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를 따라간 네바퀴
2012. 4. 25
황룡강(黃龍江)
황룡강/이대흠
누런 저 강물을 더럽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먹기는커녕 발도 못 씻을 물이라고
물이라면
투명하고 맑아야 하는 것이라고
정수기 거쳐 끓인 후라야
먹을 물 되는 것이라고
죄송하여라
흐려서 깨끗한 물이여
세상 시름 다 받아주다
구부러진 어깨여 허리여
저 누런 물
논고랑 밭고랑 일일이 손 뻗어
어린뿌리 병든 뿌리 어루만져주고
고름 든 새의 다리에도
입 대었으리
황룡강 /임문석
고향 역
나서며 떠오르는 나루터
함박눈 속
나룻배에 오가던 추억의 영상
수 천년
쌓여온 모래섬 강변에 펼처 온다.
나 어릴 적
종다리 울고 나물 캐던 첫사랑도
황룡이
올라간 전설의 강에 어른거린다
거울 같은
물 위엔 조각구름 한 가득 흐르고
모난 돌이
풍파에 다듬어진 조약돌 깔린 강
흐름도
여전해 옛친구 물고기 헤엄치고
멱 감던
유년 고스란히 간직한 침묵의 강
뭉클한
반가움에 눈시울이 붉어 뜨거웁다.
꽃잎따라 / 김 미 화
봄 바람 꽃 바람
야드르르 꽃잎 떨어지네
꽃잎 떨어지네
설레고 타오르는
청춘도 사랑도 때가 있는것을
피었다가 지네
피었다가 지네
황룡강 푸른 물결 따라
나그네 인생길
흘러가네
흘러가네
고요한 내 마음의 뜰
평화의 보금자리에서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황룡강 / 鄭 政敏
노을이 아름다운 강
잠자지 않는 그리움이
달빛 아래 뒤척이면
내 마음인양
물고기도 안절부절
버들강아지를 깨운다.
세월 같은 강물에
버드나무 피고 지길 수십 번
나도 같이 늙었지만
눈빛 곱고 영리했던 그 여인은
언제나 그 자리
황룡강에 살고 있다.
빙월당의 노을(氷月堂의 夕陽) /金貞姬
꽃잎 흐르던 자리
강이 되고
구름으로 높이 나는 새떼들
대숲 지나는 바람인 듯 설레이네
사람의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실개천에 보일 듯 안 보일 듯
다시 황홀해진 그리움만
비뿌린 가슴에 노을이 되는지
저녁이면 물안개 밟고
황룡강 건너오는
차분한 달빛
너브실에 그대 띄운
백우산 처마가 그림처럼 환하다
高峰 奇大升
지금 이 신세 앞길이 희미하니
빈집에 홀로 누워 비에 젖는다
날이 저무니 긴 칼 뽑을 수 없고
깊은 밤엔 오히려 등잔불과 가깝노라
연기도 막막하여 문호를 막은 듯
나뭇잎 침침하여 이웃을 덮었네
그윽한 흥취 시를 돋우어 난만하리니
한 잔을 서로 권하며 좋은 계절 따르세
백호 임제林悌
昨夜長安醉酒來
어제밤 장안에서 술에 취해 여기오니
桃花一枝爛漫開
복숭아꽃 한 가지가 아름답게 피었네
君何種樹繁華地
그대 어찌 이꽃을 번화한 땅에 심었나
種者非也折者非
심은者가 그른가 꺾은者가 그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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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마주친 무연 스님 왈.
"황룡강에 자전거 타러 가는 길입니다."
장성에 도착, 버스 트렁크에서 사이클을 내리자마자 스님께 드리는 제안.
"제 차에 사이클을 싣고 더 위로 올라가 장성댐에서 부터 출발하시죠."
한적하고 상큼한 황룡강변 둑길을 따라 두바퀴를 굴리시도록 하고
이몸은 느긋하게 강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가며 네바퀴를 이용 스님의 뒤를 따른다.
만남의 장소는 두 말할 것 없이'월봉서원'
교육관에 당도하니 스님과 강기욱 선생님 그리고 임준성 교수님도 와 계신다.
향기로운 다담에 이어 스님을 옆 자리에 모시고 저녁 공양간을 향해 달리는데
강변 너머 산정에 걸린 붉은 석양과 동시에 백우산정에 돋은 보름달의 기막힌 조화라 .
오로지,
황송함만이 진하게 깔리는 계사년 三月 하고도 보름날 저녁이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