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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드 월봉

2014 살롱 드 월봉 <제24회>

                        2014 '살아숨쉬는 향교 * 서원 문화재' 활용사업

 

                -제24회-

           고품격 인문교류마당 - salon de wolbong  

  

                      ● 주제 /  포임 오페라 peom opera 의 이해

 

               강사 : 이 정 옥  (한국시가문학해설연구원)

                       공연 : 실내악단 '흘림'

 

                     - 일시 : 2014년 7월 25(금) 오후 7시 - 10시 

                     - 장소 : 월봉서원 교육체험관

                     - 주최 : 문화재청. 광주광역시 광산구  

                     - 주관 : 교육문화공동체 '결'

                     - 후원 : 행주기씨문헌공종중, 너부실 마을 주민, 상상창작소 봄, 문화기획사 라우,

                                 광산문화원, 광주향교여성유도회, 광산구문화유산해설사회 (재)고봉학술원,

 

월봉서원

 

 

 

 

 

광주향교여성유도회가 마련한 찻자리

 

교육문화공동체 '결' 박시훈 대표의 환영인사

 

국악실내악단 '흘림'의 공연

 

아쟁산조 : 류 세 윤

 

 

 

 

 

 

 

대금산조 : 임 황 철

 

 

 

 

민요 판소리 : 이 미 소

(진도아리랑, 쑥대머리 外 )

 

 

 

 

 

 

 

민요, 판소리 : 김 인 원

 

 

강사 : 如眞 이 정 옥

(한국시가문학해설연구원장)

 

- 고봉학술원 강기욱 실장님의 강사 소개 맨트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이정옥 선생님은 올해 쉰 셋이십니다.

무등산 호랑이가 사라졌다고 말 하지만 절대 그렇치 않습니다.

바로 이정옥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16세기 가사를 모두 외우는 분이십니다.

단순히 외운다는 것은 별 감동이 없을 터이지만,

 그 모두를 체세포 속에 각인시키고 그것에 완벽한 '빙의'를 이루신 분 입니다.

접신의 경지를 넘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씀입니다.

한 인간이 십년을 노력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표본이 바로 이정옥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지곡마을 '가사문학관'에 가시면 항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살롱 드 월봉에 모시기 위해 그간 일 년을 공들인 끝에 오늘 드디어 모시게 되었습니다.

//

 

 

 

반갑고, 고맙고, 기쁩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와

조선조 이봉지의 서녀로 태어난 옥봉(玉峰)의 詩

몽혼(夢魂)을 암송(暗誦) 하는 것으로

  이른바 '모노 포임 오페라' Moem Poem Opera의 서막을 열어 가는 이정옥 원장.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 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近來安否問如何

요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 잘 계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

달 비친 비단 창가에 소첩의 한이 깊어만 갑니다.

 若使夢魂行

만약 꿈속의 혼이 다닌 길에 발자국이 남았다면

 門前石路半成沙

문앞의 돌길이 반은 모레가 되었을 거예요.

 

 

 

주돈이의 '애련설'을 읊조린 후 차(茶)에 대한 한 말씀.

 

"강의 시작 전, 연잎차, 백련차 대접을 잘 받고 보니 노동의 '칠완다가(七碗茶歌)'도 생각납니다.

흔히들 전통차와 음료를 혼동하는 것을 봅니다. 모과차도 차냐? 그냥 음료일 뿐입니다.

일인들이 호칭하는 녹차도 아닙니다. 우리는 마땅히 '전통차'라 호칭해야 되겠습니다.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에 이어

 그녀의 암송은 고려말 함허 득통선사의 茶詩로 이어지고 있었다.

 

一椀茶出一片心

한 잔의 차는 한 조각 마음에서 나왔으니

一片心在一椀茶

한 조각 마음은 한 잔의 차에 담겼어라

當用一椀茶一嘗

마땅히 이 차 한 잔 한 번 맛보시게나

一嘗應生無量樂

한 번 맛보시면 한없는 즐거움이 솟아난다네

 

 

 

다음으로는 丁茶山의  不亦快哉(불역쾌재) 20수 중 12수.

 

牋闊展醉吟遲 

 흰 종이 활짝 펴고 취한 체 시상이 더딘데,

草樹陰濃雨滴時

녹음방초 우거진 속 빗방울 뚝뚝 떨어지네.

起把如椽盈握筆

서까래 같은 붓을 손에 잔뜩 움켜쥐고

沛然揮洒墨淋漓

일필휘지 휘두르니 먹물이 질펀하네.

不亦快哉 

아아,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위의 '칠완다가'와 함허의 茶詩에서 茶는 酒로 번역되어도 하자 없을 것입니다.

어떤이는 다례(茶禮)는 곧 술례(?)라 말 하기도 합니다.(일동 웃음)

바로 오늘 이 자리가 계산풍류(溪山風流)에 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태산풍류(太山風流)와 더불어

 계산풍류(溪山風流), 적벽풍류(赤壁風流)가 진정한 우리의 풍류(風流)라는 생각입니다.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은 술이 전부가 아니고 거기에는 반드시 詩가 뒤따라야 합니다.

詩는 지은이의 것 만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詩가 있다면 외워 읊조리면 내 것이 됩니다.

하늘에는 바람이 흘러가고, 땅에는 물이 흘러가고,

그 속에 내가 사니, 그가 바로 나요, 곧 풍류인(風流人) 인 것입니다.

풍류인의 원칙은 반드시 詩를 좋아해야 한다는 사실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어 무등산에 한가롭게 걸린 흰구름을 보며 공부했다는 詩 외우는 방법으로

석천 임억령, 야은 길재, 하서 김인후의 詩를 서당식이 아닌 흥겨움과 어께춤이

 절로 나는 민요 '청춘가' 버전으로 소개하여 좌중의 흥을 돋군 후,

 차분한 톤으로 오늘같이 비 오는 날에 잘 어울린다며 

이상국의 詩 "국수가 먹고 싶다"를 들려 주는데.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두어 수 시조를 더 암송한 다음,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청마 유치환의 詩 '그리움'과 정운 이영도와의 플라토닉 사랑에 어우러진 연서와 詩등이

"나성에 가면"  등의 노래와 함께 한 판 걸판지게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할머니들이 청마의 편지를 보따리, 보따리 들고 나타난다는 둥...

 

치마 / 문 정 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티 / 임보

 

- 문정희의「치마」를 읽다가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 / 문 정 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詩 몇 수에 이어 단가 중 '사철가''를 읊은 후 

시조와 단가의 차이를 설명하고 시가문학에 있어 띄어읽기의 난해함을 토로하면서

 '훈민정음'을 전라도 버전으로 들려주니 살롱 참석자 모두가 자지러지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월의'진달래꽃' 성악 버전과 각 지방 '진달래꽃' 사투리 버전을

함께 소개하자니 이번엔 아예 좌중 모두가 쓰러지고 만다.

'관동별곡'에서의 2차 술 문화도 소개하고, 급기야는 목포로 건너뛰어

유달산을 비롯, 현해탄과 윤심덕, 해공 신익희를 아우르는 시와 노래까지 들려 주고 있었다.

 

 

자작詩 낭송 ............... 박 애 정

 

 

 

 김인원님과 이정옥님의 어우러짐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롱 드 월봉의 피날레 ~

 

 살롱 드 월봉 소회와 다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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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온통 여름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밤>을 시작으로

이름하여 "포임 오페라 Poem Opera"의 장을 열어 가는 이정옥 원장.

그가 내민 명함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걸어다니는 시집, 꽃잎같은 여자 이정옥 원장의 너무나 재미있는 인문학 교양특강.

우리의 한시, 가사와 근 현대시 등을 낭송과 함께 가곡과 대중가요, 성가등에 가사로 인둉된

시어들을 직접 노래와 아리아, 판소리 등으로 시연하는 세계 최초의 "Mono Poem Opera"

 

그간 이런 저런 자리에서 시나브로 그녀를 봐 오긴 했었다.

무대와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그녀의 담대함은 진즉부터 잘 알고 있던 터.

하지만 이토록 열정적인 공부를 해왔으리라곤 감히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전반적인 강의 내용 모두가 그저 놀람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이른바 '남도풍류'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더라는 사실.

수강자와 강사가 진정으로 하나되는 형식의 화끈한 인문 놀이판이란 바로 이런 것.

내용이 아무리 무겁다 할지라도 눈이 감겨오는 일방통행식이어선 정말 곤란하다. 

눈꺼풀의 무게를 일시에 해결하는 것으로 '흥' 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또?

 

 모름지기 인문학이란 이렇게 신명으로 풀어야 한다.

 휘황한 언어 수사와 학문의 높낮이에만 매달리는 행태는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신명이 전제되지 않은 어거지 학문은 당연 진정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어용 학자의 양산과 부실함으로 귀결됨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어렵고 난해하다는 말러의 교향곡엔 심취하면서도,

정작 우리음악엔 제 때 변변한 추임새 한 번 지르지 못하는 사람들.

英詩는 줄줄 외면서도 漢詩나 가사문학歌辭文學엔 도대체 心봉사인 사람들.

 

 눈의 백태(白苔)와 말문 안 트이는 설태(舌苔)에 절절매본 이력의 나같은 자는

모름지기 "살롱드 월봉"을 찾고 또 찾아야 함은 물론이요,

또한 치료 효과까지를 확실히(?) 보증하는 바....

 

위에 소개한 시와 노래 말고도,

신의 힘을 다해 강사가 들려준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는데

이 자리에 죄 풀어놓지 못하는 이내 기억력과 필력이 그저 안타까울 뿐.

 

이정옥 원장의 "Mono Poem Opera"  

그것은 새롭게 재 해석한 '계산풍류'(溪山風流)의 현장이었으며

무지의 한을 신명나게 풀어내는 우리네 공부판의 원형에 함께하는 느낌이었다