聖頗微笑  유유아성파미소

오직 우리 부처님의 자비에 있나니.

 

- 용화대보궁 주련

 

 

 

 

 

 

 

 

 

 


 

 

 

만수산 무량사

 


 

 

 

 

 

 

 


하는 일은 향화를 사르는 것으로 족하고

한 평생에 남길 것은 석 자 짧은 지팡이 하나

종소리 바람소리 서로 섞여 서늘한데

밤 경치 달빛 밝으니 더욱 좋아라.

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자리삼고 산을 베개로 삼으며

달을 촛불로, 구름으로 병풍하고 바닷물을 술 삼아

크게 취해 의연히 일어나 춤을 추는데

거추장스럽구나, 장삼자락 곤륜산에 걸리니

조용히 산의 달빛 맞아 선방을 쓸고

강가의 구름을 잘라 와서 옷에 솜을 넣누나.

 

- 우화궁 주련, 진묵대사

 

 

 

 

 

 

 

天尺絲綸直下水  천척사륜직하수

천길 낚싯줄 곧게 드리우니

一派纔動萬派水  일파재동만파수

한 파도 일어나자 온갖 파도  따라 일어나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불식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서 고기 물지 않는지라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부질없이 배 가득 달빛만 싣고 돌아오네

 

 

 

 

 

 

 

 

 

 

 

 

威光編照十方中  위광편조시방중

부처님의 위광이 온 세상에 가득하고

月印千江一切同  월인천강일체동

천 개의 강에 뜬 달도 본래는 하나.

靈山昔日如來囑  영산석일여래촉

옛날 영산에서 부처님 위촉으로

位鎭江山度衆生  위진강산도중생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위엄을 떨치셨네.

萬里白雲靑嶂裡  만리백운청장리

만리에 뻗어 있는 흰구름과 푸른 산봉우리 뒤에서

雲車鶴駕任閒情  운차학가임한정

구름수레 타고 한가로이 지내시는

四智圓明諸聖肺  사지원명제성폐

사지에 두루 통달한 많은 성인들

賁臨法會利群生  분림법회이군생

모두 법회에 임해서 많은 중생을 이롭게 하네

 

- 산신각, 진묵대사

 

 

 

 

 

 

김시습 승탑

 

 

 

 

한 말 술에 백편의 시는 아이 놀음이니

취한 세상 넓은 줄 누가 알리오.

 

- 김시습, <취향醉鄕> 중에서

 

 

참고서적 : 제운스님 · 한님 著 『산사의 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